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시간…바이든 사퇴, 1분전까지 참모진도 몰랐다
해리스 당일 오전까지, 참모진도 발표 1분 전까지 몰라
고령논란 속에 우군마저 등돌려 끝내 재선 포기
27세 美정가 첫 발…50년 넘게 헌신해온 정치 인생
사퇴와 함께 황혼기 접어들어…"美정치사 큰 족적"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마이크 (도닐런)와 함께 집으로 오면 좋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토요일이었던 지난 20일(현지시간) 밤 늦게 최측근 참모 중 한 명인 스티브 리셰티 고문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리셰티는 수석 전략가인 마이크 도닐런을 데리고 바이든 대통령의 델라웨어주 자택을 찾았다. 다음날인 일요일 오후 1시 46분, 바이든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에서 사퇴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했다. 세 사람이 늦은 시간까지 머리를 맞대 완성한 입장문이었다.
사퇴 발표는 순식간에 이뤄졌지만, 그 과정은 지난했다. 지난 2월 초 민주당 경선이 처음 시작됐을 때에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하지만 당시엔 자신만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그의 주장도 설득력을 가졌다. 그 결과 수개월간의 절차를 거쳐 99%의 대의원이 바이든 지지를 서약했다.
그러나 지난달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첫 TV 대선 토론을 ‘졸전’으로 끝내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향한 사퇴 압박이 본격화했다. 계속되는 말실수와 고령 논란 속에 코로나19에 재감염된 그의 허약한 모습은 지난 13일 피격에서 살아남아 강인한 이미지를 심어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대비됐고 사퇴 압박도 극에 달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었던 수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린 것을 몸소 경험한 것이 사퇴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CNN방송은 진단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오랜 우군들까지 우려를 표한 것이 그의 마음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사퇴 성명에서 “내가 물러나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의 의무를 다하는 데에만 집중하는 게 민주당과 미국에 가장 이롭다고 믿는다”고 토로한 것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심정이 드러난다. 최종 사퇴 결정도 가족과 최측근 참모들과 전화 상의 끝에 조촐하게 이뤄졌다.
50년이 넘는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 인생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942년 펜실베이지아주에서 태어난 그는 자동차 영업사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났다. 유복하진 않았지만 델라웨어대에서 역사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하고 시러큐스대 로스쿨을 졸업해 변호사로 사회 첫 발을 내딛었다. 1970년 델라웨어주 뉴캐슬카운티 의원으로 정치에 처음 발을 들였인 뒤 1972년 29세 나이로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 최연소 상원의원이란 타이틀과 함께 본격적으로 정치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다.
상원의원으로 당선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교통사고로 아내 닐리아 헌터와 당시 13개월이던 나오미 헌터를 잃는 고충도 있었지만, 내리 6선을 기록하며 36년간 상원의원으로 활동했다. 1987년과 2008년 두 차례 당내 대선 경선에 도전했다가 실패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2008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돼 부통령으로 선출됐다. 2020년엔 대선에 다시 도전한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46대 미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반세기 넘게 미 정치에 헌신해온 그는 미 현대 정치사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미 언론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결정은 좋은 의미에서든 나쁜 의미에서든 미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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