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바닷속 문어, 생각보다 일찍 발견될까

이정호 기자 2024. 7. 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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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 유로파·엔셀라두스 생명체 확인법 개발
지하 바다 안 내려가도 표면서 아미노산 검출
2022년 9월 미국 항공우주국(NASA) 탐사선 ‘주노’가 찍은 유로파. 표면이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NASA 제공

목성 위성 ‘유로파’와 토성 위성 ‘엔셀라두스’의 지하 바닷속에서 해양 생명체가 떠다니고 있다면 생각보다 존재를 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께 수㎞에 이르는 위성 표면의 두꺼운 얼음을 뚫고 지하 바다까지 내려가지 않아도 생물이 진짜 사는지를 확인할 방법이 고안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과학기술전문지 스페이스닷컴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이 유로파와 엔살라두스의 지하 바다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표면 얼음을 뚫기 위해 굳이 깊이 굴착하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관련 논문은 지난주 국제학술지 ‘아스트로 바이올로지’에 실렸다.

우주 과학계에서는 십수년 전부터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의 깊은 지하에 바다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유로파는 표면 온도가 영하 171도, 엔셀라두스는 영하 198도일 만큼 춥지만, 위성 중심부에서는 뜨거운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지하에 바다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지하 바다는 표면 얼음에서 수십㎞를 파내려가야 나타난다. 성공한다면 바다에 생명체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과학계에서는 매우 작은 미생물부터 문어처럼 큰 동물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문제는 인류가 외계 행성에서 이렇게 두꺼운 얼음을 굴착해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난제다.

그런데 이번에 연구진은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하려고 굳이 지하 바다까지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천체의 지하 바다에서 표면 얼음으로 스며드는 바닷물을 채취한 뒤 그 속에서 생명체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기본 물질인 ‘아미노산’을 잡아내는 방법을 알아낸 것이다. 간접적인 생명체 확인법이다.

그동안 과학계에서는 우주에 존재하는 강력한 방사선 때문에 두 천체의 얼음 표면에서는 아미노산이 제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연구진이 실험해보니 결과는 달랐다. 실험실에서 얼음과 아미노산을 섞어 영하 196도로 냉각한 뒤 우주에서 생기는 방사선의 일종인 감마선을 다량으로 쪼였는데도 예상보다 많은 아미노산이 제 모습을 유지했다.

연구진 분석 결과, 유로파에서는 얼음 표면 20㎝, 엔셀라두스에서는 수㎜만 파도 아미노산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착륙선에 작은 드릴이나 숟가락 형태의 장비만 달아 놓아도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는 예상보다 유로파와 엔셀라두스에서 생명체 존재 여부를 확인할 날이 빨리 다가올 수 있다는 얘기다. 얼음을 뚫을 대형 굴착 장비를 유로파 표면으로 가져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순수한 얼음에서보다 ‘실리카’가 많이 섞인 곳에서 아미노산 같은 유기 분자가 더 빨리 분해됐다”며 “실리카를 피해 착륙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NASA는 오는 10월 유로파에 대한 본격적인 탐사에 나선다. 착륙하지는 않지만 유로파 상공을 지속적으로 돌면서 관측 활동을 할 ‘유로파 클리퍼’를 쏜다. 도착 시점은 2030년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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