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조사 '총장 패싱' 파장…檢 내부서도 "보고했어야"

이원석, 김건희 조사 10시간만에 보고받아
"대통령 부인 조사 알리는 건 예의의 문제"

이원석 검찰총장(왼쪽)과 김건희 여사

(서울=뉴스1) 이밝음 정재민 황두현 기자 = 이원석 검찰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검찰 조사를 10시간 뒤에 보고받은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도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자세한 수사 과정을 보고하지 않더라도 소환 조사 자체를 보고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 총장은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어떤 보고도 받지 못했지만 일선 검찰청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것도 제 책임"이라며 "진상을 파악한 다음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20일 오후 1시 30분부터 이튿날 오전 1시 20분까지 서울 종로구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김 여사를 소환해 비공개 조사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오후 8시 30분 무렵 명품가방 수수 의혹 조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 시작 10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30분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총장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 보고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보고가 늦어진 배경엔 이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였던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평소 '성역이 없다'고 강조해 온 이 총장은 김 여사를 검찰로 소환해 조사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한다. 반면 이 지검장은 김 여사 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제3의 장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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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팎에선 "대통령 부인을 소환하는 일이라면 최소한 총장이 알고는 있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총장과 수사팀의 생각이 다를 수는 있는데, 총장을 설득하고 보고하는 과정을 거친 뒤에 조사를 진행하는 게 순리에 맞다고 본다"며 "명품가방 수사 지휘권은 살아있는 상태고, 김 여사를 조사하면 명품가방 수사도 당연히 함께 조사한다고 봐야 하는데 보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이 당연히 총장에게 사전에 보고했어야 한다. 최소한 명품가방 수사를 시작할 때는 보고했어야 하는데 너무 늦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전직 차장검사는 "사건 내용이나 절차를 세부적으로 보고하진 않더라도 총장에게 소환할 예정이라고 미리 알려줄 수는 있다"며 "수사 지휘는 안 하지만 '여사를 부른다'고 말하는 건 예의 같은 것인데, 그조차 없으면 총장으로선 패싱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형사1부도 미리 가서 수사 준비를 했을 텐데 (보고하지 않은 건) 이상하다"며 "결과가 터지니까 나중에 (설명을) 만들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사후 보고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총장 수사지휘권이 배제된 상태라 설명이 안 되는 건 아니다"며 "현장에서 (명품가방 수사도 하는 것으로) 설득한 거라면 안타깝긴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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