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리포트] 우주 기업 수난시대…美선 정리해고, 韓은 주가 급락

이종현 기자 2024. 7. 2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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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지구관측 기업 플래닛 랩스, 직원 180명 정리해고
불확실한 수요에 수익 성장세도 더뎌 악전고투
한국 발사체 기업 이노스페이스, 상장 후 오버행 우려도
윌 마샬 플래닛 랩스 최고경영자./TED 유튜브 캡쳐

미국의 우주 기업인 플래닛 랩스(Planet Labs)가 지난 6월 26일 직원 18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전체 직원의 17%에 달하는 규모다. 이 회사는 인공위성이 촬영한 영상과 이미지를 활용해 지구관측 데이터를 만들어 서비스해왔다. 플래닛 랩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회사의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장기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를 상징하는 미국 우주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외부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는 벌어서 남는 게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구조조정이 잇따르고 있다. 주가도 급락했다. 국내 우주 기업도 주식시장에 상장됐지만 주가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상장까지 투지를 많이 받았지만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도 발을 빼고 있어 앞으로 상황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지구관측 위성 업체 잇따라 정리해고

플래닛 랩스의 정리해고 소식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작년 8월에도 당시 전 직원의 10%인 117명을 정리해고했다. 윌 마샬 플래닛 랩스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전 직원에 보낸 이메일에서 “서비스에 대한 시장 수요가 예상보다 적었다”며 “수익 창출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재차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며 사실상 지난 1년 간의 노력이 실패했다고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플래닛 랩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우주 기업 새틀로직(satellogic)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꾸준히 직원을 줄이고 있는 새틀로직은 지난달 전체 직원의 30%에 해당하는 70명을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다. 5월에도 34명을 해고했는데, 한 달 사이 전체 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104명을 정리한 것이다.

플래닛 랩스와 새틀로직은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기업이다. 그동안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을 의미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상징하는 기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주식시장 성적표는 겉모습과 다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새틀로직은 주당 2.06달러에서 1.15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플래닛 랩스도 주당 3.34달러에서 2.14달러로 떨어졌다.

두 회사는 모두 적지 않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지만, 수익성은 좋지 않다. 플래닛 랩스는 올해 1분기에 6040만달러(한화 약 839억원)의 분기 매출을 달성했는데 순손실이 2930만달러(407억원)에 달했다. 쌓아놓은 투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불안감은 계속해서 커질 수밖에 없다.

우주시장을 이끄는 미국 우주기업의 부진은 고스란히 시작 단게인 한국 우주기업의 불확실성으로 돌아오고 있다. 인공위성을 활용한 지구관측 데이터 사업을 하는 국내 우 기업들은 열이면 열, 플래닛 랩스를 롤 모델이자 벤치마킹 대상으로 언급한다. 그런데 원조 격인 플래닛 랩스마저 부진하는데 후발 주자인 한국 우주기업의 미래는 더욱 불안할 수밖에 없다.

7월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이노스페이스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상장기념패 전달 후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홍순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수종 이노스페이스 대표이사,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한국 우주기업 주가 하락, 오버행 가능성도

이런 불안감은 속속 주식 시장에 상장하는 국내 우주 기업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형 발사체를 개발하는 이노스페이스는 지난 7월 2일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국내 우주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우주 발사체 한빛-TLV 발사를 성공한 기업이다.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이름을 올렸지만 성적표는 좋지 않다. 공모가 4만3300원에 상장했지만 첫 날에만 주가가 20% 넘게 하락했고, 이후로도 계속 내림세다. 상장 당시 기업가치가 4000억원이 넘었지만, 지금은 시가총액이 2500억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이노스페이스가 기술력은 인정 받았지만 어디에서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노스페이스는 소형 위성을 대상으로 하는 소형 발사체 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최근 국제 우주 산업의 추세는 중대형 발사체로 전환되는 분위기다. 이준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우주사업부장(전무)은 “큰 버스에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타고 가는 게 일일이 택시를 타고 가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며 “발사 서비스 시장이 2020년대 들어서 중대형 위주로 급격하게 재편되면서 소형 발사체로 시작한 스타트업들도 노선을 바꿔서 중대형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스페이스는 매출이 올해 20억원에서 2025년 478억원, 2026년 972억원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도 내년까지는 적자를 기록하다 2026년 158억원 이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장미빛 전망이 실현되려면 안정적인 수요처를 찾아야 하는데, 이제 막 상업 서비스를 시작하는 우주 스타트업으로선 쉽지 않다는 말이 많다. 앞으로 발사 실패 없이 계속 성공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주 분야를 담당하는 정지수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소형 발사체 업체는 발사 성공 확률이 낮은 편으로 50번의 임무 수행을 완수한 미국 로켓 랩마저 수익화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와중에 상장을 앞둔 우주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초소형 위성을 개발하는 루미르가 최근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삼사를 통과했고, 우주 발사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와 초소형 위성을 통한 지구 관측 서비스를 준비하는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도 올해 안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덕산넵코어스, 키프코전자항공, 카이로스페이스 같은 우주 기업들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을 준비하는 우주 기업들은 대부분 당장 큰 매출을 기대하거나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렇다 할 매출 없이 투자를 받아서 회사를 운영하다 보니 주식 시장에 상장한 이후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서 한동안 주가가 출렁거릴 가능성도 크다. 이노스페이스만 해도 최대 주주인 김수종 대표의 보호예수기간은 3년이지만, 벤처금융이나 전문투자자들의 보호예수 기간은 1~3개월로 짧게 설정됐다.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물량) 이슈가 있는 셈이다.

올해 상장을 앞둔 한 우주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 대표는 “우주 분야 기업들은 주식 시장에 상장하기 전까지는 버티기 모드이기 때문에 소액이라도 여기저기에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모인 투자자들이 기업이 상장하자 마자 먼저 투자금을 먼저 회수하겠다고 줄을 서기 때문에 상장 초반에는 주가가 좋을 수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런 부분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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