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채의 센스메이킹] 〈56〉디지털 휴먼이 온다, AI NPC

2024. 7. 22.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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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지난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회의(Game Developers Conference)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휴먼과 유비소프트의 네오 NPC가 큰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가 발표한 디지털 휴먼 기술은 게임,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음성 인식, 언어 처리, 실시간 렌더링 등을 통해 더 자연스럽게 소통이 가능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게 도와준다. 유비소프트의 네오 NPC는 AI를 통해 생성된 캐릭터로, 플레이어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다양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이 기술들은 모두 게임 내 플레이어가 조종하는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혁신할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NPC(Non-Player Character)는 주로 플레이어에게 퀘스트를 제공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 게임의 스토리를 진행시키고, 게임 세계를 더 생동감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또 NPC는 게임 내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 세계관의 의미와 메시지를 구체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기존의 NPC는 미리 작성된 대화 트리와 스크립트를 통해 작동했기에 이를 위해 대규모의 대사와 다양한 선택지별 스크립트를 작성해야 했다. GTA 시리즈로 유명한 록스타게임스(Rockstar games)가 제작한 서부활극 게임 Red Dead Redemption 2는 5십만줄 이상의 대사가 필요했으며, 이를 위해 700명 이상의 성우가 참여했다고 한다. 이러한 작업은 수백만달러의 비용과 수천시간을 요구한다.

생성형 AI의 도입은 이러한 업계의 한계를 해결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제작사는 기존의 대사 작성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여 반복적인 대사 작성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콘텐츠 개발에 집중할 수 있게 인력 사용 구조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또 스크립트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AI는 플레이어의 행동과 대화에 따라 NPC와의 상호작용을 무한히 디테일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이는 플레이어에게 더욱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게임 내 결정의 다양성을 확인하도록 유도해 플레이 시간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변화를 돕는 인월드(Inworld) AI는 올해 시리즈 A 펀딩에서 500만달러를 유치하며 NPC의 대화, 감정 표현, 움직임 등을 더욱 현실감 있게 구현하고 있다 한다.

하지만 과연 NPC 제작에 AI 활용 시 장점만 있을까? AI NPC가 매우 현실적인 감정과 반응을 무한히 다르게 보일 때, 플레이어가 이들과의 상호작용 시 윤리적 경계를 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롬 소프트웨어의 히트작 엘든 링은 '침략' 기능을 통해 십대 게이머들이 단체로 다른 플레이어를 추적해 살해하는 상황을 무한히 제공함으로 인해 게임 내 극단적인 폭력의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부분이 있다. 게임 내 등장하는 NPC 마저 선택에 따라 죽일 수 있는 현 시스템 내에서는 AI가 적용된 NPC의 다양한 죽음 전 반응을 확인하려 하는 시도가 예상되기도 한다.

또 반대로 AI NPC가 플레이어에게 해를 끼치는 도덕적 주체로서의 한계를 확인시켜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NPC가 적대적이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 플레이어는 이것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감정적으로 취약한 플레이어, 예를 들어 어린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또, AI NPC가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특정 행동을 유도하거나, 불필요한 아이템 구매를 부추기는 방식으로 플레이어를 조작하거나 경제적으로 착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생성형 AI가 적용된 NPC의 등장은 동적 스토리텔링, 몰입형 경험, 교육적 도구로서의 게임의 의미를 한 단계 높이는 변화를 가능케 할 것이다. 나아가 AI NPC의 발전은 게임 산업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교육 분야에서는 AI NPC를 통해 개인화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심리 치료 분야에서는 가상의 환경에서 안전하게 사회적 상호작용을 연습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스탠퍼드대 박준성 교수가 이끄는 팀은 AI 생성 캐릭터들이 상호작용하면서 행동의 복잡성과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통해 가상의 사회에서의 실험적 정책 적용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 연구는 AI NPC 기술이 사회과학 연구에도 혁신적인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 과정에서 예상되는 디지털 휴먼을 향한 인간 사용자의 실험적이고 극단적인 시도에 대한 윤리적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게임 이용자의 연령대가 다양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AI NPC와의 상호작용이 미칠 사회적, 심리적 영향에 대한 세심한 연구와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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