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은행원에서 50년 전통 만둣집 사장으로 변신한 이유

이삭 기자 2024. 7. 2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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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육거리소문난만두 이지은 대표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에서 50여년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육거리소문난만두’ 전경. 이삭 기자.

“대전의 성심당처럼 청주의 대표 브랜드로 성장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에서 만난 이지은 ‘육거리소문난만두’ 대표(39)가 말했다. 그는 만둣집 ‘육거리소문난만두’의 3대째 대표다.

육거리소문난만두는 50여년의 전통을 가진 만둣집이다. 1970년대 흥덕구 복대동 노점으로 시작해 1980년대부터 육거리시장에 자리 잡았다.

오래된 가게여서 이 만둣집에는 단골도 많다. 육거리시장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떨어진 은행에서 일하고 있던 이 대표 역시 이 만둣집의 단골손님 중 하나였다.

은행원이었던 그가 만둣집을 물려받은 것은 코로나19로 손님이 끊겨 어려웠던 2020년 가을이다. 코로나19로 운영이 어렵고, 2대의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 문을 닫으려 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그는 “만둣집 사장님이 남편의 고모 할머니뻘 되는 사람이었고, 가게를 물려받을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단골이었던 만둣집의 맛을 잃고 싶지 않아 가게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에서 ‘육거리소문난만두’의 전통을 3대째 이어가고 있는 이지은 대표. 이삭 기자.

50년 전통 만둣집의 뒤를 잇기는 쉽지만 않았다.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한시도 쉴 수 없는 근무환경 탓이었다.

이 대표는 “만두피부터 재료, 게다가 찍어 먹는 간장까지 모두 만들다 보니 앉아있을 시간이 없었다”며 “첫날 온종일 일하고 번 돈이 38만원에 불과해 그만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매출을 늘리기 위해 판매경로 확대에 나섰다. 시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만 만두를 판매했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만두를 고객들에게 가져다주는 배달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1년부터는 냉동만두를 개발해 온라인 매장으로도 진출했다.

판매경로를 늘리고 공격적인 마케팅 덕분에 하루 90인분을 판매하는데 그쳤던 판매량은 최근 300~400인분을 판매할 정도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8월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하는 ‘백년가게’에 이름을 올렸다. 만둣집 중 전국에서 6번째 백년가게다.

미국 시장도 노크하고 있다. 비건만두와 제로슈거 만두 레시피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처(FDA) 인증을 받은 국내공장에서 위탁생산 방식으로 만두를 생산해 수출한다는 계획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육거리시장 ‘육거리소문난만두’에서 지난 15일 이지은 대표가 이천 쌀맥주 협업하기 위한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이삭 기자.

그의 마지막 목표는 대전의 ‘성심당’처럼 육거리소문난만두를 지역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4월 33㎡의 작은 가게에서 3층 건물로 확장 이전했다. 1층은 만두 제조·판매장으로 사용하고, 2층은 시장 상인들을 위한 한식부페를 운영 중이다. 3층은 백년가게 히스토리룸과 만두 체험 운영 공간으로 꾸며 오는 9월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백년가게 히스토리룸과 만두 체험 운영 공간 운영으로 방문객들을 유치해 시장 활성화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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