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도, MG손보도…손보사 안 팔리는 이유는
보험업 예전만 못한데…실적 ‘착시효과’도 안 풀려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최근 M&A를 시도한 손보사들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금융지주사나 사모펀드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돼 왔지만 막판에 발을 일제히 뺐다. 원매자들이 보험사 인수의 필요성이 높음에도 인수가 지지부진 하다. 몸값 고평가가 해소되지 않으면 상황은 반전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9일 MG손해보험의 본입찰에 아무 곳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무응찰로 최종 유찰됐다. 지난 4월 예비입찰에 참여한 사모펀드사 데일리파트너스와 JC플라워에게 기회가 있었지만 본입찰에 뛰어들지 않았다. 현행법상 예비입찰에 참여한 회사만 본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주어진다.
MG손보의 매각 시도가 이번으로 세 번째라는 점에서 타격이 큰 분위기다. 이번에는 지난 두 차례와 달리 예비입찰 진행도 순조로웠다. 앞서 지난해 2월과 8월 2차례에 걸친 매각 시도에선 입찰자가 없거나 1개 회사만 뛰어들며 유찰된 바 있다. 예비입찰에 나선 두 사모펀드의 보험사 인수 의지 역시 강했다.
정부도 자금 지원에 나섰다. MG손보의 매각가는 2000억~3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의 재무 건전성 개선을 위해 4000억~5000억원의 지원금을 꺼낼 것으로 알려졌다. 타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손해보험업 라이센스를 따낼 수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원매자들은 인수 비용에 부담을 느껴 발을 뺀 것으로 전해진다. 자본적정성을 정상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지원금을 감안해도 너무 크다는 이유다. 지난 1분기 기준 MG손보의 경과조치 전 지급여력비율(K-ICS)은 42.71%를 기록했다. K-ICS 비율은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 등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다는 것은 일시에 보험금 청구가 발생했을 때 청구액을 모두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K-ICS비율이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대에 진입하기 위해선 1조150억원 가량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예보의 자금 지원을 감안해도 MG손보의 장점인 '저가 매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앞서 이달 초 MG손보보다 먼저 본입찰에 나섰던 롯데손보의 매각이 최종 불발됐던 것도 가격이 원인이었다. 우리금융이 예비입찰에 나서면서 기대가 커졌지만 매각 측인 JKL파트너스와 가격을 놓고 이견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JKL파트너스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대 이상의 매각가를 거론하고 있다.
'고평가' 계속되면 M&A 급랭…새 회계제도도 변수
이렇듯 손보사들의 매각이 연이어 무산되자 보험업계 M&A 시장이 다시 얼어붙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지주들은 자금력이 있고 비은행 강화가 필요한 만큼 보험사 인수에 관심이 높지만 매각 측이 제시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몸값 고평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매각은 지지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사모펀드와 달리 금융지주 입장에선 지주 자본이 투입되는 만큼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보험시장이 고령화·저출산과 시장 포화 등으로 사양산업에 접어들고 있는 데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판단이다.
실제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보험사의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는 주로 기업가치를 순자산가치와 보험사가 미래에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익인 CSM의 합으로 나누는 계산식을 활용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D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등 '피어 그룹'의 해당 배수 평균은 0.29다. 여기에 롯데손보의 순자산가치(1조3466억원)와 CSM(2조2085원)을 더한 값을 곱하면 적정 가격은 1조원 수준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50%를 더해도 적정 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롯데손보의) 예상 매각가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다소 높은 수준"이라며 "해당 가격을 산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업계 최상위 대형사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도 약 67~138% 수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적용될 필요가 있는데 롯데손보가 업계 중위권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면 요구 프리미엄은 더욱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회계제도(IFRS17) 도입에 따른 실적의 의구심도 풀어야 한다. 바뀐 회계제도로 인해 지난해부터 손해보험사의 장부상 순이익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적이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아직까지 새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착시효과'가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탓에 상반기 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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