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잘린 밀양 가해자들 "왜 조용히 있냐"…피해자에 되레 '해명' 요구
'불기소 처분' 13명, 공범 맞았다…"친고죄 탓 처벌 모면"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004년 발생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피해자가 신상 공개된 일부 가해자로부터 '성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해명해달라'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지난 2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사건 피해자 김선미(가명) 씨와 그의 여동생 A 씨가 출연했다. A 씨는 그 당시 언니의 피해를 목격하고 사건 현장에 있었던 인물로, 언니와 함께 고통을 겪어왔다.
피해자들은 사건 발생 후 사건에 대해 찾아본 적이 없었고,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이라도 뜨면 서로 모른 척하며 말을 꺼내지 않을 정도로 트라우마가 극심했다고. 그러던 중 유튜브에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 신상이 공개됐다는 사실을 남동생으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한다.
A 씨는 "제일 처음이 6월 2일이었을 거다. 일요일이었는데 남동생이 '지금 유튜브 채널 난리 났어' 이러더라. 가해자들 신상이랑 얼굴을 직접적으로 공개했다는 거다"라고 운을 뗐다.
이에 A 씨는 신상 공개 유튜버한테 "우리는 아직도 이 사건 때문에 지옥 속에 살아가고 있고, 이 사건 얘기를 꺼낼 때마다 힘들다. 아직 언니가 동영상 올라온 걸 모르는 거 같은데 삭제해달라"고 메일을 보냈다.
그러자 해당 유튜버는 "그냥 이렇게 된 거 같이 이 사건을 한 번 키워나가면 어떨까요?"라고 답했다고. A 씨는 "그래서 그럴 생각도 없고 당장 수정하라고 했는데 무서웠다. (유튜버가) '피해자가 동의했다'고 해서 가해자들이 복수하는 게 아닌가"라고 토로했다.
이후 유튜버는 피해자의 동의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뒤늦게 이를 시인하며 관련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하지만 일부 유튜버들은 여전히 가해자의 신상 공개를 이어가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이 "그럼 지금 나오고 있는 신상 공개와 관련된 것 중에 어떤 것도 직접 동의하신 콘텐츠는 없는 게 맞느냐"고 묻자, 김 씨는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도 그렇고 저한테 동의를 얻었던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또 자매는 가해자에게 연락받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A 씨는 지난 2일에 '○○○ 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며 "지금 상황이 이렇게 커지고 (가해자들이) 직장도 잘리고 이런 와중에 (피해자가) 조용히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더라. (가해자 중 일부는) '직접적으로 성폭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이라도 시켜주고 이렇게 해줘야 하는데 왜 가만히 있냐. 그래서 난 피해자를 소환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소권 없음'이라는 게 '혐의없음'이 아니지 않냐. (가해자들이) 부인하는 게 하나같이 말이 다 똑같다"고 분노했다.
자매는 이번 사태가 불거지고 나서야 수사 당시 진술했던 가해자 44명이 형사 처벌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했다. 김 씨는 "그땐 저희가 어렸고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몰랐다. 저희 진술만 있으면 다 처벌받는 줄 알았다"며 "합의가 몇 명이 됐는지 공소권 없음은 왜 그런 것인지, 왜 피해자 진술이 없다고 돼 있는지, 구속과 불구속, 소년부 송치의 기준이 뭔지 궁금하다"고 했다.
폭행과 협박을 이용해 집단 성폭행을 한 44명은 특수 강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러나 검찰은 10명만 기소해 형사 재판에 넘겼고 나머지는 불기소 처분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불기소 처분된 34명 중 13명은 주범들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공범이라 진술하고, 피해자가 사진을 보고 가해자가 맞다고 진술했지만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오선희 변호사는 "'저 사람도 제게 피해를 줬어요'는 피해 진술이지, 고소는 아니다"라며 "'저 사람에 대해 고소합니다. 처벌해 주세요' 까지 다 있어야 한다. 당시 청소년 강간은 친고죄였다. 고소하지 않거나 고소가 취소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즉 공범 13명은 다른 가해자들의 진술과 피해자의 확인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피해자에게 고소 의견을 따로 확인하지 않아 친고죄 규정이 적용돼 불기소 처분을 받은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에게는 어떤 범죄 경력도 남지 않게 됐다.
아울러 검찰은 나머지 20명에게는 흉기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죄명을 바꿔 이들은 형사재판을 거치지 않고 곧장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마지막 1명은 이미 다른 성범죄로 창원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 창원 검찰청으로 이송돼 불기소됐다. 결과적으로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는 어떤 형사처벌도 받지 않았다.
sb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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