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트럼프’에 비상 걸린 유럽...국방비 늘리고 징병제 부활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우리가 더 급해”...지원 줄이고 자국 국방비 늘리는 유럽국가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거세지면서 전 세계가 ‘트럼프 재선 대비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장의 총격 사건 이후 오히려 굳건한 모습을 보여준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령과 건강 문제로 논란에 오른 전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비되며 인기가 치솟았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트럼프의 재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특히 비상에 걸린 나라들은 유럽국가들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소속 유럽 국가들이 비용은 대지 않고 자국 안보를 무임승차 해왔다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올해 초에는 나토가 방위비를 늘리지 않으면 러시아가 침공해도 보호하지 않고 부추기겠다는 말까지 하면서 유럽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최근 트럼프 2기를 대비해 국방력 증강에 나섰다.
◇유럽 전쟁 위험 어느 때보다 높아...사라졌던 징병제가 돌아온다
21일(현지 시각) CNN에 따르면, 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냉전 이후 사라졌던 징병제를 새로 도입하거나, 이미 도입한 국가들은 규모를 늘리고 여성의 징병제까지 확대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후로 스칸디나비아와 발트해 연안 국가 등 러시아와 비교적 가까운 국가들은 침략 위협으로 지난 몇년 새 징병제를 재도입했다. 발트 3국 중 하나인 라트비아는 유럽에서 징병제를 가장 최근에 시행한 나라로 올해부터 남성이 18세가 된 후 12개월 이내에, 학업 중인 남성은 졸업과 동시에 군 복무를 해야 한다.
남성 대상 징병제를 실시하던 덴마크는 지난 3월 복무기간을 4개월에서 11개월로 늘리고 여성 징병제도 실시하기로 했다. 역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새로운 안보 환경에 맞는 방어가 필요하다”면서 지난 4월 국방예산을 거의 2배로 늘리고 징집병을 2만명 이상 늘리는 내용의 장기 국방계획을 발표했다. 스웨덴은 올해 7000명을 징집했고, 내년에는 징집 규모를 8000명으로 늘리는 등 징병 규모를 확대 중이다.
현재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동유럽과 북유럽의 국가들이다. 이들은 러시아와 국경이 비교적 가까워 실질적인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징병제 논의는 서유럽 국가들로도 번져가고 있다. 영국 보수당은 지난 총선 과정에서 의무 복무제를 재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으며 독일도 유럽에서 큰 전쟁이 터질 것을 대비해 병력을 늘리기로 하면서 2011년에 폐지한 징병제 재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세르비아·크로아티아·루마니아·체코도 의무복무 도입을 논의 중이다.
나토 유럽 연합군 최고 사령관을 역임했던 웨슬리 클라크 장군은 러시아가 ‘소련 제국 재건’을 목표로 하면서 유럽에서의 전쟁 위험이 커지고 있고 유럽이 방어체계를 재건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올해 우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전쟁이라는 살육 현장에 등 떠미는 논의를 한다는 사실은 매우 슬프지만, 러시아는 강경하다”며 “냉전인지 새로운 전쟁의 국면일지는 모르겠지만 나토 유럽국에게는 코앞까지 닥친 위험이다. 징집을 포함해 당장 국방력을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날벼락 맞은 우크라...유럽국들 지원 줄이고 자국 방위비 증대
러시아의 침략을 막고자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던 유럽 국가들은 트럼프의 정책 기조로 인해 자국 방어가 더 절실해졌다. 이에 독일은 내년 우크라이나 군사지원금을 반토막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의 내년 예산안 초안에서 독일의 우크라이나 지원액은 올해 80억 유로(약 12조800억원)에서 내년에는 40억 유로(약 6조400억원)로 삭감될 예정이다. 프랑스와 영국 등도 올해 초 트럼프의 발언에 거액의 방위비 증액을 계획한 바 있는데, 자국 방위 예산이 늘어나면 필연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금액에 타격이 있을 거란 전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우크라이나 지원 감소는 물론, 각국에 요구하는 방위비 금액은 예상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특히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이 그의 러닝메이트가 되면서 가능성은 더 커졌다. 밴스 의원은 ‘이스라엘에 강한 지지, 우크라이나 대규모 지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도 더 극단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의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는 밴스에 대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을 전면 중단하기 바란다는 점에서, 밴스는 트럼프보다 더 급진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유럽연합 45개국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따른 방위비 부담을 논의하고자 지난 18일 영국 런던 인근 블레넘궁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는데, 미국과 유럽의 동맹 체제를 보다 공고히 해야한다는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 결국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그의 주문에 맞춰 유럽 국가들이 어느 정도 방위비를 증액하게 될 것은 기정 사실화된 것이다.
이와 함께 ‘트럼프 2기’는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CNBC에 따르면 무역정책의 불확실성과 국방·안보 압력 증가, 미 국내 정책의 파급효과 등이 유럽에 영향을 미치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타격을 입고 인플레이션도 다시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트럼프의 재선은 긍정적이던 유로 지역 성장 전망에 상당한 하방 리스크(위험)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리의 기본 추정치는 물가상승률이 0.1% 포인트 상승하면 GDP가 약 1% 정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아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에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