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다 했어" "그저 고맙지"...세상 떠난 김민기의 마지막 말

고경석 2024. 7. 2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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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어. 가족이 걱정이지."

20세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아침이슬'의 작사·작곡자이자 가수이며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 년간 이끈 연출가 김민기는 21일 이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김민기는 1951년 3월 31일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아침이슬'이 담긴 첫 앨범을 통해 공식 데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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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기, 별세 직전 가족들에 남긴 말 
위암이 간으로 전이돼 건강 악화
학전 "김민기 없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민기 빈소. 학전 제공

"그저 고맙지. 할 만큼 다 했어. 가족이 걱정이지."

20세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노래인 '아침이슬'의 작사·작곡자이자 가수이며 서울 대학로 소극장 ‘학전’을 30여 년간 이끈 연출가 김민기는 21일 이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학전 측 "고인, 보고 싶은 가족들 다 만난 뒤 가셨다"

22일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서울 종로구 학림다방에서 기자들과 만나 "집에서 요양하시다가 19일 폐렴으로 몸 상태가 갑작스럽게 나빠져서 20일 오전에 자택이 있는 경기 고양 인근 병원의 응급실로 옮겼고, 21일 오후 8시 26분에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고 싶은 가족들이 다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가셨다"고 덧붙였다.

김민기는 지난해 발견된 위암이 간으로 전이되면서 건강이 악화했고 이후 통원 치료를 받으며 경기 일산 자택에서 지내왔다. 김 팀장은 "(고인이) 늘 했던 말은 ‘그저, 고맙지’ ‘할 만큼 다 했다’ ‘네가 걱정이지’ 같은 것이었다"면서 "유언은 재산에 관한 내용이 많기 때문에 공개할 만한 부분은 없다"고 덧붙였다. 고인과 30여 년간 친분을 이어온 학림다방의 이충열 대표도 "한 달 전 고인의 자택에서 만났을 땐 안색이 나빠 보이지 않았다"며 갑작스러운 부고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김 팀장은 “조의금과 조화는 고인의 뜻을 헤아려 받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민기는 1951년 3월 31일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회화학과를 졸업한 뒤 1971년 ‘아침이슬’이 담긴 첫 앨범을 통해 공식 데뷔했다. '아침이슬'이 민주화운동 현장에서 불리면서 금지곡 판정을 받았고 김민기는 박정희 정권의 감시 대상이 됐다. 이후 노동 현장에 들어가 노래 ‘상록수’, 노래극 ‘공장의 불빛’ 등을 만들었다. 1991년 대학로에 공연장 학전을 연 뒤 라이브 콘서트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일궈냈다.

옛 학전 소극장 건물 외경.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김민기 없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

김민기가 연출한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4,200회 이상 공연하며 대표적인 국내 창작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배우 황정민, 설경구, 김윤석, 조승우, 이정은, 강신일, 장현성 등 700여 명의 예술인을 배출하며 대학로 문화예술의 산실이 됐다. 고(故) 김광석, 들국화 등 수많은 음악가가 이곳에서 공연했다. 고인은 "우리들의 미래는 어린이"라며 어린이·청소년 연극에도 열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그는 앞에 나서기를 거부하며 스스로를 '뒷것'이라 불렀다.

가수 겸 작곡가이자 공연연출가 김민기. 연합뉴스

'지하철 1호선'을 다시 만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고인이 연출하지 않은 작품은 할 수 없다"면서 "김민기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이가 염원한다면 유족들과 이야기해서 학전의 40주년, 50주년, 100주년에 맞춰 한 번쯤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고인은 지난해 가을 위암 4기 진단을 받았다. 건강 악화와 경영난으로 공연장을 더 이상 운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개관 33년 만인 지난 3월 15일 학전블루 소극장의 문을 닫았다. 폐관에 앞서 50여 명의 배우, 가수, 예술인이 자발적으로 ‘학전, 어게인 프로젝트’를 열기도 했다.

고인은 발인일인 24일 오전 옛 학전이 자리한 아르코꿈밭극장에 들렀다가 장지인 천안공원묘원에서 영면에 든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서진 인턴 기자 lsdjm9072@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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