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실사판?…원숭이 점령한 태국 도시 가보니
[앵커]
태국에 원숭이 관광으로 유명한 도시가 있는데, 최근엔 관광객도 급감하고, 그만큼 도시 경제도 악화됐다고 합니다.
원숭이들이 거리를 점령하고, 때로는 집단 패싸움까지 벌일 정도로 사나워졌기 때문이라는데, 정윤섭 특파원이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중부에 있는 도시 롭부리.
도심 한가운데 원숭이 놀이터가 따로 있습니다.
한가로운 원숭이 가족들, 어미 품을 떠날 줄 모르는 아기 원숭이, 관광객들은 금세 매료됩니다.
[람싱 야뎁/인도인/태국 거주 : "오래된 도시에서 원숭이와 다양한 것들을 보니까 행복해지네요."]
하지만 담장 밖 거리도 원숭이들이 점령했습니다.
사람이 버린 음료를 뒤지고, 움직이는 차량에 올라타고, 길가는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합니다.
[앙투완/프랑스인 관광객 : "늘 조심합니다. 거리를 유지하려고 하죠. 저는 원숭이들의 상대가 되고 싶지 않아요."]
사나워진 원숭이 때문에 관광객이 급감했고, 결국 가게들은 철조망을 설치하거나 문을 닫았습니다.
이곳 롭부리는 이 원숭이 관광으로 한동안 호황을 누렸던 곳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 원숭이가 도시의 애물단지가 돼버렸습니다.
도시 전체가 멈췄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굶주린 원숭이들이 거리로 쏟아졌고, 심지어 원숭이 무리들의 집단 난투극까지 벌어졌습니다.
[솜짜이 헝/원숭이 먹이 노점상 : "관광객이 먹이를 주면 원숭이들이 공격하지 않고 괜찮았어요. 굶주리기 시작하면서 먹이를 위해 싸우기 시작했죠."]
주민들은 반격에 나섰습니다.
먹이를 미끼로 우리에 가뒀고, 번식을 못 하게 중성화 주사를 총으로 쐈습니다.
[태국 아마린TV 방송 : "모든 원숭이에게 주사 총을 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두머리 원숭이들에게만 쏩니다."]
이곳 롭부리처럼 원숭이를 둘러싼 논란은 태국 내 150여 개 도시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광 대국 태국의 또 다른 숙젭니다.
태국 롭부리에서, KBS 뉴스 정윤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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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섭 기자 (bird2777@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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