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유작 '행복의 나라', 조정석 꿈 이룰까 [종합]

정한별 2024. 7. 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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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진행된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
조정석 "이선균에 많이 의지했다" 그리움 토로
조정석 유재명 전배수 송영규 최원영(왼쪽부터 차례로)이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행복의 나라'가 관객들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배우 조정석은 작품이 천만 관객을 돌파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故 이선균의 유작인 이 작품이 뜨거운 관심을 얻을 수 있을까.

22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행복의 나라'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추창민 감독과 조정석 유재명 전배수 송영규 최원영이 참석했다.

'행복의 나라'는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이선균)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조정석)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연출한 추창민 감독의 신작으로,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 사태를 관통하는 숨겨진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행복의 나라'에 끌림 느낀 배우들

조정석이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배우들은 모두 '행복의 나라'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조정석은 "10.26 사건은 너무 잘 알고 있다. 내가 몰랐던 새로운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웠다. 역사에 대한 공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정인후 역을 맡아 박태주를 변호하고 싶다는 욕망이 치솟았다는 이야기도 전했다. 유재명은 "나름대로 많은 영화, 연극을 했는데 이 작품을 읽을 때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난 어떻게 연기할 것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잔상이 남더라. 인물이 어슴푸레하게 떠오르고 그들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었다"고 했다.

전배수는 시나리오를 읽은 뒤 가슴이 먹먹해 졌다고 밝혔다. 이어 "추창민 감독님과 조정석 이선균 유재명이 함께하는데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변호인단의 케미스트리가 좋아 먹먹함들을 잠시 잊고 촬영했다"고 전했다. 송영규 역시 "좋은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최원영은 '행복의 나라'가 가진 묵직한 메시지에 끌림을 느꼈다. 그는 "추창민 감독과 좋은 배우들이 함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할 수 있다면 영광스러운 작업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행복의 나라'에 담긴 노력

전배수가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행복의 나라' 미술감독은 "보이지 않는 권위와 힘을 보여주고 그에 당당히 맞서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추 감독은 "영화는 시대의 기록이기도 하다. 10.26 법정 장면을 기록해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 시대 법정을 구체적으로 조사해서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배우들은 공간이 주는 힘을 느꼈다. 조정석은 "촬영이 끝나고 나 혼자 세트장을 돌아다녀 보기도 했다. 배우가 의상, 분장의 도움도 받지만 공간의 기운도 많이 받는다"면서 제작진을 향한 고마움을 내비쳤다. 최원영은 "법정에 들어갔을 때 공간의 기운이 있었다. 오래 전에 있을 법한 법정이었다. 현실을 그대로 구현했다는 말을 듣기 전이었는데도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행복의 나라'는 이선균의 땀방울이 담겨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선균은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추 감독은 "제일 처음 선균씨와 작업하면서 물었던 게 '왜 이 작품을 선택했느냐'다. 선균씨가 조정석 때문이라고 하더라. 조정석이 좋은 배우같다고 했다. 조정석 배우와 함께하면서 배우고 싶다고 하셨다. 그렇게 좋은 배우도 호기심과 열망을 갖고 있고 배우는 자세로 연기한다는 점이 놀라웠다"면서 그를 향한 그리움을 내비쳤다. 배우들은 모두 이선균과 관련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조정석은 "이선균 형에게 의지했던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원영은 이선균을 보며 '이 사람은 연기를 진짜 좋아하고 사랑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행복의 나라'가 품은 의미

추창민 감독이 '행복의 나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뉴시스

추 감독은 박흥주라는 실존 인물이 박태주의 모티브가 됐다고 밝혔다. "지금도 군인 묘지가 아닌 개인 묘지에 묻혀 있다. 묘비에 육군 대령 박흥주라고 돼 있다. 강력하게 복권을 원하는 느낌을 주셨다"는 것이 추 감독의 설명이다. 박태주는 군인이라는 이유로 단 한 번의 선고로 판결이 확정되는 단심 재판을 받게 된다. 판결에 대해 불복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그는 끝까지 강직함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신념을 지키려 한다.

박태주는 단순한 재현보다는 팩트를 기준으로 각색됐다. 추 감독은 "그분(박흥주)이 영화를 통해 세상에 소개되고 세상에서 받았던 부당한 대우가 희석이 되길 바란다"고 마음을 전했다. 조정석은 박태주를 연기한 이선균이 '행복의 나라'에 묵직한 진중함을 담아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행복의 나라'는 다음 달 14일 개봉한다.

정한별 기자 onestar10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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