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겸허한 골프'의 잰더 쇼플리, 디오픈을 품다!
[골프한국] Alexander Victor Schauffele.
22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Royal Troon)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제152회 디 오픈에서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안은 잰더 쇼플리(30·미국)의 영문 이름이다.
이 이름에서 성은 아버지 스테판 쇼플리(Stefan Shauffele)가 100여년 전 독일에 살 때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Shauffele는 'man with a small shovel(작은 삽을 쥔 남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물론 앞 이름 알렉산더는 그리스어의 알렉산드로스(Alexandr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줄여서 Xander로 표기한다. 그리스어 alexian(영어로 defend)과 andros(영어의 man)의 결합어로 영어로 풀면 defend man(방어하는 사람, 수비병)이란 뜻을 갖고 있다. 가운데 이름 Victor는 라틴어의 Victorius(승리자)에서 따온 것이다.
그의 성을 정확히 어떻게 발음하느냐를 놓고 일반 골프팬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작은 논란(?)이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포털의 검색창을 쳐보면 잰더 쇼플리, 정확히 말하면 쇼플리의 표기가 다양하게 뜬다. 쇼플리 외에 셔플리, 쇼플레, 슈펠레, 샤우플리 등이 함께 나온다.
PGA투어닷컴은 친절하게 'ZAN-der SHAW-fa-lay'로 발음기호까지 밝히고 있지만 이 발음기호를 어떻게 읽느냐부터 가 과제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발음기호를 정확히 지키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골프 전문 채널이나 기자들도 이렇게 발음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구글은 슈펠레, 위키피디아는 샤우플리로 다른 발음기호를 표기하고 있다.
한 미디어가 직접 본인에게 이름을 정확히 어떻게 발음하느냐고 물어 만든 동영상이 나올 정도다. 이 동영상에서 주인공은 많은 사람들이 '샤우펠레' '쇼펠레' '스코펠레' '슈펠레' 등으로 부르는 것을 들었다며 Schauffele의 정확한 발음은 'shof-lee'(쇼플리)라고 밝히고 시범을 보여주었다.
쇼플리는 대회 전 PGA투어닷컴이 밝힌 유력 우승후보자를 보여주는 파워랭킹에 4위로 이름을 올렸다. 탑5 안에 들어 유력후보임에는 틀림없었으나 1위 스코티 셰플러, 2위 콜린 모리카와, 3위 로리 맥길로이에 비하면 중량감에서 밀리는 듯한 것이 사실이다. 파워랭킹에서 그보다 아래에 이름을 올렸지만 5위의 존 람, 7위의 브라이슨 디섐보, 12위의 셰인 로리의 경쟁력이 쇼플리에 앞선 느낌이었다. 이밖에도 저스틴 로즈, 빌리 호셸, 아담 스콧, 제이슨 데이, 조던 스피스, 더스틴 존슨, 브룩스 켑카 등 쇼플리를 압도할 강자들이 즐비했다.
그러나 3라운드까지 이렇다 하게 두각을 보이지 않던 쇼플리가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6개의 버디로 6언더파 65타를 쳐 최종 합계 9언더파 275타로 저스틴 로즈와 빌리 호셸의 추격을 2타 차로 따돌리고 클라레 저그를 차지했다.
그의 우승은 하루에 4계절이 공존하는 링크스 코스의 가혹함 앞에 낮은 자세로 임한 '겸허한 골프'가 안긴 선물이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변화무쌍한 날씨 속에 지뢰밭 투성이의 코스를 공략하기 위해 온갖 지혜와 용기, 도전정신을 발휘하며 코스에 대드는 모습이었다면 쇼플리는 코스가 안기는 가혹한 조건들을 받아들이며 코스를 유린하는 자연환경에 슬기롭게 적응하는 구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20일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의 발할라 골프클럽(파71)에서 막을 내린 제106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850만 달러)에서 괴력의 브라이스 디섐보의 거센 추격을 1타 차로 물리치고 4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켜 첫 메이저대회를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한 것이 우연이 아님을 디 오픈 우승으로 증명해 보인 셈이다.
골프에서 보이는 그의 탁월함은 어찌 보면 '쇼플리'라는 그의 성에 이미 잉태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쇼플리(Shauffele)의 뜻이 'man with a small shovel(작은 삽을 쥔 남자)'라니 어찌 골프채를 쥔 쇼플리가 연상되지 않을 수 있는가. 쇼플리에게 잔디를 파내고 모래는 퍼내는 골프채는 영락없이 작은 삽이 아닌가.
키 177.8cm, 몸무게 79.4kg의 쇼플리는 얼핏 다른 선수들에 비해 왜소해 보이지만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강인한 스포츠 DNA로 올 시즌 벌써 두 개의 메이저 트로피를 차지, 골리앗을 쓰러뜨린 다윗으로 우뚝 섰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에서 프랑스로 건너와 대만계 어머니와 결혼하면서 그는 필요에 따라 독일계, 프랑스계, 대만계로 불린다. 그는 이런 출생 배경을 두고 자신은 전형적인 '코스모폴리탄(세계시민)'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에 건너와 샌 디에고 골프아카데미(지금의 Golf Academy of America)를 졸업한 뒤 골프 교습가로 활동해왔다. 쇼플리의 유일한 골프 지도자도 물론 그의 아버지다. 독일 10종 경기 국가대표였던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한쪽 눈 시력을 잃은 뒤 골프로 전향해 클럽 프로로 활동해 왔다.
한국 선수로는 임성재가 최종 합계 1언더파 283타로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존 람과 함께 공동 7위로 올라 디 오픈 네 번째 만에 첫 '톱10'에 들었다. 안병훈이 공동 13위, 김민규 공동 31위에 올라 희망을 쏘아 올렸고 김시우 43위, 왕정훈 공동 60위(11오버파), 1라운드 한때 단독 선두에 올랐던 송영한이 공동 72위로 대회를 마쳤다. 우리 선수들과 신체조건이 비슷한 쇼플리의 우승이 우리 선수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었으면 좋겠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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