"한국,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정책 없어…정부 '반짝' 대책뿐"(종합)

권신혁 기자 2024. 7. 2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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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참사 원인·재발 방지 대책 토론회 열어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주노동자 조문 단 1개 뿐"
"50인 미만 사업장 사업주 교육 받을 의무 없어"
"국회·고용부 관심 없나…와도 형식적인 얘기 뿐"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2024.07.22.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외국인 근로자 18명이 숨진 '아리셀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한국의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정책이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는 22일 오후 국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토론회'를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들은 '아리셀 화재'를 두고 "최대의 이주노동자 집단 참사"라며 "정부, 지자체는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반짝 대책, 사상누각(모래 위에 세운 누각)의 대책으로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해당 사고로 외국인 근로자 18명 등 총 23명이 숨진 바 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정책과제와 개선 방향'을 주제로 발표했다. 류 이사장은 "한국의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정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전보건공단에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홈페이지에 번역된 자료를 업로드하는 것은 체계적인 '정책'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에 이주노동자와 관련한 언급은 안전보건표지를 해당 근로자의 모국어로 작성해야 한다는 단 한가지의 조문만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류 이사장은 "이주노동자의 안전보건문제는 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문제와 중첩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규모 사업장은 위험관리에 따르는 자원과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며 "책임의 공백이 생기며 이 위에 한국사회 이주노동자로서의 문제가 얹혀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정부를 향해서는 "소규모 사업장의 영세성 등을 이유로 사전적 위험 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에 대해 제대로 지원하지도 규제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업주의 관리책임은 사업장의 규모와 무관하게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교육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류 이사장은 "산업안전보건교육이 총 4시간 정도로 매우 짧은 데다 업종이나 사업장 특성별로 구체화돼 있지 않고 실제 작업 현장을 가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교육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안전보건공단의 교육 자료와 관련해서 "이주노동자를 위해 비언어적 교육 자료를 생산하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50인 미만 사업장의 사업주는 '교육 받을 의무'가 없고 이주노동자들이 해당 자료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뉴시스] 소방·경찰 당국이 지난달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서신면 일차전지 제조 공장 아리셀 건물에서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2024.06.2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류 이사장은 정부를 두고 '파견 사업주'라고 부르며 "고용허가제 취업 사업장에 대한 관리 책임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거나, 반복적 산재가 발생했거나, 혹은 산재 은폐를 한 경우 추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데 제약을 두는 제도나 행정 조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중소사업장의 외국인 고용 증가로 안전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더 많은 소득을 위해 빈번하게 사업장을 이탈하고 특히 중소사업체가 외국인을 다수 활용하면서 교육 역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한시적 고용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임시일용직으로 근무하며 사업장 전반의 안전문화 수준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경희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상임대표는 피해자 지원 문제와 관련해 "이주민 피해자의 특성과 취약성에 맞는 지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번 참사 피해자의 대다수는 중국 국적 동포"라며 "피해가족에 대한 숙식제공 기준은 고물가의 취약성과 문화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한국인의 기준에 맞춘 지원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재해구호계획에만 명시돼 있는 지침이 아니라 보편적인 지원과 피해자들의 취약한 조건을 보완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의 요구를 밝힌 박세연 대책위 공동집행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중소영세사업장 안전 개선 점검지원 강화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이주노동자 산업안전 교육 실질화 ▲이주노동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안전한 기숙사 보장 ▲이주노동자 산업안전대책 부서 설치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최정학 방송통신대학교 법학 교수는 국회, 고용노동부 등에 "이 사안에 관심이 없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토론회 공동 주최로 참여해 회의 초반부에 인사말을 마치고 자리를 떠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년이 넘었지만 성과는 실망스럽다"며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고용부를 향해서는 "이런 토론회에 오라고 매번 요청하지만 오지 않는다"며 "와도 형식적인 얘기에 그친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이날 토론에 참여하지 않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innovati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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