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사랑’ vs ‘위드후니’, 팬카페로 번진 與 내홍…‘허위사실 고발’ 경고전까지
건사랑 “韓, 총선서 도왔는데 배신감”…위드후니 “김건희 리스크가 문제”
‘팬덤 전쟁’ 격화에…與 내부선 “보수 지지층이 분리될 수 있다” 우려도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뒤흔든 '문자 논란' 등 내홍이 김건희 여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팬카페 간 갈등으로까지 번진 모양새다. 양측은 상대 팬덤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있다며 경찰 고발을 예고하기도 했다. 특히 김 여사 팬카페 운영진은 카페명에 넣었던 '한동훈' 단어까지 빼고 '건사랑'으로 복귀시키며 한 후보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여권 내부에선 이 같은 '팬덤 전쟁'이 향후 당정관계 등에까지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사저널의 취재에 따르면, 김 여사의 팬카페는 당초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한동훈 국민의힘, 건승코리아'로 카페명을 바꿨다가 최근 다시 '건사랑'으로 복귀시키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모바일 버전에서는 건사랑으로 홈페이지 베너 등을 모두 바꿨고, PC 버전의 경우는 포털 규정에 따라 8월 중으로 복귀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엔 최근 한동훈 후보의 스탠스가 팬카페의 방향성과 결이 달라졌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전언이다. 앞서 지난 총선 정국에서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 관련 사과 의향 문자를 무시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당내에선 각종 잡음이 나온 바 있다. 일각에선 해당 논란이 총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승환 건사랑 대표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여당 승리를 위해 한동훈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까지 넣어서 '한동훈 국민의힘 건승코리아'로 바꾸고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왔다"며 "하지만 이번 (문자 논란 등) 사태로 한 후보에게 느끼는 배신감이 있다. 한동훈 후보는 우리와 결이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커질까봐 조직적으로 나서진 않지만, 팬카페에도 배신감을 느끼는 회원들이 대다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팬덤 간 신경전 계속…한동훈 체제 되면 당정관계에도 영향?
특히 팬카페 운영진이나 회원들 간 충돌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문자 논란이 불거진 직후인 6일엔 건사랑의 운영진 A씨가 공지글을 통해 모 위드후니 회원에 대한 '경찰 고발'까지 예고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김 여사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는 등 허위사실을 게시하거나 근거 없는 비방이 위드후니에서 공개적 글로 올라오고 있다며, 해당 글을 지우지 않으면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발조치하겠다고 강력 경고했다.
A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당시 위드후니에 올라 왔던 문제의 글이 한 시간 만에 곧바로 삭제 처리되면서 실제 고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면서도 "최근 김 여사와 관련한 인신 공격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너무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위드후니에 올라오는 각종 문제성 글이나 데이터 등을 모으고 있다"며 "같은 지지층의 팬덤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건사랑 회원들도 팬카페를 통해 한 후보에 대한 공세를 집중시키는 분위기다. 일부 회원들은 "한동훈이 당대표가 되면 보수를 궤멸시킬 것이다" "나경원 후보와 관련한 '패스스트랙 건 폭로'는 같은 보수층으로서 참을 수 없다"며 한 후보의 정치 정체성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 특히 일각에선 야권이 추진 중인 소위 '한동훈 특검법'까지 거론하며 "우병우 변호사가 직접 맡아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반대로 위드후니 측에서도 건사랑의 행보와 선긋기를 하며 김 여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드후니의 일부 회원들은 총선 내내 당의 발목을 잡은 것은 '김건희 리스크' 때문이라며 한 후보를 두둔하기도 했다. 한 회원은 팬카페를 통해 "오히려 문자 논란이 김 여사와 한 후보의 차별성을 더욱 부각시키면서, 당내 지지세가 더욱 한 후보에게 모이고 있다. 논란을 흘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OOO 의원, 땡큐"라고 적기도 했다.
두 팬덤은 앞서 총선 정국이었던 지난 1월에도 공개적으로 맞붙은 바 있다. 당시 건사랑(구 건승코리아) 운영진들은 국민의힘 중앙당에도 위드후니 운영진의 최근 행태를 비판하며 "당직자나 전·현직 의원, 당 관계자들이 위드후니와의 활동을 자제하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위드후니 운영진도 "이곳은 한 위원장 팬클럽으로, 다른 공인에 대한 평가나 지지는 회원님들의 자유"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팬덤 간 충돌이 격화될 경우 여권 내의 지지층 분리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만약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팬덤 간 싸움이 당정관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셈이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초 건사랑과 위드후니 팬덤층은 '보수'라는 교집합이 더 큰 세력이었는데, 총선 이후 일련의 사태를 겪으며 오히려 당 주류층을 양분시키고 있다"며 "앞으로 민주당에서 나타나는 팬덤 정치의 악영향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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