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전자가 반도체 호황기에 웃지 못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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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좀 해주세요."
이달 초 한 국제 행사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반도체 고위 임원은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과거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초격차'를 자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시장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주주·언론이 삼성전자에 기대하는 것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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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 좀 해주세요.”
이달 초 한 국제 행사장에서 만난 삼성전자 반도체 고위 임원은 ‘경쟁사와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해 어떤 전략을 취하고 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과거 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으로 ‘초격차’를 자신했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시장 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느껴졌다.
지난해 천문학적인 적자를 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경쟁사인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에서는 세계 1위 TSMC와 여전히 50%포인트(P)가 넘는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올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침체기를 깨고 실적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지만, 아직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
반도체 산업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표준 규격에 맞춰 미세 공정 경쟁에 집중했던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이 ‘서비스 마인드’를 가지고 고객사에 맞춤형으로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래서 삼성전자가 과거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을 달렸던 ‘메모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초격차는 고사하고 주도권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주주·언론의 응원을 받기 위해선 급변하는 사업 환경에 걸맞게 스스로 변신하고 시장에서 인정 받는 방법 밖엔 없다. SK하이닉스나 마이크론처럼 삼성전자에 밀려 메모리 반도체 2·3위에 머물렀던 경쟁사들은 HBM이라는 날개를 달고 질주할 채비에 나서고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분야 절대 강자인 인텔조차 자신들의 자존심과 같은 CPU에서 연산을 담당하는 핵심 코어 제조를 TSMC에 맡기는 등 변신을 택했다.
유회준 반도체공학회장(카이스트 전자 및 전기공학부 교수)은 “HBM 같은 맞춤형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세는 메모리 기업이 엔비디아 등 프로세서 기업에 종속되는 사업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프로세서 기업의 눈치를 살피느라 개발에 소극적인 프로세싱메모리(PIM) 등 시장을 선도할 새로운 기술 개발에 힘을 써야 한다”고 했다. 주주·언론이 삼성전자에 기대하는 것은 범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는 것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기술·표준을 시장에 선보이고 변화하는 산업 흐름에 걸맞게 변신해 ‘초격차’가 무엇인지 스스로 증명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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