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같은 분” 김민기 별세에 각계 추모

남지은 기자 2024. 7. 2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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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학전 대표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전 출신 배우 장현성은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부산 촬영 중 (고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급하게 빈소로 가는 중"이라며 "제 인생의 큰 나무 같은 분이셨다. 힘겨울 땐 기대어 그 그늘에서 쉴 수있었고, 비를 피하며 그 밑에 모여 앉아 해가 뜨길 기다렸다"며 존재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힘을 준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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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학림에서 가수 김민기 별세 관련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대학로 소극장의 상징 ‘학전’을 운영해온 김민기 대표는 지난 21일 별세했다. 사진은 학림에 걸려있는 학전의 대표작 ‘지하철 1호선’ 포스터. 연합뉴스

김민기 학전 대표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각계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학전 출신 배우 장현성은 22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부산 촬영 중 (고인의) 별세 소식을 듣고 급하게 빈소로 가는 중”이라며 “제 인생의 큰 나무 같은 분이셨다. 힘겨울 땐 기대어 그 그늘에서 쉴 수있었고, 비를 피하며 그 밑에 모여 앉아 해가 뜨길 기다렸다”며 존재만으로도 살아가는 데 힘을 준 어른이었다고 말했다. 장현성은 설경구, 김윤석, 조승우, 황정민과 함께 ‘학전 독수리 5형제’로 불리는, 학전이 배출한 스타 중 한 명이다. 학전 출신 배우 정문성도 “제겐 아빠같은 분이셨다”며 “오전에 부고 문자를 받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배우 김명곤과 연기했던 연극 ‘격정만리’에서 그를 눈여겨본 김민기에게 캐스팅돼 ‘지하철 1호선’ 초연 멤버로 설경구와 호흡을 맞췄던 방은진 배우 겸 감독은 “나를 포함해 학전을 거쳐간 많은 배우들이 배우로서 자신을 부끄럽지 않게 만들어준 인물로 그를 기억할 것”이라면서 “이 세상에 다시 나올 수 없는 전방위 예술가이고 대한민국 모든 이에게 인장으로 새겨진 가치를 노래로 가르쳐주신 분”이라고 회고했다.

가수들도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리며 애도에 동참했다. ‘학전 어게인’ 콘서트를 이끈 가수 박학기는 “형님 감사했습니다. 아름다운 곳에서 평안하세요”라고, 듀오 더 클래식의 김광진은 “대학 시절 저희의 많은 부분을 이끌어 주신 음악들 감사드린다. 많은 것을 배우고 싶은 분이었다. 음악도 삶도, 저희한테 주셨던 따듯한 격려도 기억한다”고 남겼다. 이적은 김민기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형님, 하늘나라에서 맥주 한잔 하시면서 평안하시리라 믿습니다. 나의 영웅이여,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가수 이적 SNS 갈무리.

고인의 서울대 미대 3년 후배인 화가 강요배(72)씨는 “1970년대 초반 유신 압제가 막 시작되던 시절에 자유를 갈망하는 청년들의 심경을 처음 노래로 풀어내면서 누구보다도 선구적으로 민중 정서를 담아낸 예술을 실천했다는 점이 매우 중요하다. 그의 노래들은 언제나 잔잔하게 울리면서 이후 문화예술운동에 깊은 힘을 주었다”고 떠올렸다.

정치권에서도 고인을 기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김민기 선생님께서 우리 곁을 떠나셨다. 참 많은 것을 남겨주셨다.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하며, 유가족께 위로를 전한다”고 올렸다. 이어 윤 대통령은 “동숭동 학림다방에서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열정이 마음에 울림을 주었다”고 고인과의 추억을 회고하면서 “역사는 선생님을 예술과 세상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지닌 영원한 청년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린이를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뜻이 ‘아르코꿈밭극장’에서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학전 소극장은 건물을 리모델링해 최근 어린이·청소년 중심 공연장 ‘아르코꿈밭극장’으로 재개관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날 아침이슬은 세대를 넘어 온 국민이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다”며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를 억압한 정권은 반드시 심판받는다는 사실, 역사는 생생히 증언한다”고 남겼다. 이어 이 대표는 “아침이슬의 노랫말은 이 엄혹한 현실 속에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일깨우고 있다”며 “고인이 가는 길을 슬퍼하는 비가 내린다. 부디 편안히 잠들기를”이라고 추모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우리 시대의 아픔과 기쁨을 노래하고 무대를 만들었던 김민기 선생이 어젯밤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당신은 ‘뒷것’을 자처했지만, 우리에게 푸른 하늘과 은하수를 보여줘서 좋았습니다. 우리 마음에 영원한 청년이고 푸른 향기를 뿌리던 솔잎이었으며 결국에는 최고의 ‘앞것’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추모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페이스북에 “김민기 님은 엄혹한 시대에 끝없는 고초 속에서도 민주주의의 열망과 함께 영원한 청년정신을 심어줬던 분”이라며 “그의 노래와 공연은 역경과 혼돈의 시대를 걷는 민중들에게 희망이었고 위로였다. 그는 음악으로 세상을 바꿨다. ‘상록수보다 푸르고, 아침이슬보다 맑은’ 김민기 님은 멀리 떠나셨지만, 우리들 가슴 속에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빈소에는 고인을 조문객들이 줄을 서서 기다려 고인을 추모했다. 가수 박학기·권진원·동물원의 박기영·시인과 촌장의 하덕규·알리·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문진오 등이 빈소를 찾았다. 영화감독 이창동·김동원, 배우 문성근, 노찾사 출신 김창남 성공회대 교수 등도 고인을 기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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