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규, ‘카르마’ 전...순례 길에서 만난 선,면, 색의 메아리

장재선 기자 2024. 7. 22.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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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끌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또 티끌이 있다.

그것으로 뜻과 이름을 갖는 것인가 하다.

그는 서울 혜화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카르마(Karma)'전을 19~24일 연다.

"한 점으로 비롯된 것이 선(線)이 되고 그것은 꼴을 갖춘 면(面)이 되었으며 그 꼴은 빛깔(色)을 띠었다. 그것들의 모둠은 소리가 되고 메아리로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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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규 화백이 ‘카르마’ 개막식에서 눈을 지긋이 감은 채 전시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앤서니 수사가 ‘카르마’ 전에서 그림을 둘러보고 있다. 장재선 전임기자

“언제나 마지막인 것이 처음인 듯 찾아온다

그렇게 해가 뜨고 날이 저무는데

그런 것들이 해묵은 먼지로 쌓여 가며

아무 말이 없는 그 점잖음이 어쩐지 좋은 날

티끌을 들여다보니 그 속에 또 티끌이 있다.

무릇 그렇듯 모든 것은 제 꼴에 맞는 소리를 담고

그것으로 뜻과 이름을 갖는 것인가 하다.

가질 수 없으며 버려지지도 않는 것

그것이 무엇인가 하여 머리로 그려보는데

손은 어느새 따라 그리고 있었다.

빈탕한 곳에 얽힘, 설킴, 꼬임 따위로 이뤄진 무늬

소리는 들리는 데 말로 할 수 없고

보이는데 그럴 수 없는 것이 있다.

카르마라고 했던가?”

김의규 화백이 작업일지에 이렇게 썼다. 그는 서울 혜화아트센터에서 개인전 ‘카르마(Karma)’전을 19~24일 연다.

지난 19일 서울 혜화아트센터에서 열린 전시 개막식에서 참석자들 사이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그림 색이 짙어졌어요. 깊은 느낌을 주네요.”

글 쓰는 작가로도 활동해 온 김 화백은 전시도록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한 점으로 비롯된 것이 선(線)이 되고 그것은 꼴을 갖춘 면(面)이 되었으며 그 꼴은 빛깔(色)을 띠었다. 그것들의 모둠은 소리가 되고 메아리로 울린다.”

그 메아리를 듣기 위해 이날 개막식에 모인 이들은 그의 화가 동료 뿐 만 아니었다. 경남 함양 책박물관‘고반재(考般齋)’의 종림 스님과 영문학자인 앤서니 수사(안선재 전 서강대 교수), 이경식 신학자(미국 클레어몬트신학대 부총장)가 함께 자리했다. 구중서 평론가, 천양희 시인(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유자효 시인(전 한국시인협회장), 황충상 소설가(‘문학나무’ 편집주간), 이숭원 평론가(서울여대 명예교수), 장원상 시인, 김기택·이진명 부부 시인 등 문인들도 많이 보였다. 김재홍 시인은 이날 개막식 사회를 봤다. 김의규 화백의 아내인 구자명 소설가는 “장마철 궂은 날씨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참으로 감사하다”라고 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정학 전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도 자리했다. 영등포구 ‘구상시인의 길’을 추진했던 박현우 구의원도 참석했다. 한국 문학계 거목인 구 시인은 김 화백의 장인이다.

김 화백의 화업을 오래 지켜봐 온 이시백 소설가는 축사를 했다. 이 소설가는 전시회 도록 발문에 이렇게 썼다. “지난한 순례의 노정에서 그가 만나고, 헤어지며 지나온 길들은 그의 카르마라 하겠습니다. 길고도 깊은 인연의 업으로 촘촘히 짠 그물망 같은 그 길을 새로운 ‘조형언어’의 신발로 걸어갈 화가의 노정이 흥미롭고, 거기에 엎드려 솎아낼 풀들의 카르마가 깊고도 아득하게 다가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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