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검찰은 무너졌다…총장 출신 대통령 부인 앞에서

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2024. 7. 22.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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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원석 검찰총장, 김건희 여사,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13일 '찐윤' 검사인 송경호 대신 '뉴 찐윤' 검사인 이창수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교체했을 때 김건희 여사의 일시적 승리는 이미 예견됐던 것이었다. 검찰총장 이원석은 눈 앞에서 코를 베었지만 "인사는 인사고, 수사는 수사다"라면서 7초간 침묵했을 뿐 무력했다.

검찰총장은 비록 인사권한을 갖고 있지 않지만, 이 총장은 쿠데타를 당한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원석은 '5.13 검찰인사 쿠데타'에서 그의 인생의 '중대 결심'을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권력과 서울중앙지검장 간 결탁'을 예방했을지 모른다. 물론 이것도 가정일 뿐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때를 실기했고 그는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급기야 검찰총장이 제 2인자에게 패싱당하고 사실상 '항명'의 피해자가 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검찰을 '콩가루 조직'이라고 비판해도 유구무언일 것이다. 권력 사건 수사에서 이런 수모를 겪는 일은 역대 검찰총장 역사에서 이 총장이 유일하지 않은가 싶다.

서울중앙지검장 이창수의 쿠데타는 단지 이원석 총장에 대한 항명에 머물지 않는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장 막강한 화력을 갖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 인사권자와 직거래를 통해 권력 수사를 무마하려 할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검찰의 기강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총장의 지휘권은 '기강'에서 시작된다. 이제는 인사권자와 직거래하는 검사들이 자주 등장한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차기 검찰총장도 '핫바지'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이원석 총장은 "김 여사를 반드시 검찰청사로 소환해 도이치모터스와 디올백 사건을 한꺼번에 조사하라"고 수차례 지시했다. 그러나 이창수 검사장은 상관인 총장을 무시했다. 그는 검찰의 수사 독립 권한을 외관상 포장하는 일조차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하고 내팽개쳤다. 이창수는 영달을 구했고, 대신 다른 동료 2천여명이 일하는 검찰 조직을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연합뉴스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파헤치는 일이다. 실체적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수사 절차의 준수를 강조할 필요가 없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수사절차의 핵심이다. 공정성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정신이다.

이 총장은 공정성을 주문했던 것 같다. 그는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며 여러차례에 걸쳐 우리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말씀드렸다. 그러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총장이 직접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고 했으니, 공정성을 언급해 무엇하겠는가.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에서 공정성 상실은 해악이 너무 크다.

수사 절차의 '투명성' 측면에서도 이 사건은 김 여사와 검찰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모든 수사는 국민의 감시를 받는다. 수사는 기본적으로 밀행성을 통해 수사 기밀을 유지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 수사기관을 믿을 수 있도록 수사를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검찰이 피의자를 공개 소환하거나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것은 투명성을 높이는 일이다. 

그러나 검찰총장조차 대통령 부인의 소환사실을 까맣게 몰랐다. 조사가 거의 끝날 무렵, 한밤중에서야 통보했다. 그것도 제 3의 은밀한 장소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의 해명은 더 가관이다. "주가조작에 이은 디올백 관련 조사는 조사현장에서 설득해 이뤄질 만큼 유동적이었다"고 밝혔다. 대통령 부인이 사정사정하는 검찰에 아량을 베풀었다는 얘기이다. 이런 권력 수사를 국민들이 믿을 턱이 없다. 권력에만 줄서고 국민들은 얕잡아 보는 전형적 검사의 본모습이다.


수사 절차가 무너지면 수사 결과도 송두리째 신뢰를 상실한다. 채 상병 사망사건이 대통령을 향하는 권력사건이 된 것도 모두 절차무시 때문이다. 이종섭 장관은 자신이 결재한 해병대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번복시켰다. 이 번복 행위가 있으려면 그에 걸맞는 사정 변경이 있어야 했다.

경찰은 어떤가. 경북경찰청이 이첩을 받은 수사기록을 무단으로 국방부검찰단에 돌려준 순간, 경찰 수사는 그때 사실상 종쳤다. 이첩 증거물을 돌려준 건 '외압'에 굴복한 것이기 때문이다. 경찰이 임성근 사단장에게 면죄부를 주고 수사 결과를 거의 1년이 다 된 시점에 발표했지만 그 수사 결과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못하는 사건이 되었다.

권력 수사는 위험천만하다. 자신의 몸을 던지지 않고 성공시킬 수 없다.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권력의 칼과 수사의 칼날이 부딪치는 일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김건희 여사가 누구인가. 이원석 검찰총장은 항명의 피해자지만 동시에 가해자이다. 그는 자신의 몸을 던지지 않고 권력 수사를 원칙대로 이끌 수 있다고 오판했다. 그 사이 제 2인자가 권력과 결탁하고 그의 지휘권을 싹둑 베어버렸다. 고려 말 무신정권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항명수괴로 몰린 해병대 수사단장 박정훈을 보라! 자신의 몸을 던지지 않고 불의와 권력에 맞설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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