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에너지 핵융합, 1조2000억 프로젝트 띄운다

이병철 기자 2024. 7.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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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가핵융합위원회서 의결
기업 참여시켜 인프라 구축, 해외 진출
대전 유성구의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 있는 한국형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의 모습.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핵융합연에서 핵융합위원회를 열고 민·관 협력 방안과 1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 추진 방안을 의결한다./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꿈의 에너지’라고 불리는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위해 정부가 1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연구 기관이 주도했던 핵융합 연구에 민간 기업까지 참여해 해외 사업을 수주하고 인프라(기반 시설)와 인력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주력하는 대형 핵융합로와 함께 해외 기업에서 주도하는 소형 핵융합로 기술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대전 유성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에서 제20차 국가핵융합위원회를 열고 ‘핵융합에너지 실현 가속화 전략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내는 원리를 이용한다. 수소와 같은 가벼운 원자들이 융합해 그보다 무거운 원자핵이 되면서 감소하는 질량만큼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를 이용해 전력 발전을 할 수 있다. 핵분열 반응을 이용하는 원자력발전소와 달리 고준위 방사능폐기물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온실가스도 나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현재는 수소 동위원소의 핵융합으로 헬륨을 만드는 핵융합 방식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 연구장치(KSTAR)나 한국이 참여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도 마찬가지다. 모두 대형 핵융합 시설이다. 정부는 2030년대에 핵융합실증로(DEMO)를 건설하고 2050년대에 핵융합 발전을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핵융합 발전 실현을 위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민·관 합동으로 DEMO 건설에 필요한 공학적인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정부는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민·관 협력을 통한 기술혁신, 사업 인프라 확보, 생태계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기술 혁신을 위해 ‘퓨전(Fusion) 엔지니어링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가령 DEMO 건설에 필수적인 증식블랑켓 기술을 민간 기업과 함께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증식블랑켓은 핵융합 반응의 원료 중 하나인 삼중수소를 핵융합로 내부에서 만들어 지속적으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장치다. 핵융합로에서 연구기관에서 핵융합 기술을 확보하면 민간 기업이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 기술을 연구하는 방식의 협력도 이뤄진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은 미국의 핵융합로 개발 기업 헬리온 에너지가 핵융합 발전을 위해 만든 견본장치의 모습. 최근 해외에서는 핵융합로의 크기를 줄이는 기술이 활발히 연구 중이다./헬리온 에너지

정부는 소형 핵융합로 혁신 기술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핵융합 기술은 모두 대형 핵융합로 기술이지만, 해외에서는 소형 핵융합로가 주목 받고 있다. 핵융합로의 크기를 줄이면 운영은 어려워지더라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오영국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은 “고온 초전도 자석을 이용하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크기를 줄일 수 있다”며 “전력 생산이 가능한 최소 크기를 찾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핵융합로 소형화 기술 확보를 돕는 ‘민·관 협력 플러그인 프로그램’도 마련하기로 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 ‘핵융합 혁신포럼’을 출범하고 산·학·연 협력을 강화한다. 또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대학에 핵융합 전공을 신설하고 수업 과목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날 핵융합위원회는 ‘ITER 공동개발사업 베이스라인 개정 추진 동향’에 대한 보고도 받았다. ITER는 프랑스에 건설 중인 세계 최대 규모의 핵융합 실험로로 한국도 참여하고 있다. 당초 완공 예상 시점이 내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부품 납품 지연과 일부 부품의 결함으로 2033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늘에서 바라본 국제공동핵융합로(ITER·이터) 건설 현장. 세계 최대 규모로 당초 2025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공사 지연과 부품 결함으로 완공이 2033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한국 기업이 납품한 진공용기와 열차폐체도 다시 수리에 들어갔다./국제공동핵융합로 컨소시엄

한국이 납품한 부품인 진공용기와 열차폐체에도 일부 문제가 있었다. 진공용기는 제작 오차가 있었으나 기존 설계에서는 허용 가능 범위 내에 있어 그대로 조립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설계 변경으로 수리가 필요해졌다. 열차폐체는 현장 인수검사에서 헬륨 누출이 확인돼 수리가 결정됐다. 진공용기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플라즈마를 담는 그릇 역할을 하며, 열차폐체는 초전도 작동을 위한 섭씨 영하 269도, 진공용기 내부의 1억도 사이의 열 교환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이터 한국사업단은 국내 기업의 과실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추가 수리를 위해 부담하는 비용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기정 ITER 한국사업단장은 “열차폐체의 경우 ITER 조립 계획이 바뀌다 보니 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며 “열차폐체는 ITER 출범 초기부터 계획됐던 설계상의 결함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ITER 완공 지연과 그에 따른 사업비 증가는 피할 수 없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ITER 사업비는 기존보다 50억유로 정도 늘어난 250억유로(약 37조3000억원)가 될 전망이다. 오 원장은 “ITER 건설 계획이 늦어지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자체적인 핵융합 장치를 새로 지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는 그에 필요한 공학적 역량을 확보하고 소형 핵융합로 기술 개발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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