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다퉈 최고AI책임자 신설하는 기업들, 꼭 정답은 아냐"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4. 7. 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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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알바 H&S 테크놀로지·서비스 부문 총괄
AI 전략 총괄하는 자리에
기술 리더만 필요하진 않아
마케팅·전략기획 전문가 등
기업 상황 맞춰 기용해야
인력 운용 경직된 한국 기업
속전속결 인사 개편은 독

"인공지능(AI) 시대에 진입하면서 많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최고AI책임자(CAIO)를 신설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AI 전문가를 영입하고 관련 직책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 기업이 살 수 있는 필수 정답은 아닙니다."

구스타보 알바 하이드릭앤스트러글스(H&S) 테크놀로지·서비스 부문 글로벌 총괄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같은 IT 업종이라도 어떤 사업을 추구하고, 연구개발(R&D)에 임하는지 여부에 따라 기업마다 갖춰야 할 경영진 등 인력 구성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AI 기술의 빠른 변화 속에서 기업이 당면한 문제들을 CAIO가 전지전능하게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고 꼬집했다.

1953년 미국 시카고에서 설립된 나스닥 상장사 H&S는 현재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리더십 컨설팅, 조직문화 개발, 리더십 조사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 HR(인적관리) 전문기업이다. 미국을 비롯해 유럽, 남미, 한국 등 아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29개국에 50여 개 지사를 두고 있으며, 한국에 진출한 것은 1999년이다.

그동안 H&S는 구글 전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밋 선임 과정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 사티아 나델라 CEO 발탁 관련 HR 서치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인사 프로젝트를 도맡아왔다. 특히 국내에서도 오랜 업력을 바탕으로 삼성, LG, SK 등 대기업군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대다수 IT 기업이 H&S의 고객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시장 주목도가 높아진 AI 관련 주요 스타트업들과 국내외 유니콘 기업으로 분류되는 대표 플랫폼 기업들이 H&S로부터 리더십 컨설팅을 받고 있다.

올해 한국 지사 설립 25주년을 맞아 사업 점검차 방한한 알바 총괄은 "시장의 최대 관심사인 AI와 맞물려 조직 효율화를 고민하는 기업이 많아졌다"면서 "모두가 AI라는 공통된 키워드를 갖고 있지만 리더십 관점 등 HR을 다루는 데 있어 저마다 차별화된 지점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이 최우선으로 해야 할 기본 요건은 회사 내부와 외부 환경 등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알바 총괄은 "종종 고객사를 만나보면 '자사는 굉장히 혁신적이고 진취적인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는 아주 추상적이면서도 다분히 긍정적이기만 한 청사진을 밝히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인재 영입이나 기존 인력의 재구성 등에 앞서 성공적인 HR을 위해선 일단 기업이 처한 부정적인 이슈와 문제점까지도 하나하나 따져보고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 요건"이라고 전했다.

이는 추후 인사 과정에서 인력 안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업무가 중첩되거나 반대로 공백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를 사전 예방하기 위함이다. 또한 실력 면에서 최고로 유능한 인재를 발탁했더라도 그 인사가 회사 리스크를 촉발할 수 있는 요인을 내재하고 있는 인물이라면 최종적으로 선임하지 않는 것이 합당하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여러 변수를 미리 진단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알바 총괄은 "AI 시대에 최적화된 기업의 조직 구성이나 표본을 묻는다면 '아무도 모른다'가 가장 정확한 답"이라면서 "그 이유는 AI가 빠른 속도로 진화해나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기술 수준과 대중화 정도 등의 측면에서 보면 이제 시작인 단계이고 미래 상황을 쉽게 예단할 수 없기에 하나씩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업자를 포함한 기업 고위 임원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방향과 기업의 성숙도 등에 따라 그 모습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일례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다루는 AI 기업이라면 기존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의 역량, 업무 범위와 함께 회사가 갖고 있는 보다 구체적인 사업 목표를 토대로 보강해야 할 인력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편으로는 AI 대응을 위한 대표적 자리인 CAIO에 무조건 기술 리더만 기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연구개발만을 위한 조직이라면 당연히 기술 리더가 하는 것이 맞지만 그게 아니라면 전략 출신부터 마케팅 전문가, 기술 리더 등 다양한 범주에서 회사에 맞는 핏을 찾으면 된다"고 조언했다. 알바 총괄은 "C레벨의 경우 조직 내에서 큰 변화를 이끌기 위해 영입이 되는 인사지만, 정작 해당 회사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많아 임원급 온보딩(정착) 프로그램에 대해 기업들이 심사숙고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내 IT업계 상황을 언급하며 '보다 신중한 인사'를 당부했다. 알바 총괄은 "AI에 빠른 대처를 위해 속전속결의 인사는 금물"이라면서 "한국은 인력 효율화가 자유로운 미국과 견줘 경직돼 있기 때문에 인재 영입에 앞서 함께 식사를 해보고 차 한잔을 마셔보는 과정을 통해 결이 맞는지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모든 회사가 AI 기업이 되겠다며 기존 인력을 대거 바꾸는 전략을 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제 AI가 시작이라는 점에 주목해 우리 회사에 AI가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계속해서 학습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인력 구성 등을 속도감 있게 보강해나가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그는 최근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빅테크 규제가 강해지고 있는 기조와 관련해서도 "인사가 더욱 중요해진 시기"라며 "중요한 의사결정의 단계, 단계마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HR 사전 조사와 전략적 판단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민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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