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호반새, 둥지 박차고 날다…언젠간 ‘숲속 사냥꾼’ 될까

한겨레 2024. 7. 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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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뿐 아니라 개구리, 쥐 사냥하는 ‘어부 왕’
짙은 주황색 깃털 뽐내며 물가 누비는 여름 철새
둥지를 박차고 나온 호반새 새끼.

5월23일, 6년 만에 경기 양주시 광적면 효촌리에 들렀다. 호반새와 청호반새가 번식하는 이곳은 흰눈썹황금새, 물총새, 파랑새가 관찰된다. 깊은 숲속에서 호반새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반새 소리다. 호반새는 ‘쿄로로로~’ 하고 우는 독특한 울음소리로 유명하다. 청호반새 울음소리도 기대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일주일 뒤, 한상길 사진작가의 안내를 받아 현장을 찾았다. 그는 해마다 효천저수지 지류에 오랜 비행에 지쳤을 여름철새들을 위한 야외 먹이터를 마련해둔다. 때마침 호반새가 처음으로 효천저수지에 나타났다. 주변 환경이 낯선 듯 조심스레 사냥하는 모습이었다.

짙은 주황색 깃털을 뽐내는 호반새는 화려한 겉모습 덕에 ‘불새’라고도 불린다.
냇가에 앉아 사냥감을 기다리는 호반새.
먹이가 풍부한 효촌저수지에는 백로류를 비롯한 오리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물총샛과 새는 호반새, 청호반새, 뿔호반새, 물총새 등 4종이다. 그 가운데 물고기를 잘 잡는 최고의 사냥꾼은 물총새다. 호반새는 사냥터에 나타나 특유의 울음소리로 소리로 존재감을 알린 뒤 안전에 이상이 없으면 사냥에 나선다.

나뭇가지나 바위에 앉아서 먹이를 탐색하고 발견 뒤에는 빠른 속도로 급강하하여 먹이를 잡는다. 정지비행으로 먹이를 찾기도 하며 직선으로 빠르게 난다. 잡은 먹이는 바위나 나무에 부딪혀 기절시킨 후에 머리 부분부터 먹는다.

사냥감을 향해 물속으로 곤두박질하는 호반새.
물이 솟구친다.
사냥에 성공했다.
미꾸라지를 잡았다 흡족한 표정이다.
재빠르게 물속을 빠져나오는 호반새.
힘찬 날갯짓으로 물을 박차고 나간다.
사냥감을 물고 나무위로 향한다.
사냥감을 나뭇가지에 부딪혀 기절시킨 뒤 머리부터 삼킨다.

6월14일 호반새가 포란(알품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7월4일께 호반새 알이 부화되어 새끼가 태어날 것이다. 7월11일, 호반새가 바쁘게 움직인다. 그동안 수컷만 사냥터에 열심히 오더니 이제 새끼가 제법 자랐는지 암컷도 자주 눈에 띈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무척 힘든 모습이다.

호반새 부부가 사냥터에 함께 찾아와 먹잇감을 살핀다.

물총샛과 새들은 다른 새들처럼 물에 앉아서 목욕하지 않고, 마치 사냥을 하듯 쏜살같이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러길 반복하면서 더위를 식히고 나뭇가지로 돌아와 앉아서 깃에 묻은 물을 털고 정돈한다.

무더위에 몸을 식히려 물속으로 뛰어드는 호반새.
사냥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물속에 몸을 담근다.
물이 솟구친다.
몸에 물을 흠뻑 적시고 나오는 호반새.
물방울을 흩날리는 날갯짓은 더위 식히기에 더할 나위 없다.
나뭇가지로 향하는 호반새.
시원함을 달래며 깃털을 손질한다.
발로 깃털을 골고루 고른다.
기지개를 켜며 활력을 찾는다.
깃털 고르기는 다음 사냥을 위한 준비다.

호반새라는 이름은 호수나 계곡 등 물가 주변에서 살아가는 새이기 때문에 붙여졌을 것이다. 영명 ‘Ruddy Kingfisher’은 붉은 깃털을 지닌 ‘최고의 어부’라는 뜻이다. 물고기 사냥의 달인이라고 보면 된다.

호반새 부부가 새끼의 먹이로 청개구리를 사냥했다.
도마뱀도 새끼의 먹이가 된다.
딱정벌레를 사냥한 호반새.
물고기도 새끼의 먹이에서 예외는 아니다.

호수나 냇가 같은 물가에서는 물고기를 주식으로 하지만 산림이나 계곡, 울창한 숲에서 생활할 때는 환경에 따라 먹이가 다양하게 바뀐다. 잠자리, 귀뚜라미, 풍뎅이, 가재, 물고기, 개구리, 지렁이, 도마뱀, 뱀, 쥐 등 움직이는 생물이라면 무조건 사냥감이 된다.

물총샛과에 속하는 호반새는 물총새와 크게 경쟁하지 않는다.
사냥터로 향하는 호반새.
지정석에 횃대에 앉기 위해 호반새가 속도를 줄인다.

우리나라 시골에서는 호반새를 흔히 ‘불새’라 부른다. 몸 전체가 주황색으로 불타는 모습을 연상케 해서 그렇게 부른 것 같다. 전체적으로 진한 주황색 깃털로 덮여 있는데, 몸 위쪽보다 아래쪽이 연한 주홍빛이다. 허리에 폭이 좁은 푸른색 세로줄 무늬가 있지만,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눈동자는 검게 보이지만 눈동자 테는 갈색이다. 머리가 크고 목이 짧다. 다리도 매우 짧고 붉은색이다. 진한 형광 주황색 부리는 굵고 길어서 바위라도 부술 만큼 튼튼해 보인다.

둥지에 알을 낳고 나서는 부모가 교대로 새끼에게 먹이를 잡아다 준 뒤 한 마리가 둥지 주변을 지키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부모 가운데 한 마리가 둥지 근처에서 먹이를 가져왔다고 소리를 내면, 둥지를 지키던 호반새가 나와 교대하고 사냥에 나선다. 이렇게 천적의 공격을 피하고자 하는 행동이 새끼를 키우는 동안 지속한다.

보통 산간 계곡의 무성한 숲속에 있는 오래된 나무의 구멍이나 까막딱따구리의 옛 둥지를 번식지로 사용한다. 그 가운데서도 오래된 밤나무 구멍을 선호한다. 해마다 둥지를 틀었던 곳을 수리해서 쓰는 습성이 있다.

청설모나 담비 등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거나 큰 방해 요인이 발생하면 번식을 포기하기도 한다. 다음 해에는 그 둥지를 사용하지 않는데, 다시 사용하더라도 한 해 걸러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둥지를 박차고 나온 호반새 새끼.

6월 중순부터 7월까지 4~5개의 알을 낳아 19~20일간 품는다. 새끼는 이소 직전까지 나무 구멍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다가 갑자기 구멍에서 튀어나와 이소(새끼가 둥지 밖으로 나오는 것)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름철새 가운데 가장 늦게 번식을 하기 때문에 호반새의 번식이 끝나면 우리나라를 찾아온 여름철새들의 번식도 모두 끝난 것으로 보면 된다. 한국, 일본, 타이완, 중국 만주와 동북부에서 번식하고 필리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셀레베스) 섬 등지에서 겨울을 난다.

우리나라에는 5월 초순에 도래해서 9월 하순까지 서식한다. 산간 계곡에서 간혹 호반새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는 있으나, 경계심이 강해 직접 모습을 관찰하기는 쉽지 않다. 관심을 가지고 보호해야 할 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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