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후보직 전격 사퇴…美 대선 격랑 속으로[바이든 사퇴]

2024. 7. 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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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토론 참패 후 24일 만…해리스 부통령 지지 표명
‘흑인·아시아계 여성’ 해리스, 대타 후보 유력
트럼프 “바이든, 최악의 대통령…해리스는 더 이기기 쉬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CNN 스튜디오에서 열린 2024년 대선 후보 첫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을 불과 107일 앞두고 민주당 대선 후보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TV 토론 참패 이후 사퇴 압박을 받아 온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리턴 매치가 불발되고, 미 대선 레이스는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성명을 통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이 내 의도였으나 (후보에서) 물러나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으로의 의무를 다하는 데만 집중하는 것이 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며 “내 결정에 대해 이번 주 후반에 더 구체적으로 국민들에게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후 별도의 글을 통해 “2020년 대선 후보로 내가 내린 첫 결정은 카멀라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지명한 것이며 그것은 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이라면서 “오늘 나는 카멀라가 우리 당의 후보가 되는 것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원 여러분, 이제는 우리가 힘을 합쳐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라며 “해봅시다”라고 당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는 지난달 27일 첫 대선 후보 토론 이후 24일 만에 이뤄졌다.

당시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말을 더듬고 발언 중간에 맥락과 관계 없는 말을 하면서 81세 고령에 따른 건강 및 인지력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지지율 격차가 벌어지자 민주당 내에서는 30여 명의 상·하원 의원들이 잇따라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설상가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 직전인 지난 13일 피격으로 부상을 당하면서 ‘영웅’ 이미지로 대세론을 타고,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걸려 다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당내 지지가 급속도로 떨어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퇴 압박에도 완주 의지를 고수했으나 당에 영향력이 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까지 등을 돌리면서 결국 백기를 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펠로시 전 의장은 사퇴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해 입김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CNBC는 소식통을 인용, 펠로시 전 의장이 20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TV 토론 참패의 여파와 그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공적에 어떤 타격을 주고 있는지 이야기했다고 21일 보도했다.

펠로시 전 의장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발표 후 “그의 비전, 가치, 그리고 리더십의 유산은 그를 미국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만든다”며 “항상 미국의 약속을 믿고, 사람들에게 그들의 성취에 도달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바이든 대통령에게 사랑과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도 21일 오후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했다고 NBC는 전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사퇴 발표 후 엑스에서 “조 바이든은 위대한 대통령이자 훌륭한 입법 지도자였을뿐만 아니라 정말 놀라운 사람이다. 그의 결정은 쉽지 않았지만 그는 다시 한 번 조국과 당,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며 “조, 오늘은 당신이 진정한 애국자이자 위대한 미국인임을 보여준다”고 칭송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따라 민주당은 대선 후보를 다시 선출해야 한다. 제이미 해리슨 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11월에 도널드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뽑기 위해 투명하고 질서 있는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개최하기 전에 다음 달 초 온라인으로 미리 후보 선출을 진행할 예정이나 상황에 따라 일정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의 대타 후보로는 해리스 부통령(59)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56),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52),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59),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51) 등이 거론돼 왔는데, 현재로서는 해리스 부통령이 가장 유력한 상황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흑인·아시아계 여성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기존 대선 선거 자금 및 조직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1순위 후보로 꼽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사퇴 발표 직후 해리스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지한 데 이어 짐 클라이번 민주당 하원 원내부대표 등 다수의 의원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이 잇따라 지지를 표명한 점도 해리스 부통령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엑스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대통령 후보가 돼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도 성명을 내고 “해리스는 그동안 부패한 바이든의 조력자 역할을 해 왔다”면서 “해리스는 미국 국민에게 바이든 보다 훨씬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엑스에 올린 글에서 “조 바이든은 내 생애 최악의 대통령이며 해리스는 그 모든 과정에 바이든과 함께했다”면서 “지난 4년간 해리스는 주택과 식료품 비용을 상승시킨 국경 개방 정책과 녹색 사기 정책에 같이 서명했다. 그녀는 이 모든 실패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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