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충돌로 글로벌 IT 대란?... MS, 안정성 검증 안해 시스템 마비 초래
MS, 개방형 전략에 몰두… 소프트웨어 검증 제대로 못 해
”클라우드 관리 대신하는 MSP와 협업도 문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 장애로 인한 ‘글로벌 IT 대란’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MS가 개방된 클라우드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는 편의성에 집중한 나머지 안정성 검증에 소홀해 이번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MS와 MSP(클라우드 관리 서비스) 기업과의 협업이 잘 이뤄지지 못해 발생한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촉발된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 장애는 크라우스트라이크의 보안 소프트웨어 ‘팰컨 센서’ 업데이트와 윈도 운영체제(OS)의 충돌이 원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팰컨 센서는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프로그램이다.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서버나 PC마다 별도로 설치해 사용한다.
이번 사태로 MS 윈도 OS를 활용하는 기기 850만대가 피해를 입었다. 이는 윈도 OS를 사용하는 글로벌 기기의 1% 수준이다. 미국과 호주,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항공사·언론사·은행·이동통신사 등의 시스템이 마비됐다. 완전 복구는 수주 이상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MS가 서드파티(제3자) 소프트웨어가 자사 OS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 이번 대란을 불러왔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MS는 자사의 오픈소스 프로그램을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오픈소스는 특정 기업이 자사의 소프트웨어 작동 방식 등을 개발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코드를 미리 공개하는 것을 뜻한다. 이를 통해 많은 개발자들이 자사 클라우드 시스템에 맞는 양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클라우드에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포함되는 것은 시장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있어야, 이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 수요도 늘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클라우드 시장 1, 2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애저는 근소한 점유율 차이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AWS, 애저, 구글 클라우드의 점유율은 각각 31%, 26%, 10%로 집계됐다.
문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가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아니라면 호환성 문제로 인해 시스템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충돌이 발생하면 프로그램을 내려 받은 사용자가 직접 삭제 등 수동 조치를 해야만 한다. 사용자가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기 전에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가 검수에 철저히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클라우드에 소프트웨어가 업로드되면, CSP(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는 자동으로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을 검수하는 과정을 거친다”라며 “이번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애저의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든 안했든, 문제가 될 소프트웨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은 MS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창업자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계정을 통해 “이번 사태는 MS의 OS로 인한 장애가 맞다”며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원인을 제공했지만, 영향을 받은 시스템은 모두 윈도 OS가 설치된 기기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MSP와의 분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MSP는 AWS, MS 등 클라우드 기업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대신 관리·최적화하는 기업이다. 클라우드 내부에 문제가 발생하면 대신 감지·분석하는 역할도 한다. AWS, MS, 구글 클라우드는 현재 엑센츄어, 클라우드리치, HCL 테크놀로지스 등 다양한 MSP와 협력하고 있다.
채효근 IT서비스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클라우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MS가 모두 관리할 수 없는 만큼 이를 대신 모니터링해주는 업체와의 협력이 더 잘 이뤄졌어야 한다”며 “클라우드의 경쟁력을 위해 개방형 전략을 취하는 건 어쩔수 없다지만 MSP와의 협력으로 사후 관리를 확실히 했다면 (이번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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