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아리셀 화재는 예견된 참사”…이주노동자·화학물질 제도개선 촉구
31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와 관련해 위장도급·불법파견 해소 방안과 이주노동자 안전보건 대책, 화학물질 관리 대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민주노총과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 등은 오늘(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의 원인과 재발 방지 대책 긴급 국회토론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습니다.
이미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는 16명이 사망한 1989년 럭키화학 사고보다 사망자가 많은 최악의 화학 폭발 사고이자, 17명의 이주노동자가 사망한 사상 최대의 이주노동자 집단 산재 참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참담한 것은 이미 예견된 참사였다는 것”이라며 “참사의 근본원인인 위장도급 불법파견은 여전히 아무런 대책이 없고, 정부 부처나 경기도, 화성시가 준비한다는 사고조사, 점검, 안전대책에는 현장 노동자나 피해자와의 논의는 일절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성영 아리셀 대책위 공동대표도 “위험의 외주화를 넘어 이주화라는 산업현장의 인명 경시의 부당함이 이번 참사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며 “개선 대책을 끊임없이 요구해왔지만 어려운 경제 상황을 핑계로 방치한 이 정부는 목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이 있거나 임금체불 같은 위반 사항이 있을 때만 일터를 옮길 수 있는데,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한 탓에 노동자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용허가제는 차후 보완대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현장증언자로 나선 정기백 금속노조 삼성SDI 천안지회 사무장은 리튬전지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노동자가 주관하고 추천하는 ‘민관합동 안전보건활동’과 배터리사업 분야의 자격심사 강화, 위험물 취급사업장의 하도급 금지 등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현재순 화섬식품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전지산업 종합안전관리 대책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지도감독 강화와 도급 금지 대상 작업 지정 확대, 위험성 평가 제도 개선, 화학물질관리법상 리튬 사고대비물질 지정 관리, 배터리 제품안전 기준과 관리체계 점검 등을 요구했습니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파견·도급·특수고용 등에서 비롯된 산재 문제를 지적하며, 50인 미만 사업장 등 중소사업장의 안전관리 공백과 위험의 전가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류현철 일과환경건강센터 이사장은 소규모 사업장 문제와 중첩되는 이주노동자 안전보건문제를 제기하며, 노동자들에게 제도적 권리를 부여하고 노출 위험의 특성과 노출집단의 특성에 맞는 구체적 관리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류 이사장은 특시 고용허가제 하에서는 정부가 ‘파견사업주’라며 정부의 관리 책임을 강조했는데, 국가 차원의 위험성 평가를 통해 업종별 기획 감독의 대상을 제시하고 다양한 민간조직과 연계해 공동안전보건관리체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아리셀 대책위 피해자 권리보장팀 정경희 대표는 참사 피해자가 직접 정부의 조사과정에 참여해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대책 수립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아리셀 대책위 박세연 공동집행위원장은 실질적인 위험성 평가를 위한 법·제도 개선, 1·2차 전지 사업장 전수조사, 아리셀과 용역업체 메이셀의 불법적인 직업소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처벌, 민관합동 사고조사위원회 구성, 이주노동자 고용사업장 근로감독 확대 등을 요구했습니다.
한편, 민주노총, 아리셀참사대책위원회, 아리셀산재피해가족협의회는 내일(23일) 아리셀 사고 30일째를 맞아 서울고용노동청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5일 30분간 진행된 1차 교섭 이후 에스코넥·아리셀 사측이 유가족과의 교섭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고 정부의 구속 수사와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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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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