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닫힌 인도네시아 교실에 웃음꽃 피운 한국의 이웃들[콜렉티브 임팩트 ②]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2024. 7. 22.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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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교육·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가 등장했습니다. 정부나 기업, 시민 등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힘을 모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의 과제를 설정하고 실천하는 활동입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여러 기업과 협업해 글로벌 사회공헌을 진행합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내기 위한 이들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이러닝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아동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학교에서 꿈을 키워나가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지역 아이들에게 위기가 닥쳤다. 코로나 팬데믹이 터지자, 인도네시아 교육 문화청은 학교 교육의 비대면화를 공식 발표했다. 교육 시설 대부분이 정규 교육을 원격으로 전환했다. 수도 자카르타 등 대도시는 중앙정부 지원이 원활하고 교육 인프라가 갖춰져 괜찮았지만, 발릭파판 지역은 큰 타격을 입었다. 아이들에겐 노트북 등 인터넷 강의를 볼 수 있는 기기가 없었다. 인터넷 사용 비용이 부담돼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학교에도 이러닝을 진행할 만한 시설이 없었다.

글로벌 아동권리 전문 비정부기구(NGO) 굿네이버스는 민간기업 및 지역정부와 협력하는 ‘콜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 방식으로 발릭파판에 이러닝 교육 인프라를 지원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은 굿네이버스는 2021년 5월부터 올해 4월까지 발릭파판 지역에서 ‘이러닝을 통한 양질의 초등교육 및 교육 접근성 강화’를 목표로 협력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해외 현지사업 진행으로 인연을 맺은 국가의 아동·학생을 위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해 주는 사회공헌사업(CSR) ‘새희망학교’를 운영한다. 발릭파판에서도 ‘새희망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헬로우, 이-드림 프로젝트’(Hello, E-Dream Project)가 진행됐다.

공교육 내 이러닝 학습 접근성 강화

이러닝 교실에서 태블릿 PC를 활용해 온라인 교육을 듣는 아동의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굿네이버스는 5개 학교에 이러닝 교실을 한 개씩 구축했다. 교실마다 학생을 위한 태블릿 PC 25대, 교사를 위한 노트북 5대, 스마트TV 및 음향 시설 등 ICT 교육 기자재를 지원했다.

교사들에겐 이러닝 역량 강화 교육을 했다. 교사들은 이러닝 수업을 위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활용 및 교육 콘텐츠 제작 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은 교사 중 45명을 대상으로 교육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94.3%가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교사 대상 이러닝 역량 강화 교육. 굿네이버스 제공
발릭파판 지역은 이러닝 교육 콘텐츠도 부족했다. 굿네이버스는 현지 교육청과 함께 이러닝 교육 애플리케이션 ‘베카완(Bekawan)’을 개발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앱 최종 검수를 맡았다. 굿네이버스는 앱에 2022년 개정된 인도네시아 교육과정을 반영하고자 현지 교육청 교사위원회와 협력했다. 교사 2~3명의 주도하에 언어(인도네시아어)와 수학 두 과목에서 총 100개의 이러닝 콘텐츠를 제작했다.
온라인 교육 콘텐츠 ‘베카완(Bekawan)’ 애플리케이션 초기화면. 굿네이버스 제공
현지 교육청은 ‘베카완’을 활용한 수업 등 이러닝 교실에서 진행됐던 수업을 정규 교육과정으로 인정했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은 이전과 비교해 50.5% 이상 개선됐다.

지역사회 이러닝 역량 강화

커뮤니티 이러닝센터(CLC) 모습. 굿네이버스 제공
발릭파판에 커뮤니티 이러닝센터(CLC) 3곳도 신설됐다. CLC는 발릭파판 지역의 전반적인 이러닝 교육 접근성을 강화하고, 교육에 소외됐던 학생들을 돕는 역할을 한다.

굿네이버스는 학생 및 학부모들이 CLC를 적극 활용하도록 조치했다.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학부모 125명을 선발해 학부모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이러닝 역량 강화 활동을 했다.

또 발릭파판 아동인권부 및 교육청 등과 함께 학부모를 대상으로 ‘디지털 시대 속 학부모의 디지털 역량 중요성’ ‘자녀교육권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진행했다. 온오프라인을 합쳐 1800명 이상의 학부모가 교육을 들었다. 학부모의 이러닝 교육 지식 향상도가 50.3%가량 증가하는 효과를 얻었다.

학부모 120명에게 ‘CLC의 이러닝 교육 기여도’를 묻자 95.6%가 ‘매우 높음’ 또는 ‘높음’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CLC가 디지털 기반 학습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도 응답했다.

학부모위원회 이러닝 역량 강화 교육. 굿네이버스 제공
CLC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가족의 회복’이라는 목표로 가족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굿네이버스는 발릭파판 대학 심리학부와 협력해 ‘교내 따돌림’ ‘가정 내 폭력’ ‘아동 스마트폰 중독’ ‘이웃 주민 간의 갈등1·2’ 등의 교육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온 가족이 CLC에 둘러앉아 이를 시청한 뒤 주제와 관련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현지 지역정부의 협력

지역정부와의 협력은 사업의 원활한 운영 및 지속가능성에 필수 요소다.

발릭파판 교육청은 ‘이러닝 교사 교육’ 수료자에게 증명서를 발급했다. 이 증명서는 교사 승진 시 가산점으로 적용됐다. 교사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이러닝 수업에 임하게 됐다.

지역정부의 협력 아래 이러닝 교실 및 CLC의 지속가능한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다. 학교는 정부에서 지원해 준 학교 운영비로 이러닝 교실을 관리한다. 학교 측은 예산으로 인터넷이나 에어컨 등을 구매해 교실에 설치하기도 했다. 학교에 소속되지 않은 CLC는 발릭파판 지자체의 ‘학교운영지원금 제도’를 통해 관리되도록 정부 승인을 받았다. 지역사회의 높은 관심과 헌신을 통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것이다.

굿네이버스-현대엔지니어링-발릭파판 지역정부와 미팅. 굿네이버스 제공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변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협업 파트너가 함께 사회 문제에 공감해야 한다. 이들이 공동의 목표를 세워 지속적으로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며 “지속적으로 협력해 주신 현대엔지니어링과 주인 의식을 가지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신 발릭파판 지역사회 및 교육부 관계자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김민석 현대엔지니어링 팀장은 “발릭파판 지역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한 사업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이 발릭파판 지역을 포함한 인도네시아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일조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란 타우피크(Iran Taufik) 발릭파판 교육청장은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된 우수한 교육 콘텐츠는 발릭파판 초등학교에서 활용되고 있다”며 “본 사업에 발릭파판이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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