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방위 산업 '게임 체인저' 로봇·드론 진화속도 나도 놀라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이 여러 곳에서 고조되는 매우 복잡한 시기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사이버 보안과 인공지능(AI)은 국가 차원의 개발이 필요한 첨단 기술입니다."
최근 방한한 파트리스 켄 탈레스그룹 회장이 매일경제와 만나 방위산업이 AI 기술과 만나 '밀리테크'로 진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켄 회장은 "AI 기술은 레이더, 음파탐지기, 멀티 드론, 멀티 로봇 시스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AI 기술이 산업을 넘어 군사패권까지 좌우하는 '게임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로봇·드론 등 첨단 무기는 AI와 결합해 진화하는 속도가 전에 없이 빠르다. AI 무기가 전장의 모습은 물론이고 주요 국가의 전쟁 전략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 두 패권국이 경쟁적으로 AI를 육성하는 이유 중 하나가 '군사'에 있다는 해석과 함께 'AI 전쟁'을 대비한 강대국들의 물밑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는 분위기다.
탈레스그룹은 우주, 철도 수송 시스템, 데이터 보호, 사이버 보안 등 민간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밀리테크' 분야 선점을 노리고 있다. 켄 회장은 AI가 국방에 적용되는 예시로 드론과 로봇을 들며 "드론과 로봇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AI 사용이 늘고 있고 이는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는 동시에 가시성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이버 보안 측면에서 양자 기술도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켄 회장은 "양자는 더 큰 단계로 이 기술로 세상이 완전히 확장되고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탈레스도 여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 방산 업계에서 거물로 통하는 켄 회장은 2014년 그룹 수장 자리에 올라 68개국 8만1000여 명의 직원을 이끌고 있다. 탈레스그룹은 자회사 지분을 포함해 184억유로의 매출(작년 기준)을 올린 유럽 최대 다국적 '밀리테크' 기업이다. 방위·안보뿐 아니라 항공·우주, 사이버 보안, 디지털 ID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AI, 사이버 보안, 양자 기술, 클라우드 기술 및 6G와 같은 핵심 혁신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면서 테크 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켄 회장은 "혁신 기술 연구개발(R&D)에 연간 40억유로에 달하는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8만여 명의 직원 가운데 3만3000여 명이 엔지니어·연구자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탈레스그룹은 국방과 민간 사이의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고 있다"며 "AI, 사이버 보안, 빅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기술과 양자 기술, 고출력 레이저와 같은 하드웨어를 동시에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탈레스그룹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독보적인 세계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디지털 ID, 생체 인증, 데이터 보호 등 사이버 보안 관련 통합 디지털 보안 솔루션을 보유한 거의 유일한 기업이다. 탈레스는 2017년 보안용 반도체 칩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업체 '젬알토'를 48억유로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민수와 군수 분야 기술을 접목해 디지털 기업으로 진화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젬알토는 여권 등 전자 신분증에 들어가는 보안 칩과 스마트폰용 SIM 칩을 생산하는 업체로 보안 인증 분야의 강자다. 탈레스는 앞서 2015년에는 암호화 솔루션 업체 보메트릭을 3억7500만유로에 인수하고, 사이버 보안 분야 자회사인 '탈레스 이시큐리티'를 설립하는 등 미래 전쟁의 핵심 축인 사이버전 관련 역량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켄 회장은 "최근 AI의 변화는 사이버 위협 환경을 만들었고,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버 방어' 도구를 제공하기도 한다"면서 "사이버 보안의 미래는 첨단 기술의 통합 측면에서 AI, 머신러닝, 양자 기술 세 가지 주요 트렌드에 따라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인프라스트럭처, 개인 데이터, 국가 안보 등 중요한 것을 보호하기 위해 각국 정부와 규제 기관은 규제 조치를 늘릴 것"이라며 "이 같은 환경에서 디지털 ID와 생체 인증은 최고의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안업계에서는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보안 △신원 확인 등 분야에서 사이버 보안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관련 시장에서 2024년 전 세계 최종 사용자 지출이 약 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투자업계 전망도 있다. 아울러 켄 회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최근의 분쟁을 통해 우주 영역의 사이버 보안도 필요한 것으로 입증됐다"면서 "탈레스는 우주 프로그램의 사이버 보안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판단에서 켄 회장 지휘 아래 탈레스가 지난 9년간 해당 분야에서 진행한 M&A만 9건에 달한다. 호주 사이버 보안 분야의 선두주자인 테서런트(Tesserent), 유럽 사이버 보안 컨설팅 분야 양대 산맥인 S21sec와 엑셀리움(Excellium), 유럽 고객 신원 확인 및 액세스 관리 분야의 선두주자인 원웰컴(OneWelcome) 등이 대표적이다.
작년 말 탈레스는 미국 사이버 보안 회사 임퍼바를 36억달러에 인수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재개했다. 이에 켄 회장은 "임퍼바 인수는 탈레스의 글로벌 사이버 보안 역량을 확장하는 데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는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기업과 정부 디지털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위협이 날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점해 고객이 디지털 생태계의 핵심인 애플리케이션, 데이터, 신원을 보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켄 회장은 최근 AI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탈레스는 현재 모든 산업 영역과 시스템에서 AI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탈레스가 가진 민간과 군사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모두 아우른다. 켄 회장은 "AI를 우리의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 연료를 공급하는 디지털 기술로 보고 있다"면서 "전략적 측면에서 탈레스는 기성 AI 제품을 판매할 의도가 없고, AI를 솔루션에 통합해 고객에게 제품을 제안하는 하이브리드 AI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켄 회장은 AI 기술 개발 시 AI의 윤리적인 사용과 에너지 소비 문제 측면에서 탈레스가 갖고 있는 확고한 원칙을 소개했다. 켄 회장은 "탈레스는 인간이 항상 AI를 통제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의사결정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AI에 대한 검소한 접근 방식을 개발해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빅데이터보다 스마트 데이터를 우선시한다"고 덧붙였다.
켄 회장은 한국이 탈레스의 핵심 시장이자 파트너임을 강조했다. 위성 등 국방 분야를 비롯해 우주, AI, 양자 기술, 사이버 보안 등 모든 분야에서 한국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켄 회장은 "우주 분야에서 한국의 야망과 역량이 증대됨에 따라 탈레스알레니아스페이스(TAS)는 한국의 우주 프로그램을 적극 지원할 준비를 마쳤다"고 강조했다. 삼성, 한화, KT, LIG넥스원 등 한국 비즈니스 파트너에 대해 켄 회장은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은 장기적인 비즈니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서 "한국 파트너와 하는 사업은 매우 유연하고, 탈레스는 한국 사업을 더 성장시킬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파트리스 켄 회장
△프랑스 에콜폴리테크니크·파리국립고등광업학교 졸업 △1992년 제약그룹 프루니에 재직 △1995~2002년 프랑스 행정부 임원직 수행 △2002년~ 탈레스그룹(공군·해군, 통신, 항공체계, 무선통신제품, 보호시스템 등 운영 관리) △2013년 탈레스그룹 최고운영책임자·최고성과책임자 △2014년~현재 탈레스그룹 회장 △2019년 프랑스 국립연구기술협회 회장 △프랑스 국방훈장(동장), 국가 공로 기사, 레지옹 도뇌르 훈장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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