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ESG 투자 '1.1경원' 돌파…주식시장 큰손은 누구?

2024. 7. 22.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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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ESG 리포트
동북아시아 3국이
아·태 ESG 투자 주도
지난해 ESG 투자 자산
1경1000조 원 초과
각국 정부 ESG 투자
유인책 마련 분주
Getty Images Bank


한·중·일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세 국가의 ESG 투자자산 규모만 1경1000조원을 넘어섰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ESG 투자 리더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ESG 투자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서 재무 정보와 비재무 정보를 함께 고려하는 것을 말한다. ESG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에는 투자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선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투자 기업의 ESG를 개선하는 것도 ESG 투자의 한 방법이다.

몇 년 전만 해도 ESG 투자는 미국과 유럽의 일부 선진 금융회사가 수익 제고를 위해 활용하는 투자 전략의 일환이었으나 기후위기와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ESG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급변했다. 기후변화를 비롯해 ESG 요소에 대한 대응 실패가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을 유발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해서다. 한·중·일도 마찬가지다. 최근 3개국 모두 ESG 투자 규모가 빠르게 늘었을 뿐 아니라 ESG 투자를 뒷받침하는 정책을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일본, 밸류업으로 ESG 투자 확대

일본 ESG 투자는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즉 밸류업 프로그램과 연결돼 있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재흥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아베노믹스의 골자는 우선 기업지배구조 등 ESG 요소를 개선해 일본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이를 통해 국내외 중장기 자금을 끌어들여 일본 경제를 다시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ESG 경영 강화를 추동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무를 강화했다. 세계 2위 연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이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GPIF는 2015년 책임투자원칙(PRI)에 가입하고, 투자운용원칙에도 ESG 요소를 반영했다. GPIF는 모든 운용자산을 외부 자산운용사에 위탁하는데, 위탁운용사에도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무를 규정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과 이행을 요구해 일본 자본시장 전반에 ESG 투자가 확산했다.

2022년 기준 일본의 ESG 투자 규모는 493조5000억엔(약 4230조원)으로, 세계 ESG 투자자산의 14%를 차지한다. 일본 내 전체 운용자산 중 ESG 투자자산의 비중은 34%에 달한다. 2014년 수치에도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에서 2016년 3%, 2018년 18% 등 ESG 자산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

ESG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책도 꾸준히 도입하고 있다. 지속가능금융 태스크포스(2020년),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가 행동 계획, 사회적 채권 가이드라인, 녹색 및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 가이드라인, ESG 평가 및 데이터 제공자를 위한 행동 강령 등을 연이어 내놨다. 2027년부터는 스코프 3(총외부배출량)를 포함한 기업 기후 공시를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금융기관의 ESG 관련 주주권 행사도 활발해졌다. 환경단체가 간사이전력에 주주 제안으로 기후 전환 계획 수립을 요구했고, 전체 주주의 36.5%가 동의한 바 있다. 통과되지는 못했지만 상당수 일본 내 기관투자가가 주주 제안에 찬성했다는 점에서 일본 기관투자가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녹색금융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중국은 2035년 ‘아름다운 중국 건설’을 목표로 선언하며 환경오염 개선과 산업의 녹색전환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2차전지, 전기자동차 등 기후 관련 산업을 미래 국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삼았다. 환경 및 기후 분야에 대한 원활한 자금 공급은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한 필수 요소로, 중국이 녹색금융 활성화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 기관 및 기업의 환경정보 공개 확대에 나서고 있다. 2021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융기관 환경 정보 공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전국 및 지방 금융기관, 특히 상업은행이 환경정보공개 보고서를 발표하도록 장려했다.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SASAC)는 2023년까지 중앙 기업과 중앙 통제 상장 기업의 ESG 보고서를 전면 공개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2022년 25% 수준이던 주식시장 A주 상장사 ESG 보고서 발간 비율이 2023년에는 33% 이상으로 늘었다.

2023년 9월 기준 중국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31조5900억위안(약 5859조원)가량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은 상업은행의 녹색 대출이며,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투자자의 ESG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다. ESG 펀드 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 중인데, 2008년 100개 미만(운용자산 400억위안)이던 ESG 펀드가 2023년에는 747개(운용자산 5000억위안)로 늘었다.

○한국, 국민연금이 ESG 투자 주도

2022년 기준 ESG 대출을 포함한 한국의 전체 지속가능금융 규모는 1097조원으로 국내 금융기관 전체 자산 대비 16.6%를 차지했다. 이 중 ESG 투자는 전체의 절반 정도인 557조6000억원으로 전년 278조1000억원 대비 100% 증가했다. 2018년 51조원과 비교하면 최근 5년 사이 열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한국의 ESG 투자 확대를 이끄는 것은 세계 3위 연기금인 국민연금이다. 2022년 기준 국민연금의 ESG 투자 규모는 384조1000억원(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 전체 운용자산의 43.1%)으로, 국내 전체 ESG 투자의 69%에 달했다.

국민연금은 일본 GPIF보다 6년이나 앞선 2009년 PRI에 서명했고, 2015년에는 국민연금법이 개정돼 ESG 투자를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하지만 2017년까지는 ESG 투자 규모에 의미 있는 변화가 없다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책임원칙), 2019년 책임투자 원칙 도입을 기점으로 ESG 투자금 비중을 큰 폭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국민연금의 적극적 책임투자 정책은 다른 연기금 및 민간 금융사의 책임투자 확대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4년 기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금융기관은 227개다.

국민연금은 2023년 적극적 주주 활동을 위한 중점 관리 사안에 지배구조 관련 사항뿐 아니라 기후변화와 안전 현안을 추가했다. 국민연금이 한국 자본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기후변화 및 사회 현안과 관련해 기관투자가 전반의 주주권 활동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공모펀드 시장은 절대 규모는 작지만 최근 몇 년간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6000억원이던 ESG 공모펀드는 2022년 8조5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여전히 전체 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2022년 전체 공모펀드 시장의 감소(-5.9%)에도 불구하고 ESG 공모펀드는 28.2% 커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일본 중국과 달리 ESG 투자를 촉진하는 공시 의무화 일정의 확정이 늦어지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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