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홍일의 감성, 클래식美학] 금호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 스티븐 허프 피아노 리사이틀
피아니스트의 리사이틀 연주에서 전후반 연주곡 순서를 뒤바꾸었으면 감상자 관객이 부담없이 더 스무스(smooth)하게 감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리사이틀을 만나는 때가 있다.
금호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로 지난 13일 토요일 저녁 연세대안의 금호연세아트홀에서 열린 스티븐 허프경 피아노 리사이틀이 내게는 그랬다.
전반부의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가 부드러운 종결인데 비해 후반부 메인연주곡 쇼팽 소나타는 임팩트있는 클로징이다보니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엔 더없이 적절했다는 일부 관객들의 의견들도 있었지만 스티븐 허프가 프랑스 여류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매력적인 피아노 소품 연주곡들을 전후반 앞 부분 배치했음에도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의 연주로 초반부터 오늘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무겁게 흘러간다는 감을 개인적으로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을 내가 하게 된 것은 리스트 소나타 b단조가 피아노 소나타임에도 불구하고 3악장이 아닌 단악장이라는 매우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곡이며, 낭만주의 최고의 피아노 소나타 중 하나로 평가받는 까닭이다.
이에 테크닉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30분이라는 쉼 없이 연주해야 하는 지구력 측면에서나 이 곡은 연주하기 매우 어려워 현대의 비루투오소 피아니스트들에게도 도전적인 곡으로 현대 피아니스트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피아노 곡들 중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피아노 곡 중 하나로 평가받는 점에서 스티븐 허프가 이 곡을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3번 대신 후반부에 연주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던 생각이 든다.
이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의 경우 제2악장 Scherzo: Molto vivace가 우아하고 경쾌한 짦은 스케르초로 상하좌우로 쉬지 않고 감미롭게 질주하는 리듬, 제3악장 Largo 역시 조용한 거실에서 상드와 쇼팽 두사람이 달콤한 사랑을 이야기하면서 행복에 취해있는 듯 하다는 곡의 분석을 감안해보면 더욱 그렇다.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또다른 진면목 보인 스티븐 허프!"
스티븐 허프는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에 앞서 서울시향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협연으로 7월 10-11일 두차례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협연무대를 가졌다.
필자는 첫날 무대를 찾았는데 2년만에 서울시향 지휘 포디엄에 오른 상대적으로 지휘자 김은선에 쏟아지는 객석 관객들의 주목과 스포트라이트 속에 전반부에 등장한 영국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는 내성부의 정교함과 화음의 색채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을 매우 도전적이고 스릴 넘치게 만드는 연주로 이끌었으나 국내 팬들에게 같은 동국인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미국의 세계적 여류 지휘자인 마린 알솝과 번 클라이번 피아노콩쿠르에서 있었던 파이널 연주에서 이곡으로 우승하던 팔이 안으로 굽는 깊은 감동은 국내 관객들이 느끼기엔 다소 괴리가 있었던 연주를 들려주지 않았나 싶다.
이런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의 연주에 대한 아쉬움은 7월13일 연세대학교내 금호연세아트홀에서 있었던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리사이틀에서 상당부분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허프는 이날 자산의 개인 피아노 리사이틀에서 프랑스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에튀드, 가을, Op. 25/2와 피아노를 위한 이전에, Op. 87/4, 피아노를 위한 주제와 변주 A장조, Op. 89, 피아노를 위한 숲의 요정, Op. 60등 매력적인 소품들의 피아노 연주들을 전후반 각각 초반부에 배치하고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와 쇼팽 피아노 소나타 제3번, b단조, Op. 58을 전후반 메인 곡으로 올해 내한 피아노 리사이틀을 가진 폴 루이스나 프레디 켐프 같은 영국계 피아니스트들의 한 세대 위의 연륜섞인 연주들을 선보였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스티븐 허프가 예전 2019년 8월에 심포니송과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제2번, 2021년 7월에 대전시향과 마스터즈 시리즈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3번, 이어 같은 시기에 광주시향과 홍석원 지휘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를 협연한 것을 보면서 2022년 11월에 서울시향과 협연키도 한 프레데릭 기 같은 체재형 피아니스트의 모습이 떠올랐다.
참고로 2022년 11월달 거의 10년만에 서울시향과 협연무대를 가졌다는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는 내게는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전천후 새 본보기의'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주를 보여주는 이미지로 비쳐졌었다. 샤를 리샤르-아믈랭 캐나다계 피아니스트도 쇼팽의 24곡의 프렐류드, Op. 28등의 국내에서 자신의 리사이틀과 필하모니코리아 창단연주회에서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연주로 이런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이미지를 이어갔지만 지난 2022년 11월9일 금호연세아트홀에서 있었던 프레데리크 기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이나 제12번 '장송행진곡', 베토벤 소나타 제25번 '뻐꾸기', 그리고 베토벤 소나타 제28번의 연주곡들로만 듣고서는 사실 나는 프레데리크 기의 그런 여러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모습을 실감할 수는 없었다.
"리스트와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에 앞서 샤미나드의 매력적 소품연주곡 선사!"
일주일이 지나고서야 프레데리크 기가 11월17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시향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연주를 듣고서야 나는 프레데리크 기가 최근 정형화되고 있는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진면목을 보여주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데 프레데릭 기 피아노 리사이틀의 색다른 중요한 의미가 내게 다가왔다.
역으로 스티븐 허프는 서울시향과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제3번의 연주는 다소 아쉬움을 주었을 지는 모르지만 세실 샤미나드의 피아노 소품 연주곡들과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및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으로 관객들의 감성을 쥐락펴락 감동시킨 것은 이런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진면목의 또다른 일환인 것 같아서 금호 인터내셔널 마스터즈에 출연한 스티븐 허프경의 피아노 리사이틀에 그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앞서 언급했지만 60대를 넘긴 스티븐 허프경의 피아노 리사이틀은 한세대 아래의 폴 루이스나 프레디 켐프같은 동국의 영국계 피아니스트들의 타건과는 결이 다른 연륜이 쌓여져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다는데 스티븐 허프 리사이틀의 각별한 의미가 있다.
스티븐 허프를 차별화하는 요소로는 또 그가 이 시대 가장 탁월한 예술가중 한명으로서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작곡가와 작가, 화가로서의 독보적인 명성을 쌓고 있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1983년 뉴욕 나움버그 콩쿠르 우승을 시작으로 스티븐 허프는 유럽, 아시아, 미주의 주요 오케스트라와 협연했고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부터 뉴욕 카네기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저명한 공연장의 콘서트 시리즈에 초청받고 있는 허프의 일종의 전천후 체류형 피아니스트의 진면목을 서울의 관객들이 맛볼 수 있었던 것은 행운에 가깝다고 해야겠다.
특히 BBC프롬스에서 선보였던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랍소디의 광채는 필자에게도 인상적인 연주의 기억으로 남아있는데 29회 이상 협연한 BBC프롬스에서 허프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선보였고 올드버러, 아스펜, 블로썸, 에딘버러, 라 로크 당테롱, 헐리우드 보울, 모스틀리 모차르트, 잘츠부르크, 탱글우드, 베르비에등 스티븐 허프는 세계 주요 음악제에 정기적으로 초청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60장에 달하는 그의 디스코그래피중 대부분은 독일 음반 비평가상, 디아파종 도르, 몽드 드 라 뮈지크등을 수상하며 주요 평단으로부터 극찬을 받아왔고 출판사 요제프 와인버거를 통해 스티븐 허프는 오케스트라, 합창, 실내악, 오르간, 하프시코드와 피아노 독주를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글,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 2012년부터 음악칼럼니스트로 활동. 현재는 한국소비자글로벌협의회에서 주한 대사 외교관들의 지방축제 탐방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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