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출제위원, 문제 만들어 사교육 업체에 제공…·‘6월 모평’ 정보도 유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 경력이 있거나 수능 ‘6월 모의고사’ 검토진으로 참여했던 현직 고교 교사들이 대가를 받고 사설 문항을 사교육 업체에 제공했다가 경찰에게 적발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현직 교사 등의 수능 문항 제작 및 제공 등에 관한 ‘사교육 카르텔’ 의혹 사건의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총 69명을 입건하고 이 중 1차로 교사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 재직 중인 고교 교사 A씨 등 14명은 2019년 4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문제당 평균 10만원을 수능 관련 문항을 대형 입시학원 등에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는다. 사설 문항은 많게는 1문제당 최대 20만~30만원에 거래된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제 수천개를 만들어 판 대가로 2억54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2년 5월 ‘6월 수능 모의고사’ 검토진으로 참여해 알게 된 출제 정보를 이용해 사설 문항을 만든 다음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혐의(위계공무집행 방해 등)도 받고 있다. 이렇게 제공된 문제는 실제 모의고사와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최근 3년 내 수능 관련 상업용 수험서 집필’이라는 결격사유를 숨기고 수능 모의평가 출제위원에 선정된 인물이나 입학사정관 등도 적발됐다.
사교육 업체들은 모의고사 출제위원 등 경력이 있는 교사들과 접촉해 계약을 맺고 정기·비정기적으로 문항 판매에 대한 대가를 세금 처리까지 한 뒤 계좌 이체 등의 방식으로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른 업체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고 수천만원을 지급한 뒤 교사와 전속 계약을 맺는 경우도 있었다.
이 교사들은 경찰 조사에서 문항을 판매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형사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2017년부터 교육부에서 교사들의 사설 문항 판매를 지속적으로 경고해왔다”고 설명했다.
입건된 이들 중에는 수능 출제위원 경력이 있거나, 모의고사 검토진, EBS 문제 출제 경력자 등도 포함됐다. 송치된 교사들은 대부분 재직 중이며, 송치와 함께 교육부 등에 수사 결과가 통보될 예정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부터 교육부와 감사원 등의 수사의뢰와 자체 첩보를 통해 수사에 착수해 사교육업체 관련자와 현직 교사 등에 대해 압수수색 등 조사를 벌여왔다.
하지만 ‘사교육 카르텔’이란 이름과 달리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사설 문항 제작을 지시·실행한 사례는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현직 교사들이 경제적 이유에 따른 개인적인 일탈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평가하면서, 업체 관계자 등에 대한 신병 처리는 문제 판매 교사들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설 문항 판매를 처벌한 사례가 없어 청탁금지법 등 다양한 판례와 국민권익위원회의 매뉴얼 등을 다양하게 검토했다”며 “헌법 31조의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규정되어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고려해 청탁금지법을 적용했고, 유죄 판결로 이어진다면 사설 문항 판매에 관해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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