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신성통상·한화·DN오토모티브… 주주 울린 기업에 성토 쏟아진다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4. 7. 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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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주가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나섰지만, 일부 기업들이 소액주주를 무시한 행태를 보이면서 밸류업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창업주 일가에 유리하게 합병 비율이나 공개매수 가격을 정하면서 소액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치권과 각종 시민단체에서도 이 같은 일부 기업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두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두산그룹 사업구조 개편이다.

앞서 두산그룹은 현재는 적자 폭을 키우고 있는 로봇 사업 계열사 두산로보틱스 밑에 그룹 ‘캐시 카우’인 두산밥캣을 붙이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 같은 개편이 두산 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현재 두산밥캣 모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가 된다는 점이다.

두산밥캣은 지난해 매출 9조8000억원, 영업이익 1조3900억원을 각각 기록하는 등 두산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이 53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두산로보틱스는 로봇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고평가된 상황이다. 반면 두산밥캣은 알짜배기 회사이지만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합병할 때,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두 기업의 가치를 동일하게 시가총액 5조원으로 분류해 합병 비율을 정했다. 두산밥캣 주주 입장에선 반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치권도 나섰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투자자 이익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합병가액을 정하며, 기업이 그 가액이 공정하다는 입증 책임을 지는 일명 ‘두산밥캣방지법’을 발의했다.

현행법에서는 상장회사 간 합병에 있어 합병가액을 계산할 때 주가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자산가치와 수익가치 같은 본질가치와 무관하게 합병가액이 결정된다.

염태순 신성통상 회장 [이승환기자]
신성통상도 저가 공개매수에 나서서 주주들의 원성을 샀다.

‘탑텐’, ‘지오지아’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의류 업체 신성통상은 지난달 21일 공시를 통해 7월 22일까지 창업주 일가 및 특수관계인 보유분을 제외한 지분 약 22%(3164만주)를 주당 2300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개매수 가격이 주당 순자산(3136원)보다도 낮다는 것이다.

신성통상 주가는 지난 2021년 문재인 정부 당시 유니클로 불매운동의 혜택을 받아 주당 40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하지만 신성통상은 배당에 인색했고 이런 영향으로 주가는 다시 반토막났다.

반토막 난 주가를 기준으로 신성통상이 주당 2300원을 공개매수 가격으로 정하자, 불매운동 당시 신성통상에 투자했던 개미 투자자들 대다수는 손해를 보게 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주주 환원에 인색한 창업주 일가 행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비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최근 “신성통상의 자진 상장 폐지는 선량한 개미 투자자들을 죽이는 일”이라며 “신성통상은 탐욕적 상장 폐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성통상 공개매수 성공 여부는 24일 공시될 예정이다.

한화그룹 CI
한화그룹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한화에너지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8%를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공개매수가 마무리되면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9.7%에서 17.1%로 높아진다. 이번 공개매수는 3세 승계를 위한 작업이다.

다만 통상적으로 공개매수 단가가 전날 종가 대비 20% 가량 높은 수준에 책정되는 것을 고려하면, 이번 공개매수 단가는 전날 종가 대비 7% 수준으로 낮은 편이었다.

주당 3만원으로 계산된 ㈜한화의 PBR은 0.26에 불과하다. 그만큼 ㈜한화를 보유한 소액주주 입장에선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창업주 일가가 100% 소유한 한화에너지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거치면서 몸집을 불러온 터라, 3세 승계를 위해 지주회사인 ㈜한화의 주가 관리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12일 DN오토모티브가 계열사인 동아타이어를 흡수합병하면서 제시한 합병 비율도 논란이다.

회사 측은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합병 가액을 DN오토모티브 1주 대 동아타이어 0.1558주로 결정했다.

합병비율은 두 기업의 최근 주가에 근거해 산정한 것이지만, 결과적으론 자산이 많고 주가가 낮은 동아타이어에게 불리하다.

소액 주주들은 동아타이어가 DN오토모티브보다 매출이나 시가총액 등은 작지만 현금성 자산이 많고 영업이익도 꾸준히 내는 기업인데도 지나치게 평가절하해서 가치를 산정했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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