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먼저 떠난 감정적 이혼, 세 가지 징후로 확인

이정아 기자 2024. 7. 22.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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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메리디오날대, 미국 노스캐롤라이대 연구 결과
결혼 상태는 여전히 유지하더라도 감정적으로 헤어진 것을 심리학계에서는 ‘감정적 이혼(emotional divorce)’이라 부른다. 마음은 이혼한 것처럼 친밀감과 소통, 상호작용 없이 멀어진 상태다./픽사베이

결혼 관계는 유지하더라도 감정은 이미 헤어진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서로 친밀감이나 소통, 상호작용이 전혀 없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감정적 이혼(emotional divorce)’이라 부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지는 최근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감정적 이혼의 특성과 그런 징후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지난 21일(현지 시각) 소개했다.

브라질 메리디오날대 연구진은 사람들이 감정적 이혼을 할 때 공통적인 감정을 느끼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가 어느 입장인지에 따라 감정이 일어나는 순간과 지속 시간, 강도가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9일 국제 학술지 ‘심리학 트렌드’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3개월~22년 동안 별거 또는 이혼한 남녀 각각 12명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했다. 이들을 결혼이 끝났다고 상대에게 통보한 ‘개시자’와, 반대로 상대에게 통보를 들은 ‘비개시자’, 이혼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방이 불만스러워서 이혼 가능성을 전한 ‘대변인 개시자’, 안전 이별이 어려워 상대방이 이혼을 말하도록 조장한 ‘적극적 비개시자’ 등 4가지 그룹으로 나눴다.

참가자들은 감정적 이혼 후 공통적으로 두려움과 안도감, 슬픔, 분노, 희망, 개인적인 성장 같이 상이한 감정을 느꼈다고 답했다. 하지만 본인이 어떤 그룹에 속했는지에 따라 감정을 느낀 시간이나 내용 등이 달랐다.

예를 들어 이들이 가장 많이 느꼈다고 답한 감정인 ‘두려움’도 이혼을 통보한 개시자와 통보받은 비개시자의 입장이 달랐다. 개시자는 주로 사회적인 수용과 재정, 육아 적응 등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둘이 살다가 혼자 삶에 직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반면 비개시자는 새로운 파트너를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외로움에서 비롯된 두려움이 컸다.

역설적이게도 참가자들은 모두 어느 시점에서는 안도감을 느꼈다. 적극적인 비개시자와 개시자는 상대방과 물리적으로 거리두기를 한 직후에 안도감을 느꼈다. 반면 비개시자는 이별 후 수년이 지난 후에야 안도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처음에는 슬픔이 컸지만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감정적 이혼이 우울증이나 ‘감정표현 불능증’과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자기 감정을 구별하고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질환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연구진은 부부 중 한 사람이 우울증이나 감정표현 불능증을 겪으면 이로 인해 가족 내 감정 표현이 어려워 결국 가족 시스템이 붕괴한다고 분석했다. 감정적 이혼을 막기 위해서는 배우자의 우울증이나 감정표현 불능증을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8월 국제 학술지 ‘영국의학저널(BMC) 심리학’에 실렸다.

포브스는 감정적 이혼을 나타내는 세 가지 징후를 소개했다. 첫 번째는 ‘의사소통 부족’이다. 감정적 이혼은 법적 이혼보다 더 빨리 나타난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이 2021년 3월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감정적 이혼에 접어든 부부는 서로의 생각이나 감정, 일상생활 경험에 대한 대화가 줄어든다. 대신 자녀의 복지와 재정 같이 필요한 대화만 한다. 또한 스킨십이나 눈맞춤, 친밀한 바디랭귀지 같은 비언어적 신호 역시 눈에 띄게 사라진다.

두 번째는 ‘친밀감 상실’이다.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진은 감정적 이혼 관계에서는 부부끼리 깊은 연대감이나 친밀감, 신뢰, 이해를 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는 ‘극심한 갈등 증가’다. 부부가 갈등을 해결하는 데 여러 번 실패하면 원망과 적대감이 쌓이면서 극심한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두 사람이 분쟁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서로 피하면서 감정적인 거리가 더 멀어진다.

이외에도 포브스는 상대방의 성격에 대한 비판이나 공격, 존중이 없는 태도,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기 싫어하는 방어적인 태도, 의사소통을 거부하는 행동이 나타난다면 감정적 이혼 상태라고 설명했다. 반면 부부가 서로의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소통을 한다면 감정적 이혼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Trends in Psychology(2024), DOI: https://doi.org/10.1007/s43076-021-00088-w

BMC Psychology(2024), DOI: https://doi.org/10.1186/s40359-023-01236-w

Society for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2024), DOI: https://doi.org/10.1177/0146167221993349

Journal of Social and Personal Relationships(2024), DOI: https://doi.org/10.1177/0265407518768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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