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의 별이 지다…‘아침이슬’ 김민기 별세
'아침이슬', '상록수'를 만든 가수 김민기가 향년 73세로 별세했습니다. 위암 투병 중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며 어젯밤 우리 곁을 훌쩍 떠났습니다.
학전 측은 오늘(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학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민기 대표가 마지막에 보고 싶은 가족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다 만나고 잘 가셨다"고 밝혔습니다.
또, "고맙다. 할 만큼 다 했다"는 말을 남겼다고 그의 마지막을 전했습니다.
■ '1987 저항'의 중심에 선, '김민기'
김민기는 1951년 전북 익산에서 자라 1969년 서울대 회화과에 입학하며 미술 학도가 됐습니다.
하지만 엄혹한 시절, 그는 붓을 놓고 기타를 잡았습니다.
고등학교 동창 김영세와 포크송 듀오 '도비두'로 활동하기 시작해 1970년 명동 '청개구리의 집'에서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가수 김민기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 '아침이슬'도 이때 작곡했습니다.
가수 김민기는 '꽃 피우는 아이', '늙은 군인의 노래', '상록수' 등을 대중 앞에 내놓았고, 그의 노래들은 줄줄이 금지곡으로 지정됐습니다.
양희은이 부른 '아침이슬'은 대학생들의 입에서 입으로 퍼져나갔고, 1987년 민주항쟁 당시 광장에 모인 군중들의 저항정신을 대표하는 노래가 됐습니다.
■ 대학로의 상징 '학전'…"모를 키우는 마음으로"
가수 김민기가 본격적으로 대학로에 선 건 1991년. 학전의 문을 열면서부터입니다.
김민기 대표가 만든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은 학전 30년 역사와 맥을 같이 해왔습니다. '지하철 1호선'의 전동식 무대 등은 혁신적이었고 많은 젊은이를 대학로로 이끌었습니다.
학전은 배고픈 예술인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배우 이일진 씨는 "지하철 1호선에 들어가면 먹고 사는 데에 지장이 없을 것처럼 됐다"며 "여기서는 월급을 줬거든요. 다른 데서는 공연 끝나고 받든지 못 받은 경우도 있고... 근데 여기서는 월급을 주고, 관객이 많이 들면 그만큼 저희가 더 받아요."라고 기억했습니다.
기회의 공간이자 버티는 힘이 된 학전은,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황정민·김윤석·조승우·이정은 등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해냈습니다.
'지하철 1호선'은 소위 대박을 쳤습니다. 170석 남짓한 소극장에서 하루 한 번 공연으로 15년 동안 관객 71만 명을 몰고 왔습니다. 하지만 김 대표는 2008년 "돈만 벌면 돈 안 되는 일을 못 하게 될 것 같다"며 돌연 이 뮤지컬을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김 대표는 '돈 안 된다'는 아동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학전이 좋은 공연과 실력 있는 스타들을 배출했지만, 계속해서 경영난에 부딪힐 수밖에 없던 이유입니다.
김 대표는 생전 KBS와 서면 인터뷰에서 학전을 이끄는 마음가짐에 대해 "씨앗과 완성품 사이에는 모를 키우는 '못자리'라는 과정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중시했던 거 같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모를 키워낸다는 마음으로 버텨왔던 겁니다.
■ '학전' 이름은 유지…"김민기 없는 공연은 없다"
학전은 존속됩니다. 사업자 등록을 유지해 '학전'이란 이름을 그대로 갖고, 그간 학전이 남긴 작품에 대한 아카이빙 작업과 김민기 대표의 저작물 관리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학전 측은 오늘 간담회에서도 "김 대표가 생전에 만들어둔 대본집, 무대, 음악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어 했다"며 "그 숙제를 잘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지하철 1호선' 등을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이냐는 물음에는 "김 대표가 연출하지 않는 지하철 1호선은 없다"고 단호하게 답했습니다.
이어 "다만, 많은 분들이 염원한다면 40주년, 50주년, 100주년 등 몇 주년이 됐을 때 생각해볼 수 있지 않나 싶지만, 그전까지는 단호히 없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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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주 기자 (sey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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