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다하다 이젠 ‘20억 로또’ 아파트 등장…도대체 누구를 위한 분상제인가 [데스크 칼럼]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4. 7. 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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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등판하는 '20억 로또'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청약 대기자들이 들떠 있다.

한강변 신축 아파트로 가격 천장을 뚫어버린 반포 원베일리 바로 옆 단지 래미안 원펜타스는 이미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서울 핵심지역에서 소위 '반값 아파트'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시장 원리에 반하는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때문이다.

공공 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상제 아파트도 비현실적인 개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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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미안원펜타스 20억 차익
분상제로 현금부자만 수혜
원가급등에도 공사비 제한
신축공급 포기 건설사 속출
공급 늘리려면 분상제 포함
청약제도 전반 재검토해야

이달 말 등판하는 ‘20억 로또’ 아파트 청약을 앞두고 청약 대기자들이 들떠 있다. 한강변 신축 아파트로 가격 천장을 뚫어버린 반포 원베일리 바로 옆 단지 래미안 원펜타스는 이미 강력한 브랜드가 됐다.

반포 신축 아파트 래미안 원펜타스(왼쪽)과 원베일리 전경. 매경DB
이 단지는 문재인 정부 때 부활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겨우 피했지만,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지각 공급된다.

서울 핵심지역에서 소위 ‘반값 아파트’가 나올 수 있는 것은 시장 원리에 반하는 분양가 상한제(분상제) 때문이다. 분양가 때문에 결국 후분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땅값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했는데도 재건축 분양가 최고가격을 경신했고, 일반분양 당첨자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오롯이 챙기게 된다. 실제 로또 복권 당첨자(3억원 이상)가 내는 세금 33%도 안 낸다.

더 큰 문제는 청약제도가 더 이상 효율적이지도 공평하지도 못한 상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미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계약금 수억 원, 잔금까지 치르는 기간이 3개월도 채 안 되니 10억원가량 현금 동원이 가능한 이들에게나 탄탄대로가 열린다. 강남 아파트 고가 전세족이 대표적 수혜자로 거론된다.

물론 실거주 의무가 3년간 유예된 것에 희망을 품고 (전세 세입자를 바로 구하면 분양가와 큰 차이가 없는 현금을 확보하니) 뛰어드는 무자본 강심장도 있겠지만 말이다.

전 정부가 만든 징벌적 과세 덕에 ‘똘똘한 한 채’가 불변의 진리가 돼버린 국내 주택시장은 쏠림 현상이 심화해 위태롭다. 주택 규제 속에서 풍선효과를 누렸던 비아파트 시장은 철저히 외면받고 지방 아파트 악성 미분양은 해결 기미도 안 보이니, 중소 건설사와 시행사는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분상제는 주택시장 침체기에 대부분 민간택지에서 사라졌지만, 유독 강남3구와 용산만 남았다. 마치 정부가 대놓고 똘똘한 한 채 대상지를 낙점한 듯하다. 시장 참여자들도 고급 주택으로 자리매김한 강남에서 분상제는 청약제도 취지에 맞지 않음을 안다. 일종의 한정판 마케팅 상품처럼 인식한다.

첫 집을 마련하는 3040이 무리해서라도 소위 상급지로 직행하려 할 만큼 주거 사다리가 불안하다. 최근 대출금리가 낮아진 데다 대출 한도를 줄이는 ‘스트레스 DSR’ 시행이 연기되며 막차 수요가 더 붙었다.

지난주 10개월 만에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 거물급이 참여하고도 립 서비스 조차 제대로 못했다. 3기 신도시 등을 통해 기존에 공급하기로 했던 23만여채를 ‘5년 후’ 저렴하게 공급하겠다는 발표는 당장 서울 아파트값은 못 잡겠다는 고백처럼 들린다. 국정 전반기를 넘겨도 지지부진한 주택시장 현실에 거대 야당만 탓하기엔 정부 관료들의 무능이 도드라진다.

때마침 전 정부가 공급대책이라며 ‘희망고문’처럼 내놓았던 사전청약 단지 본청약이 취소돼 공급 불안이 더 커지던 시점이었다. 공공 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상제 아파트도 비현실적인 개념이 되고 있다. 급등한 금융비용과 공사비용에 해법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경쟁해 공공택지를 따냈던 한 건설사 대표도 “오죽하면 수백억 계약금을 날리고도 사업을 포기하겠냐”고 호소했다.

패션가에서 한정판 운동화를 사려고 새벽부터 장사진을 치는 젊은이들은 그래도 여유가 있다. 어쨌든 기다리면 살 수는 있다. 공정함은 사라지고 정비사업 사업성만 갉아먹는 분양가상한제는 존재 이유가 남았을까. 입주하면 주변 시세에 키맞추기 할 것이 분명한데, 분양가만 묶어 잠시 가격을 위장하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규제일까.

이한나 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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