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핵융합실험로 부품 결함, 설계 오류 탓…韓 책임 없어"

조승한 2024. 7.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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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R 한국사업단장 "진공 용기·열 차폐체 ITER에서 수리 결정"
ITER 완공 2034년 연기…분담금 수천억 추가 납부 전망
'ITER 프로젝트' 참여국 국기 (서울=연합뉴스) 태양의 에너지 생산 원리인 핵융합을 이용해 지상에 안전하고 깨끗한 미래 에너지원인 '인공태양'을 만드는 국제 공동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핵융합 반응장치 조립이 시작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8일 유럽연합(EU)과 한국 등 세계 7개국으로 구성된 ITER 국제기구가 프랑스 카다라슈의 ITER 건설 현장에서 '장치 조립 착수 기념식'을 하고 실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실험 장치 조립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사진은 ITER 프로젝트 참여국 국기. 2020.7.28 [국가핵융합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땅 위의 태양'으로 불리는 국제핵융합실험로(I

TER) 완공이 부품 오류 등으로 연기된 가운데, 정부는 한국이 납품한 부품에 일부 오류가 있었지만, 이는 ITER의 설계 문제로 판단돼 한국 측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받았다고 밝혔다.

다만 ITER 완공 시점이 내년에서 2034년으로 늦춰지며 발생할 추가 비용에 따라 수천억원가량의 추가 분담금은 내야 할 상황이며, 정확한 액수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자단 대상 스터디에서 ITER 부품 중 한국이 납품한 진공 용기와 열 차폐체를 수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지만, 한국은 경제적으로도 재무적으로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ITER 프로젝트는 한국과 미국 등 총 7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건설에 필요한 장치들을 각 회원국이 제작해 조달 후 건설 현장에서 조립을 진행한다. ITER 한국사업단은 총 9가지 장치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인 진공 용기는 ITER에 납품할 때는 오차가 용인되는 수준이었지만, 이후 설계 전략이 바뀌면서 오차를 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진공 용기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플라스마로 바뀌며 1억도 이상 온도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킬 때 이를 담고 있는 부품으로 원자력의 원자로에 해당한다.

도넛 형태의 진공 용기는 바깥지름이 19.5m에 높이는 11.3m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로, 9개 '섹터'로 나눠 나중에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는데 섹터 하나에 허용되는 오차는 고작 2㎜에 불과하다.

한국은 이 중 4개를 만들었는데, 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설계 대비 약간 오차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ITER에서는 조립 단계에서 이런 오차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최종 납품을 받았지만, 조립설치 전략이 바뀌면서 이런 오차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핵융합실험로 핵심 장치 '진공 용기' 섹터 출하 (대전=연합뉴스) 25일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제작을 맡은 ITER 건설 부품 중 하나인 진공 용기 7번 섹터가 완성돼 전날 ITER 건설 현장인 프랑스로 출하됐다. 사진은 ITER 건설 현장 내 진공 용기 섹터. 2021.6.25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1억 도 플라스마와 영하 269도 초전도체 사이 열을 막는 부품인 열 차폐체는 은을 도금하는 기존 설계 때문에 균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이 반사율이 좋은 물질이라 열을 막는 데 유리할 것으로 보고 은을 덧씌우기로 결정했지만, 은을 도금하는 과정에서 염산이 일부 남을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부식을 일으켜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정 단장은 "ITER에서 현장 인수검사를 했는데 용접 부위 23만개 중 3개 정도에서 내부에 담기는 헬륨이 새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부품을 장기간 두면 부식 문제가 계속 생겨서 전량 수리하는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ITER 가입 전인 2001년 개념을 잡을 때 도금을 이미 결정했는데, 이런 응력부식균열을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며 조립 과정에서 필요한 일부는 다시 만들기로 결정을 내리고 공개입찰을 해 한국의 기존 납품 업체가 이를 수주했다고 설명했다.

정 단장은 ITER가 개발하는 핵융합 기술 자체가 처음인 만큼 오류를 통해 교훈을 얻는 과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만드는 모든 핵융합 장치 열 차폐체에는 은도금하지 않는다는 큰 교훈을 얻었다"며 "미국에서 현재 개발 중인 장치들도 처음엔 은도금 이야기가 있었지만, 하지 않는 쪽으로 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러 문제로 ITER이 지연된 가운데 ITER 측은 이번 일정 지연으로 54억 달러(7조5천141억원)가 추가 투입될 것으로 예측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ITER 기여분이 9.09%인 만큼, 약 4억9천만 달러(6천830억원)를 현물 또는 예산으로 추가 납부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과기정통부는 22일 대전 유성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열린 제20차 국가핵융합위원회에서 이런 예산 변화 상황 등을 담은 ITER 공동 개발사업 베이스라인 개정추진 동향 보고를 받았다.

이창선 과기정통부 공공융합연구정책관은 "상세설계 과정에서 예산이 늘고 물가 상승도 있어 지연에 따른 비용상승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독립적 평가위원회가 회원국 간 입장을 정리하고 합의됐을 때 액수가 결정되는 것이고, 결정되면 기여분 납부는 합의 된 것이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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