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 실리콘밸리 거물, 이번엔 대거 트럼프로 '우클릭'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4. 7. 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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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등
민주당 급속한 좌경화 반감
"가상화폐 대통령 되겠다"
트럼프 긍정적 변화도 원인
실리콘밸리 출신 J D 밴스
공화당 부통령 후보 선출
트럼프 쏠림 더 강해질듯
17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 수락연설을 한 J D 밴스(가운데)가 아내 우샤 칠루쿠리 밴스(오른쪽 첫째)와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전통적으로 진보성향을 보이면서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실리콘밸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지지하는 세력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벤처투자자로 일했던 J D 밴스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 대통령 러닝메이트로 선출되면서 이런 쏠림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실리콘밸리의 주류는 여전히 '민주당'으로 남겠지만 민주당의 급속한 '좌경화'가 배경에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트럼프가 최근 '친가상화폐'로 돌아선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슈퍼PAC(무제한 모금행사)에 월 4500만달러를 기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뿐만 아니라 방산 기술 업체인 팰런티어의 공동창업자 조 론즈데일,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나이를 창업한 윙클보스 형제도 기부자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이들 외에도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인 앤드리슨 호로위츠(a16z)의 두 창업자 마크 앤드리슨과 벤 호로위츠도 슈퍼PAC을 후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모금행사를 했는데 1200만달러(약 166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2016년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에 도전 후 1년간 실리콘밸리에서 모금한 금액은 1만6420달러에 불과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했던 힐러리 클린턴은 비슷한 기간 270만달러의 자금을 모집했다. 당시 그를 지지했던 실리콘밸리 거물은 페이팔과 팰런티어를 창업한 거물 피터 틸뿐이었다.

그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한 밴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트럼프의 인기를 더 확장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밴스는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후 틸이 설립한 미스릴캐피털에서 일했고 이후 몇 년간 벤처투자자로 일했다. 2022년 오하이오주 상원의원으로 당선되는 과정에서 틸이 그에게 정치후원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밴스는 지난 6월 트럼프 전 태통령의 실리콘밸리 모금 행사를 주도했으며, 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머스크와 틸이 그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실제로 러닝메이트로 뽑힌 이후 머스크는 그를 공개 지지하기도 했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트럼프 지지연설을 한 데이비드 삭스 크래프트 벤처스 CEO처럼 트럼프의 공화당 내 경쟁자들을 지지하다 트럼프로 전향한 이들도 많다.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실리콘밸리 거물들은 과거 민주당 지지자가 많았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보성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돌아선 거물들이 많다. 대표적인 사람이 머스크다. 그는 2022년에는 한 만화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는 2008년에는 중도좌파였던 사람이 주변 진보 인사들이 극좌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우파가 됐고, 이들로부터 꼴통우파(Bigot)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만화를 그린 콜린 라이트는 "피부색이 아닌 인격으로 사람을 판단하려던 것이 개인의 권리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정체성 정치와 '형평성' 이니셔티브에 자리를 내주었다"면서 "여성의 권리는 이제 자신을 여성이라고 선언하는 남성에게 우선권을 부여하는 성 정체성 논란이 됐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010년대 들어 미국에서는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다양성을 강조하고 평등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자리잡았다.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 미국의 역사를 판단해 이를 부정하는 '캔슬 컬처(Cancel Culture)'도 유행했다. 머스크처럼 이에 반대하는 세력은 급진적인 진보주의자들을 '깨어있는 자(Woke)'라고 부르며 비판하고 있다.

머스크는 16일 스페이스X와 X의 본사를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선언하면서 캘리포니아에 도입된 성소수자 관련 법안을 비판했다. 그는 자신의 첫째 아들인 제이비어 알렉산더 머스크가 2022년 성전환을 통해 법적으로 여성이 되고 본명도 '비비언 제나 윌슨'으로 바꾼 후 관련된 법안에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리콘밸리 내부에서도 민주당 진보세력의 과도한 좌경화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인 와이콤비네이터의 게리 탄 CEO는 샌프란시스코의 급진좌파 커미셔너(시의원)를 몰아내는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 마이클 모리츠 세쿼이아캐피털 파트너는 뉴욕타임스에 샌프란시스코 민주당을 비판하는 기고를 하기도 했다.

트럼프가 가상화폐 업계에 긍정적인 것도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전향한 이유다. 트럼프는 이번 선거에서 '친 가상화폐' 행보를 보이며 가상화폐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16z는 가상화폐에 대규모로 투자한 벤처투자 회사이며, 윙클보스 형제도 트럼프에게서 가상화폐 관련 정책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밴스 부통령 후보도 비트코인을 보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규제완화도 실리콘밸리에서 기대하는 부분이다. 밴스는 연방거래위원회(FTC)를 지지하고 구글을 '분할'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실리콘밸리에는 빅테크 종사자도 많지만 이들과 경쟁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자도 많다. 이들은 규제가 결국에는 빅테크 같은 대기업에 유리하고 스타트업의 기회를 박탈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투자자인 마크 큐번은 자신의 X 계정에 "(실리콘밸리의 트럼프 지지는) 비트코인 플레이"라면서 "(트럼프 정부는) 가상화폐 사업을 하기 쉽게 바꾸고,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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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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