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알리바바 신화, 한국 'B2B 시장'에도 통할까
한국 중소기업 5000개 이상 글로벌 진출 지원
연회비 낮게 책정…"추후 알리바바닷컴 유입 기대"
중국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이 한국에 공식 진출한다. 한국 제품에 대한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한국 중소기업들의 유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닷컴은 기존 알리바바닷컴 대신 한국 전용 사이트를 개설하기로 했다. 한국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존 알리바바닷컴보다 진입장벽을 낮춰 입점을 유도한 후 알리바바닷컴으로의 유입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 전용 사이트 론칭한 이유
알리바바닷컴은 22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매 가속화 지원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기업을 위한 전용 B2B 웹사이트인 '한국 파빌리온'을 공식 론칭한다고 밝혔다. 한국 파빌리온은 알리바바닷컴이 아시아 최초로 만든 지역 전용 사이트다. 앞서 알리바바닷컴은 지난달 말 독일에 지역 전문 사이트를 론칭한 바 있다.
알리바바닷컴은 1999년 설립된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B2B(기업 간 거래) 커머스 플랫폼이다. 현재 알리바바그룹은 리테일, 클라우드, 물류 등 총 6개의 사업분야를 운영 중이다. 그중 알리바바인터네셔널 사업부 산하에 있는 알리바바닷컴은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와 지역의 바이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무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용량의 제품을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알리바바닷컴이 한국 진출을 추진하며 기존 알리바바닷컴이 아닌 한국 파빌리온을 별도로 마련한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한국 제품에 관심을 보이는 바이어들이 한국 제품을 한 곳에서 한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한국 진출을 본격화한 것도 한국의 글로벌 진출 성장세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알리바바 그룹은 자사가 한국 시장에 경제적으로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지난 2020~2023년 4년 간 알리바바닷컴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한국 중소기업의 수는 2550개가 넘는다. 지난 한 해 한국 기업은 알리바바닷컴에서 약 1300억원의 수출 거래액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7600개의 한국 브랜드가 타오바오와 티몰을 통해 중국 시장에 상품을 판매했다.
이를 통해 매년 1억 명에 달하는 중국 소비자가 한국 상품을 구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타오바오, 티몰, 라자다 등 플랫폼에서 34조3000억원에 달하는 한국 상품이 중국 및 동남아 시장에 수출됐다. 그만큼 중국에서도 한국 제품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설명이다.
알리바바그룹은 다각적인 방식으로 한국 경제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 다른 전자상거래 플랫폼과의 차별점이라고 강조했다. 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는 "알리바바닷컴은 글로벌 선도 B2B 온라인 플랫폼으로서 향후 5000개의 한국 중소기업이 온라인 B2B 무역 시장에 진출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알리바바닷컴을 포함한 알리바바그룹의 다양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각자의 독특한 비즈니스 장점을 발휘해 한국 중소기업과 브랜드의 발전을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파빌리온의 차이점은
한국 파빌리온은 알리바바닷컴의 베타(체험) 버전이다. 알리바바닷컴은 기존 알리바바닷컴보다 낮은 입점비용을 책정해 한국 중소기업들의 플랫폼 진입장벽을 낮추기로 했다. 한국 파빌리온의 연회비는 199달러(약 27만6500원)다. 기존 알리바바닷컴의 유료멤버십은 최소 연 4999달러다. 알리바바닷컴에 입점한 기업이 선택한 옵션에 따라 연회비는 더 높아진다.
앤드류 정 부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해외판로를 개척할 때 다양한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것에 주목했다"면서 "한국 파빌리온을 통해 온라인 B2B를 경험한 후 성숙하면 메인 서비스인 알리바바닷컴으로 이동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 파빌리온은 기존 알리바바닷컴과 다른 별도 사이트이기 때문에 고객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국가 판매자와 구매자들이 방문하는 것이 장점인데, 별도의 플랫폼을 마련할 경우 이 장점이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앤드류 정 부대표는 "한국 상품에 관심 있는 바이어들을 겨냥해 보다 낮은 경쟁률로 글로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한국 파빌리온 론칭 후 3개월 간은 다양한 광고, 홍보를 위해 파빌리온 유입 지원책을 펼칠 예정"이라면서 "한국 중소기업들이 한국 파빌리온을 통해 메인 채널인 알리바바닷컴에 유입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 파빌리온에는 한국 기업만 입점할 수 있다. 한국 기업임을 확인하기 위해 엄격한 인증 절차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국내 이커머스 타격 입을까
알리바바닷컴은 국내 진출 이유를 "한국 중소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이 물류, 결제수단, 인력 등이 부족해 해외 진출이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판로 개척을 돕겠다는 것이 알리바바닷컴의 주장이다.
알리바바닷컴은 이번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기업인 커넥트웨이브 그룹의 플레이오토와 손을 잡았다. 기존 국내 이커머스 입점 판매자들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플레이오토는 알리바바닷컴 상품 리스팅 연동을 지원키로 했다. 알리바바닷컴은 한국 파빌리온 입접업체가 플레이오토를 통해 다른 이커머스에서 판매 중인 상품정보를 수집해 간단한 판매정보만 입력하면 해당 쇼핑몰 상품정보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
여기에 플레이오토는 신규 상품정보를 엑셀에 일괄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대량의 상품을 효율적으로 등록할 수 있는 기능이다. 여기에 '한글-영어 동시 번역 API' 기능도 제공하기로 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언어 장벽 없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알리바바그룹의 국내 B2B 커머스 시장 진출 소식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국내 B2B 도매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B2C 대상 역직구인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앤드류 정 부대표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해외 셀러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을 니즈가 있다면 양질의 가성비 제품 제공할 예정"이라며 "하지만 핵심사업은 아니다. 중소기업이 생산한 양질의 제품들을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알리바바닷컴은 한국 셀러를 위한 전용 B2B 웹사이트를 공식 오픈하고 한국 중소기업이 보다 쉽게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우 (zuzu@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