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차분함은 모든 상황을 쉽게 보이게 만든다” 쇼플리, 첫 메이저 우승 뒤 두 달만에 디오픈 정상, 올림픽 2연패-커리어 그랜드슬램 조준

이정호 기자 2024. 7. 22.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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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더 쇼플리가 22일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제152회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뒤 기자회견에서 클라레 저그를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모든 상황을 쉽게 보이게 만들어요.”

제152회 브리티시 오픈 정상에 오른 잰더 쇼플리(미국)에 대한 평가다. 쇼플리가 불과 2개월 만에 메이저대회 2승을 거뒀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쇼플리는 22일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대회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는 완벽한 경기를 펼친 끝에 우승컵인 은색 주전자 ‘클라레 저그’에 입을 맞췄다. 선두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한 쇼플리는 합계 9언더파 275타를 적어내며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빌리 호셸(미국·7언더파 277타)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쇼플리는 지난 5월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두 달만에 시즌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거둔 선수가 나온 것은 2018년 브룩스 켑카(미국) 이후 6년 만이다. 쇼플리는 “긴 여정이었다. 이곳에서 내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들으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쇼플리는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AP통신은 “쇼플리는 시즌 초반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할지에 대한 의문부호가 있었지만 두 차례나 우승했다. 가장 큰 대회에서 우승할 만큼 충분한 경기력과 자신감을 보여줬다”고 높이 평가했다.

잰더 쇼플리가 22일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제152회 브리티시 오픈에서 우승한 뒤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리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쇼플리의 티샷과 아이언샷이 스코틀랜드의 변덕스러운 바람을 뚫어내면서 경기를 편안하게 풀어냈다. 전반에만 2타를 줄인 쇼플리는 후반 들어서도 11번(파4), 13번(파4), 14번홀(파3)에서 버디를 잡아 3타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13번홀에서는 4.5m, 14번홀에서는 4.2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실수없이 성공시켰다.

쇼플리는 PGA 챔피언십과 똑같이 최종일에 6언더파 65타라는 빼어난 성적으로 우승했다. 긴장감이 치솟는 메이저대회 최종일 우승 경쟁에 그 어떤 선수보다 차분하게 자신의 경기력을 풀어냈다는 의미다. 특히 이날은 백나인(후반 9홀)에서 4타를 줄이며 31타를 쳤다.

‘AP통신’은 “긴장된 일요일을 즐거운 산책처럼 보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쇼플리와 우승을 경쟁한 로즈는 “쇼플리는 웨지, 퍼터를 잘 다루면서 공을 멀리 친다. 아이언 플레이가 강하다. 많은 무기를 갖고 있는 선수인데, 과소평가받는 것 중에 하나는 그의 정신력이다. 그는 정말 차분하다. 모든 상황을 매우 쉽게 보이게 만든다”고 놀라워했다.

“내가 한 라운드 중에 최고”라고 경기력에 만족감을 보인 쇼플리는 “제가 쳐본 가장 어려운 백나인 중 하나였는데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이 오늘 매우 도움이 됐다. 차분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쇼플리는 올해 우승하지 못한 마스터스에서도 8위, US오픈에서도 공동 7위에 오르는 등 메이저대회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쇼플리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은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기 전부터 원했던 것”이라며 욕심을 드러냈다.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마스터스와 US오픈이 퍼즐로 남았다. 골프 역사에서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진 사라젠, 벤 호건,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타이거 우즈까지 5명 밖에 되지 않는다.

잰더 쇼플리(왼쪽)와 저스틴 로즈가 22일 스코틀랜드 사우스 에어셔의 로열 트룬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제152회 브리티시 오픈 최종일 그린에서 퍼트를 준비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쇼플리는 그에 앞서 8월1일 시작하는 파리 올림픽 남자골프에서 대회 2연패를 노린다. 쇼플리는 독일 육상 10종 경기 국가대표였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버지 슈테판의 꿈을 도쿄에서 대신 이뤘다. 쇼플리는 ‘클라레 저그에 제일 먼저 무엇을 담아 마시겠느냐’는 질문에 “아버지에게 맡기겠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이글 1개, 버디 3개를 잡아내며 정상에 도전했지만,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에 발목이 잡혀 1타를 줄이는 데 그쳤다. 합계 1언더파 283타를 친 임성재는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공동 7위에 올랐다. 임성재와 동반플레이를 펼친 안병훈은 1오버파 285타를 쳐 공동 13위에 올랐다. 김민규는 공동 31위(6오버파 290타), 김시우는 공동 43위(8오버파 292타), 왕정훈은 공동 60위(11오버파 295타), 송영한은 공동 72위(14오버파 298타)로 마쳤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한때 선두에 한 타 차로 따라붙었지만, 9번홀(파4) 더블보기 등으로 흔들리며 임성재, 존 람(스페인)과 함께 공동 7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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