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레만, ‘사랑을 또다시 믿는다’·‘사랑은 죽음보다 뜨겁다’
데이비드 레만 ‘투 트랙’ 개인전
노란색으로 캔버스 위 듬뿍 칠한 뒤
다양한 물감 채색하는 ‘겹회화’ 기법
빛으로 시작해 빛으로 끝나는 비유
순간의 감정 토해내는 강렬한 색감
유기적이고 역동적 붓질 매력 선사
“제 작품의 특징은 자극적인 서사였습니다. 아직도 남아있긴 하지만 …, 지금은 두드러진 색상이 이를 대체했습니다. 팔레트도 여러 번 바뀌고 그림이 밝아졌는데, 기법이 좀 더 복잡해진 이유도 있어요. 저는 노란색 밑작업으로 시작하고 노란색 페인팅으로 마무리합니다. 삶은 빛에서 시작해 빛으로 끝난다는 비유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림 하나하나의 과정에서 삶의 순환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이 같은 작가의 ‘겹회화(layered painting)’ 기법은 중부 유럽 전통 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레만의 작업은 여기에 북미 추상 표현주의에서 받은 영감을 가미했다. 광폭한 에너지로 복잡하게 얽힌 그림을 그리는 그의 붓질은 아슬아슬하다 할 만큼 꽤나 격정적이다.
그는 나라와 문화의 경계를 뛰어넘어 철학, 문학, 영화, 사진, 음악, 미술사, 정치 등에서 소재를 흡수한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가수 PJ 하비, 도스토옙스키의 라스콜니코프, 공상과학 소설 ‘듄’, 영화 ‘프리 윌리’ 등 다양한 출처에서 영감을 찾는다. 고급문화와 대중문화 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부터 이미 끊임없이 생산된 이미지를 직면해온 우리가, 이러한 풍요로움 속에서 어떠한 서열을 부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레만은 “동년배 작가들이 지켜야 할 기준을 세운 새로운 예술가”라는 평을 받을 만큼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다. 특히 내면의 주관적인 감정과 대상의 본질을 꿰뚫는 조형언어는 관람객의 감각을 순식간에 사로잡는 강점으로 작용한다. 순간의 감정을 토해내는 듯한 강렬한 색감과 유기적이고 역동적인 붓 터치는 확실한 매력 포인트다.
초이앤초이 갤러리 최진희 대표는 “어떤 형식이나 장르적 틀에 얽매이지 않고, 회화와 드로잉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조형어법을 구사하며, 특유의 젊은 감성으로 독일 현대회화의 한 전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가”라고 레만을 소개한다. “그의 천재적 재능은 이미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상장과 장학금을 독차지할 정도였고, 2016년 독일 브란덴부르크 연방주에서 수여하는 ‘젊은 예술가상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1987년 독일의 구동독 소도시 루카우에서 태어나 코트부스에서 자랐다. 중학교 때 드레스덴의 미술관에서 접한 올드마스터 페인팅들을 보고 감명을 받아 화가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결국 베를린 국립예술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고향 코트부스로 돌아가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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