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실상 기준금리’ 전격 인하, 경기 부양책 시발점?

이명철 2024. 7. 2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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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시장 예상 깨고 5개월만에 LPR 낮춰
3중전회서 경제 엄중 인식, 내수 활성화 등 도모
美 기준금리 인하 관측도 영향, 지준율 인하 주목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 인민은행이 시장 예상을 깨고 5개월 만에 사실상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전격 인하했다. 중국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제20기 3차 전체회의(3중 전회)가 끝난 직후 나온 조치여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위안화 안정에 대한 자신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위안화 지폐(사진=AFP)
인민은행은 5년물 LPR을 3.85%, 1년물 LPR은 3.35%로 전달보다 각각 10bp(1bp=0.01%p)씩 인하한다고 21일 밝혔다.

LPR은 매달 20개의 주요 상업은행이 결정한 금리를 취합해 정리한 것이다. 5년물은 통상 주택담보대출, 1년물은 신용대출 같은 일반대출 금리의 산정 기준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기준금리로 불린다. 중국이 LPR을 낮춘 것은 5년물을 4.2%에서 3.95%로 인하한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이다. 1년물 LPR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인민은행은 LPR을 결정하기 전 이달 15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를 2.5%로 동결한 바 있다. 정책금리인 MLF가 유지되면서 시장에서도 7월 LPR 동결을 우세하게 봤으나 예상을 깨고 5년물과 1년물을 모두 내린 것이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스위스 은행 UBP의 카를로스 카사노바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는 “현재 중국의 인플레이션은 목표치 약 3%와 격차가 엄청나 정책 조치가 필요해 보였지만 은행이 1년물과 5년물 LPR을 모두 인하하기로 한 것은 당초 예상보다 큰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중국이 3중 전회 이후 통화정책을 내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주 열린 3중 전회에서는 중국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대내외 문제에 직면해있다며 엄중한 상황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특히 3중 전회가 개막한 15일에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발표됐는데 전년동기대비 4.7% 증가에 그쳐 연간 성장률 목표치인 5% 달성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중앙은행은 병든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예상치 못하게 금리를 인하했다”며 “편향된 회복세가 힘을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데이터가 쏟아진 지 며칠 만”이라고 평가했다.

3중 전회 결정문을 보면 신품질 생산력 같은 공급 측면의 개혁을 주로 강조했는데 경제와 관련해서는 내수 활성화를 언급했다. 이후 LPR 인하를 통하 유동성 공급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도 LPR 인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는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과 금리 격차가 확대되면서 달러화 대비 위안화 약세를 우려해 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ING그룹 수석애널리스트인 린 송은 “최근 미국의 비둘기파적인 발전과 지난 한 달간 달러화의 약세는 중국이 금리를 인하하기에 적합한 창구를 만들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3중 전회에서 2035년까지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완성하고 2029년까지 모든 개혁 과제를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추가 정책이 나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싱가포르 OCBC은행 중화권 연구책임자인 토미 셰는 로이터통신에 “앞으로 5년 내 모든 개혁을 완료하겠다는 비교적 짧은 기간은 중국이 높은 수준의 사회주의 시장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함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다음에 주목할 만한 조치는 은행이 적립해야 하는 예금의 비중인 지급준비율(RRR) 인하다. 인민은행은 올해 2월 지준율을 0.5%포인트 인하했는데 이후 꾸준히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준율을 내리면 은행이 쌓아둬야 할 예금의 규모가 줄어들어 그만큼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

로이터는 “올해 8월과 9월 거의 1조위안(약 190조원) 규모의 MLF 만기가 도래하는데 RRR 인하를 통해 이러한 유동성 일부를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명철 (twom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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