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선 지갑 열렸다…여행수지 8억6000만 달러 적자

여행지급 4년째 증가세…2019년 이후 최대치 기록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국내에서 지갑을 꽁꽁 닫고 있던 소비자들이 해외 여행을 가서 지갑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해외여행 규모는 5년 내 최대치를 기록하며 국외 소비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7월호를 통해 "소비는 일부 서비스업을 제외한 대다수 부문에서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나 해외소비는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국제수지(잠정)를 보면 지난 5월 내국인이 외국에서 쓴 여행지급은 작년 같은 달(22억3000만 달러)보다 4.9% 증가해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월 기준 2019년 27억5000만 달러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이듬해 7억9000만 달러로 급감했다가 4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여행지급(23억4000만 달러)이 외국인이 국내에서 소비하는 여행수입(14억8000만 달러)을 웃돌면서 5월 여행수지는 8억6000만 달러 적자였다.

국외 소비는 증가세를 지속한 반면 국내 소비 관련 지표는 부진한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 5월 상품소비인 소매판매(불변)는 작년 같은 달보다 3.1% 줄어 3개월 연속 감소했고 4월(-2.2%)보다 감소 폭도 확대됐다.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 살펴봐도 4월(-0.8%)에 이어 5월(-0.2%)까지 2개월 연속 내렸고 경상금액 기준으로도 소매판매액은 작년 같은 달보다 0.4% 줄었다.

서비스 소비는 특히 여행과 관련된 숙박·음식점업을 중심으로 둔화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5월 서비스업 생산(불변)에서 숙박·음식점업(-0.9%)은 작년 동월 대비 4개월째 감소세를 기록했다.

앞으로 미국 대선 변수 등으로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경우 국내 소비 회복도 더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미국 기준금리와 한국의 시장금리가 연동된다"며 "미국 금리 인하가 지연될 경우 우리 시장금리도 높게 유지되면 내수가 계속 안 좋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내수 상황을 두고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매달 발간하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지난 5월부터 "내수가 회복 조짐"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KDI는 지난 5월 "내수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6월 "내수는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7월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 등의 표현을 사용해 내수 상황에 대한 어두운 인식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