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 해외 성적표] GC, 수익성 악화에 中법인·자회사 팔아…미국·베트남에 집중

허지윤 기자 2024. 7. 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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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중국 첫 진출 GC차이나, 적자 경영
홍콩법인, 2014년 대비 부채 6배 증가
미국 ‘알리글로’ 성공 관건
GC는 홍콩법인 지분 전량을 중국 CR제약그룹(화륜 제약그룹)의 자회사인 CR 보야 바이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체결했다고 17일 밝혔다. 사진은 치우 카이(Qiu Kai) CR 제약그룹 부사장 겸 CR 보야 바이오 회장 (왼쪽), 허용준 GC 대표이사 사장이 계약 체결을 기념하며 악수를 하고 있다. /GC

GC녹십자그룹이 해외 사업 전략을 수정하며 새 판을 짜고 있다.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이른 1995년 중국 현지에 진출한 GC가 실적이 부진하고 부채가 급증하자 중국 법인과 자회사를 정리해 효율화에 나섰다. 겉으로는 효율화, 판매망 확보처럼 좋은 말로 포장했지만 실제로는 중국 사업을 접는다는 의미이다.

한국 제약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추진하지만 실패 사례도 적지 않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로 나갔다고 무작정 좋게 평가할 일은 아니란 말이다. 업계에서는 이 시점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 성적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이 점에서 GC는 많은 기업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익성 악화에 중국 진출 상징도 매각

지난 17일, GC(녹십자홀딩스)는 약 3500억원 규모의 GC홍콩법인(Green Cross HK Holdings Limited.) 지분 전량을 중국 CR제약그룹(화륜제약그룹) 자회사인 CR보야바이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자회사인 녹십자 생물제품유한공사(이하 GC차이나)를 비롯한 6곳도 함께 넘겼다.

GC 측은 이번 홍콩법인과 중국 자회사 매각에 대해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수익성 악화가 주 배경으로 지목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C홍콩법인은 지난해 30억 3500만원의 순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에는 영업손실 19억 6000만원, 순손실 23억 9700만원을 기록했다. 올 1분기 말 기준 부채 규모는 638억 2200만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부채가 6배 넘게 늘었다. 지난 2014년 결산 기준 GC홍콩법인의 부채 규모는 105억 3700만원이다.

이번 매각의 핵심은 GC차이나이다. 이 회사는 녹십자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1995년 중국 안휘성 화이난시에 설립된 혈액분획제제 회사다. 중국 현지에서 알부민을 비롯한 혈액제제를 제조, 판매하며 중국 사업 교두보 역할을 해왔다. 2010년 7월 설립된 GC홍콩법인은 GC그룹의 중국 사업을 위한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그 아래 GC차이나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다.

GC차이나도 적자다. GC차이나는 2022년 58억 4000만원에 이어 지난해 33억 3300만원의 순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은 19억 4600만원, 순손실은 26억 800만원 규모다. 1분기 말 기준 부채는 775억 6200만원에 달한다. 또 다른 중국 자회사 안휘거린커약품판매유한공사는 올해 1분기 15억 3800만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작년 연간 순이익은 25억 2100만원이었으나, 2022년 22억 7500만원의 순손실을 봤다.

이번에 중국에 넘긴 회사들은 10년 전만 해도 녹십자그룹 실적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2014년 GC차이나의 영업이익은 39억 7600만원, 순이익 22억 8400만원이었다. 같은 해 안휘거린커약품판매유한공사의 영업이익은 21억 8900만원, 순이익은 14억 4100만원, GC홍콩법인의 영업이익은 7억 8200만원, 순이익 6억 9900만원을 기록했다.

GC의 중국사업 수익성이 악화한 데는 중국 시장 환경이 팍팍해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C는 중국이 복제약 개발 속도가 빠르고 원가도 저렴하기 때문에 고가 의약품인 혈액제제(알부민·면역글로불린)로 중국 현지 사업 승부를 걸었다. 이런 중국 진출 전략은 한동안 유효하게 작용했으나 중국의 고가 의약품 규제 강화에 성장성이 둔화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불똥까지 튀었다.

그룹 측은 “중국 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과거와 비교해 둔화하는 추세이고, 중국의 ‘의료위생 체제 개혁 강화’ 정책에 의해 고가 의료비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의료위생 체제 개혁 강화 정책은 중국 사회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자국의 값싼 복제약과 중국산 의약품 개발을 장려하고 고가 의약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게 골자다.

물론 GC가 중국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를 넘긴 중국 기업을 통해 수출 사업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생산되는 혈액제제 ‘알부민’과 유전자재조합 방식의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CR제약그룹을 통해 유통한다고 밝혔다. GC 측은 “전국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CR제약그룹과의 계약을 통해 중국 시장 수출 확대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GC녹십자의 '알리글로' 제품 패키지(IGIV 10%). /GC녹십자

◇미국 ‘알리글로’ 성공에 집중… 베트남 시장 개척

제약업계는 GC가 중국 대신 미국에서 혈액제제 사업 승부를 걸며 ‘선택과 집중’을 택한 것으로 해석했다. GC는 “혈액제제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주산물 중 하나인 면역글로불린은 미국으로 수출하고, 알부민은 중국에 수출해 혈액제제 생산의 효율을 극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수익성이 낮은 사업 영역은 정리하고, 알짜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의미다. 면역글로불린은 미국이, 알부민은 중국이 최대·최고가 시장으로 여겨진다.

최근 이 회사 동향을 보면 실제로 해외 사업이 사실상 중국에서 미국으로 무게 추가 옮겨간 모양새다. GC는 작년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관문을 통과한 면역글로불린 제제 ‘알리글로’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현지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알리글로는 영업이익률 20% 이상의 고수익 제품이다. GC는 미국 법인을 통해 알리글로를 직접 판매한다.

증권가에서도 알리글로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현재 이 회사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지목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직접 판매 준비로 인해 미국 법인의 2분기 실적은 1분기와 유사한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면서 “하반기 미국에서 알리글로 매출 확대 속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GC는 지난 8일 알리글로 미국 초도물량을 선적했다. 현재까지 4개 미국 대형 처방급여관리업체(PBM)와 계약을 맺으며 미국 보험사·판매사 계약이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PBM은 사보험 처방 약의 관리 업무를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업체로, PBM을 통한 처방집 등재는 미국의 의료보험 급여 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뜻한다.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알리글로의 2025년 매출액은 1500억원으로 전망한다”며 “알리글로가 녹십자의 영업이익 개선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한다. GC는 페니카(Phenikaa) 그룹과 베트남 최초의 유전자·암 전문 종합 진단·판독기관을 설립하기로 했다. GC녹십자의료재단이 기관의 오랜 노하우를 활용해 진단검사실을 구축하고, 종합 건강검진 전문기관인 GC녹십자아이메드가 베트남 현지 중상류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건강검진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종합건강진단센터는 페니카 그룹이 8월 중 열 예정인 하노이 남뚜리엠 지역 8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 4개동 중 1개동에 들어선다. 건강검진센터는2·3층에서, 진단검사실은 4·5층에 위치하며 내년 6월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증권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 GC녹십자의 매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어 4537억원, 영업이익은 25% 감소한 17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알리글로 미국 직접 판매 준비를 위한 비용 반영과 자회사 지씨셀의 연구개발(R&D)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이 줄었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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