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악마였을까? 팔·다리 뒤로 결박한 채 입 막고 눈 가리고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 애원한 여고생
'몸의 급소' '발작할 때 묶는 끈' 검색…공소장에 드러난 전말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를 받는 50대 여성 교인이 지난 5월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4.5.18/뉴스1 ⓒ News1 박소영 기자

(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 인천의 한 교회에서 사망한 여고생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가 사망 전 탈출을 시도했으나, 교회 합창단장 등은 학대를 지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뉴스1이 입수한 '인천 교회 여고생 사망사건' 관련 공소장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아동학대살해, 중감금,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교회 합창단장이자 설립자의 딸 A 씨(52·여)는 교인 B 씨(41·여), C 씨(55·여)와 함께 35차례에 걸쳐 D 양(17)을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했다.

D 양은 지난 1월 12월 한 대학병원에서 '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고, 친모 E 씨(52·여)에 의해 인천 남동구의 한 교회에 맡겨졌다.

검찰은 지난 2월 14일 D 양이 "도망을 가고 싶다. 차라리 정신병원으로 보내달라"고 B·C 씨에게 애원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그러나 B·C 씨가 A 씨의 지시에 따라 교대로 D 양이 도망가지 못하게 감시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D 양의 팔과 다리 등 뒤로 결박한 채 입을 막고 눈을 가리고 지하 1층부터 7층까지의 계단을 1시간 동안 오르내리도록 시키는 등 학대 행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B·C 씨는 학대 행위를 할 때마다 A 씨에게 보고했는데, A 씨는 '계속 일 시켜' '여유 가지면 안 되고 물러서면 안 되고' '좋아질 거야' '엄청 야단쳐야 해요' 등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이들이 가혹행위를 지속할 수 있게 승인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B·C 씨는 지난 5월 2일 D 양의 신체 건강 등이 악화되자 A 씨에게 "D가 많이 안 좋다'고 보고하면서도, 포털사이트에는 '몸의 급소', '병원 발작할 때 묶는 끈', '정신병원매질' 등을 검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D 양의 건강상태는 더욱 악화돼 지난 5월 4일에는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아울러 이 무렵부터는 물을 비롯한 음식물을 전혀 섭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는데, B·C 씨 등은 D 양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D 양을 더욱 강하게 결박하기 위해 '치매 환자 억제용 밴드'를 구입하기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에게 이를 보고 하자, A 씨는 '치매 환자 억제용 밴드는 인터넷에서 구입하지 말고 직접 가서 구매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B·C 씨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끝까지 꺾어 놓자'며 D 양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D 양은 결국 지난 5월 16일 오전 0시 20분쯤 '폐혈전색전증'으로 인해 사망했다.

A 씨 등에 대한 첫 재판은 지난 5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A 씨의 변호인 측은 "아직 증거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면서 "공소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인정 여부를 다음 기일에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사실 중 주관적 요건인 '살해 부분에 대한 미필적 고의'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은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대략적으로 밝혔다. 2차 공판은 다음 달 12일 오전 인천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릴 예정이다.

imsoyo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