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호황기 시작인데"…조선소에 드리운 '파업 먹구름'

최지훈 2024. 7. 22.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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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모처럼 호황기에 마땅한 보상 받아야
업계, 상호 수용 가능한 최선의 방안 찾아야

수주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에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본격적인 총파업에 돌입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도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며 파업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한화오션 노조는 단체협약·노조 승계 등 당시 인수 당시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이익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 "인수 당시 약속 지켜라"

22일 한화오션 노조는 총파업 투쟁 마지막 주에 들어섰다. 2주간 여름휴가를 앞둔 마지막 한 주라 투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화오션 노조는 사측에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 약속했던 단체협약·노조 승계 등의 약속을 지키고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매각 당시 한화 자본은 단체협약과 고용을 보장하고 낮은 임금 등에 대한 개선을 약속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지역 발전 약속은 오리무중에 빠졌고, 회사는 개선되지 않은 노동조건에 실망해 떠난 노동자들의 빈자리를 이주노동자들로 채워나가는데 급급했다"며 "한화오션은 신용과 의리의 경영 이념에 맞는 비전을 거제시민과 노조에 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TOP 활동을 통해 경영진은 우리 회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비효율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지만, 현장에선 자재가 적기 구매·적기 보급되지 않는 상황이라 성과가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현재 안벽 공사도 정상화되지 않아 도크 단계에서 배를 아무리 만들어도 안벽에 계류할 수 없어 자연스럽게 인도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비즈워치.

또 다른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도 "한화 경영진의 인식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노조는 생존권 보장을 위한 최일선에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화오션 노사는 RSU 지급 방식을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 당시 성과급을 RSU 방식으로 300% 지급키로 했다. RSU 제도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의 장기 보상 제도다. 임직원이 회사의 장기 발전에 집중하도록 하고 주주 가치 제고에 기여하도록 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임직원의 지속적인 성과 창출로 회사의 실적이 상승하고, 주주 가치도 끌어올리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측은 2023년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RSU 지급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화오션 노조는 요구 조건이 수용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할 예정이라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이익 공유 필요 주장

이미 올해 연간 수주 목표를 달성한 HD한국조선해양(조선 중간지주사)의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에 이익 분배를 요구하고 나섰다. 생존권 보장을 위해 총파업을 결의한 한화오션과 다른 모습이다.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은 올 들어 현재까지 총 144척(해양설비 1기 포함)을 수주했다. 수주금액만 162억7000만달러(22조6397억원)로 6개월 만에 연간 목표치인 135억달러(18조7852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그래픽=비즈워치.

본업인 조선업이 호황을 맞은 덕에 그룹사 전체 시가총액도 뛰었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의 시총은 53조200억원으로 76개 국내 대기업 집단 중 6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대비 41.81%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 노조는 "회사가 지난 10년간 어려운 시기를 견뎌낸 조합원들을 진정한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면, 오랜만에 돌아온 호황기에 교섭을 끌 필요 없이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기본급 15만 9800원 인상 △정년 연장 65세(임금피크제 폐지)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회사에 이익 분배를 요구하고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24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에 돌입할 계획이다. 만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 찾아야

업계에서는 모처럼 찾아온 조선업 호황이 자칫 노조의 파업으로 발목을 잡힐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년 만에 찾아온 수주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노사 갈등보다는 전사적으로 힘을 합쳐야 할 때라는 의견이 많다.

이에 따라 HD현대중공업 업황 회복기인 지금은 대립이 아닌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교섭에 매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가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갖고 협력해 나간다면 입장 차를 충분히 좁힐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화오션도 노사갈등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이다.

/사진=HD한국조선해양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장기 불황에 따른 어려움을 이제 겨우 극복하고 회복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이를 관철시키기 위한 파업은 공멸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HD현대중공업은 통상적인 임단협 과정을 밟고 있는 반면, 한화오션의 경우 좀 더 중층적이면서 다면적인 문제"라면서 "한화의 RSU 지급 여부는 빙산의 일각일 뿐 향후 한화의 조선소 경영 능력은 복잡한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말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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