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누가 이길까···돈냄새를 따라가면 보인다
바이든에 정치자금 기부 머뭇거려
2Q 모금액서 트럼프에 추월당해
대통령 후보 사퇴까지 끌어내는
미국 대선판 ‘돈의 위력’ 실감
아직 전당대회를 치르지 않아 해리스 부통령이 정식 민주당 대선 후보도 아닌 상태에서 바이든 캠프가 신속하게 이름부터 바꾼 이유는 뭘까. 바로 ‘돈’ 때문이다.
바이든 캠프에 쌓인 선거 자금은 현금 기준으로 지난달 9000만 달러(약 1250억원)가 넘는다. 대선까지 107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신속한 선거운동 자금 집행과 더불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후보직 사퇴를 활용해 정치자금 모집에 군불을 때려는 의도로 서둘러 명칭 변경 절차에 나선 것이다.
재선 도전 포기에 맞물려 선거 캠페인 명칭이 순식간에 바뀌는 미국의 선거 풍경을 보면 대선 판도를 가르는 변수로 돈의 영향력이 얼마나 지배적인지를 실감할 수 있다.
CNN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지난 4~6월에만 4억3100만 달러를 후원받아 같은 기간 바이든 캠프 모금액(3억3200만 달러)를 크게 앞질렀다.
바이든 캠프는 1분기만 해도 총 1억8600만 달러를 모금해 트럼프 캠프(1억3700만 달러)보다 우세했지만 2분기에서 대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트럼프 캠프에 대규모 정치자금 유입의 물꼬를 튼 이는 바로 미국의 금융 재벌 가문 출신인 티머시 멜런이었다.
그는 ‘석유왕’ 존 록펠러,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에 이어 미국의 3대 자산가로 꼽히는 앤드루 멜런의 손자로, 지난 2분기 중 트럼프 캠프에 개인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인 5000만 달러(약 700억원)을 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총기 피습 사건을 당한 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까지 나서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위해 매달 약 4500만 달러(약 620억원)를 기부할 예정이다.
미국 대선의 판을 흔드는 이 같은 정치 자금의 흐름은 자금 모금과 지출에 제한이 없는 민간 정치조직인 ‘수퍼팩’(Super PAC)을 통해 이뤄진다. 여기에서 조성된 천문학적 정치자금을 거액의 TV 광고 등에 집행한다.
지난 2분기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통큰 기부를 한 티머시 멜런의 경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Inc.) 수퍼팩을 이용했고, 일론 머스크는 ‘아메리카 PAC’를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은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를 꺾을 적임자로 니키 헤일리를 지목하고 그녀의 선거운동을 돕는 수퍼팩에 25만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적진에서 승리가 유력한 후보의 싹을 자르기 위해 경쟁 후보를 지원하는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거물급들이 움직이는 정치자금은 대선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미국의 억만장자 찰스 코크가 이끄는 수퍼팩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은 공화당 헤일리 후보가 트럼프 후보에게 연거푸 패배하자 지난 2월 자금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트럼프와 TV 토론에서 형편 없는 고령의 약골 이미지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 이 같은 거물급들의 기부에 악재로 작용했다.
바이든 대통령을 상대로 최근 넷플릭스 공동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와 월트디즈니 창업주 가문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디즈니 등 거물급 자산가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가 교체될 때까지 기부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라는 희생적 결정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바뀐 ‘쩐의 전쟁’ 판세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총기 피습을 당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간 ‘샤이 트럼프’ 위치에 있었던 고액 자산가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기부 움직임을 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가 21일 민주당의 기부금 플랫폼인 ‘액트블루’를 분석한 결과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 사퇴 발표 이후 오후 10시까지 액트블루에는 700억원에 이르는 5000만 달러의 후원금이 모아졌다. 이는 2020년 대선 이후 민주당이 온라인을 통해 받은 일일 기부금으로는 가장 많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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