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정상화’ 외치려면 여야 추천권 없애야

김동민 기자 2024. 7. 22.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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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 주장하지만 뒤로는 내 편 만들기
역대 상임위원 보면 친정부 성향 다수
위원 임기보장, 여야 추천 최대 걸림돌
방통통신위원회 건물. 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통위원장을 포함한 총 5명의 위원 거취가 여야의 정쟁 대상으로 전락하면서다.

22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08년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했다. 당시 총 5명(위원장 포함)의 상임위원은 대통령이 2명을 지명 또는 임명하고, 여당은 1명, 야당은 2명씩 각각 추천권을 갖도록 했다.

외형적으로 여야 간 추천권 안배가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대통령과 여당 추천과 야당 추천에 따라 5명의 방통위원이 ‘불편한 공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다.

특히 방통위원 임기(3년)의 경우 1회에 한해 연임을 하면 총 6년의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다. 다만, 대통령 임기(5년)와 ‘3+3의 임기’를 보장받는 상임위원 임기가 일치하지 않아 방통위원 교체기가 되면 여야 모두 ‘공영방송 정상화’라고 말하면서 서로를 향해 ‘방송장악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위원장을 포함한 5명 중 여야 몫 위원 간 찬반이 갈라지면서 방통위 현안에 대해 ‘3대 2’ 결정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경기도 과천시의 한 오피스텔 건물로 첫 출근하며 준비해 온 글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방통위 의결구조는 KBS와 MBC 등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KBS나 EBS는 물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에 대한 영향력을 통해 MBC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통령이 방통위원장을 동원하면 사실상 지상파 3곳 중 2곳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박근혜·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논란이다. 2017년 5월 9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인 6월 방통위는 4기 위원진을 구성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래한국당 몫인 김석진 위원과 대통령 몫인 고삼석 위원만 있었다.

당시 대통령 몫 상임위원 1명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임명한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방송정책 실장이다. 이에 당시 여당은 김 위원에 대해 권한 남용 및 알박기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해 6월 6일 김용수 위원을 미래부 2차관에 임명하고, 국민의당 몫으로 고영신 씨를 내정했지만, 여론에 따가운 시선을 받고 철회했다. 이후 내정한 표철수 씨 역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경기 남양주을 지역구에 국민의당 공천을 받고 출마한 정치인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7월 31일, 이효성 방통위원장 내정자를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임명했다. 동시에 국회 몫인 허욱(민주당 추천), 표철수(국민의당 추천) 상임위원 임명을 동시에 재가했다. 이로써 4기 방통위 구성은 완료됐다.

이어 7대 한상혁 위원장이 2019년 9월 9일 임명됐다. 한 위원장은 또 2020년 8월 3일 8대 위원장에 취임해 윤석열 정부 출범(2022년 5월 9일) 후 1년이 지난 2023년 5월 30일 퇴임했다.

한 위원장 시절인 2020년 3월 당시 야당 몫으로 추천된 안형환 위원은 상임위원에 이어 2022년 2월 1일부터 2023년 3월 31일까지 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안 부위원장이 퇴임하자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3월 30일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의 방통위원 추천안을 단독 처리했다.

당시 최 전 의원이 임명되면 방통위원은 여당 1명, 야당 4명이 된다. 대통령 지명 2명을 포함해 여야 3대 2로 의결구조가 무너지면서 위법 논란도 제기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이 추천한 최민희 위원(현 민주당 의원)을 상당 기간 임명하지 않았다. ‘2대 3’ 의결구조를 의식한 조치로 해석됐다. 여야 ‘2대 3’ 구조는 2023년 7월 말 한상혁 위원장 퇴임하면서 역전됐다.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방송법 개정안 등을 상정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한상혁 위원장 퇴임 후 김효재(직무대행), 이동관 위원장, 김홍일 위원장 등을 임명했지만, 야당은 방통위 정상화에 협조하지 않았다. 특히 방통위원에 선임되고도 대통령 재가를 받지 못했던 최민희 위원이 22대 국회 과방위원장에 선임되면서 여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020년 3월 야당(국민의힘)이 추천한 안형환 부위원장 사례를 볼 때 여야가 바뀐 상황에서 야당 몫 위원으로 최 전 의원이 추천됐어야 했지만, 정부 여당이 반대하면서 물거품이 됐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방송계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야가 서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명분으로 삼고 있지만, 실제로는 내 편을 심어 놓고 KBS와 MBC 등을 좌지우지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이참에 역대 방통위 사례와 공영방송 경영진 교체까지 옳고 그름을 다 따져보고 정치가 개입할 수 없는 제3의 구조를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민 기자 zoomin031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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