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할 만큼 다 했다"…김민기 학전 대표의 마지막 말
21일 위암 투병 중 가족 곁에서 세상 떠나
유가족 뜻 따라 조의금·조화 받지 않기로
학전 앞마당 추모공간…24일 오전 8시 발인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고맙다. 나는 할 만큼 다 했다. 미안하다.”
김민기의 조카인 김성민 학전 총무팀장은 22일 서울 종로구 학림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생님의 특별한 유언은 없었고, 대신 3~4개월 전부터 늘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며 “남은 가족, 그리고 학전 운영을 이어가야 할 학전 식구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늘 하셨다”고 말했다.
학전에 따르면 지병인 위암 투병 중이던 김민기는 21일 밤 8시 26분 세상을 떠났다. 경기도 일산 자택에서 통원 치료 중이던 김민기는 지난 19일 금요일 갑자기 상태가 안 좋아져 다음날 근처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고, 일요일 밤 숨을 거뒀다.
10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세상과 작별하는 순간까지도 가족과 함께였다. 김 팀장은 “선생님이 보고 싶은 가족들이 올 때까지 다 기다리셨고, 잘 만나고 떠나셨다”고 전했다.
김민기는 저항정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노래 ‘아침이슬’을 작사·작곡한 가수다. 1991년 대학로에 소극장 학전을 개관하며 고(故) 김광석, 황정민, 김윤석, 조승우 등 수많은 배우와 공연예술인을 배출시키기도 했다.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한국 창작뮤지컬 역사에 한 획을 새겼고, ‘우리는 친구다’, ‘고추장 떡볶이’ 등으로 어린이 공연 발전에도 기여했다.
소극장도 사라졌고 김민기도 세상을 떠났지만 학전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 팀장은 “학전은 현재 아카이빙 작업을 하고 있다”며 “눈에 보이는 자료들은 아르코예술기록원이 가지고 가 2~3년 뒤 소장 자료로 확인하게 될 것이고, 학전은 김민기 선생님의 공연과 대중음악 작품 모두를 아우르는 아카이빙을 학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생님께서 내려고 한 작품 대본집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지하철 1호선’ 등 학전이 제작한 공연은 앞으로 만날 수 없다. 김 팀장은 “김민기 선생님이 연출하지 않는 학전 작품은 있을 수 없다”며 “다만 여지를 남겨둔다면 ‘지하철 1호선’ 40주년이나 50주년 때 가족들과 함께 한 번쯤 공연을 생각해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점에선 공연을 제작할 계획이 단호하게 없다”고 밝혔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학전은 고인과 가족의 뜻에 따라 조의금과 조화를 정중히 사양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선생님은 배우 설경구, 장현성 등이 찾아와도 ‘밥은 먹었니?’라고 물어보셨을 분”이라며 “선생님을 모신 분들, 가족들의 의견을 모아 조의금과 조화를 받지 않기로 했다. 선생님이 늘 이야기한 따뜻한 한 끼를 같이 나눠 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발인은 오는 24일 오전 8시이며 장지로 떠나기 전 학전 앞마당을 지나갈 예정이다. 고인을 위한 일반인의 추모 공간 또한 소극장 학전 앞마당에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김 팀장은 “공식적으로 정한 것은 아니지만, 혹시나 선생님을 생각하며 학전을 찾아오신 분들이 앞마당에 꽃을 놓고 가셔도 좋다”고 전했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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