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담심리학회] 당신의 노년기가 인간 답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
노년기 돌봄 정책에서 고려할 점들
당신은 노인입니까?
아니라면, 당신이 노인이 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입니까?
노인에 관한 정책은 결국 나의 노년기가 인간 답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 가만히 눈을 감고 연약해진 당신의 인간다운 노년기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시라.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어떤 장면이기를 소망하는가?
먼저 고령화 사회를 경험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애써왔다. 노년기에 대한 개입과 지원 정책에 의료·주거·교통·보건·복지·직업·재활·심리상담 등 다양한 영역 간 협력과 연계를 강조한다. 우리나라도 노인에 대한 의료 돌봄 통합지원 계획을 수립해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고 있지만 세세한 내용을 들여다보면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몇 가지 요소가 존재한다.
첫째, 노년기 돌봄의 바탕이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스웨덴은 욕구에 따라 도움과 지원을 받을 권리를 강조한다. 대부분의 노인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사회에서 특히 자기 집에서 늙어가고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반영해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적 노인 돌봄 서비스를 강조하고 우리나라도 유사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신체적·물리적 측면에 관한 정책에 치우쳐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2023년 경기도 노인종합상담센터의 실태 조사를 보면 심리 정서와 삶의 질에 대한 상담이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년기는 한 인간으로서 왕성한 활동이 축소되고, 여러 면에서 약해지는 자신을 마주해야 하는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불안과 우울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앞으로 마련될 노인 상담 정책에서 이해와 용기, 살아온 날들과 앞으로 남은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정리하는 심리 정서적 돌봄에 대해 세심한 고려가 요구된다.
둘째, 노년기 돌봄 정책이 거시적으로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독일에서는 노년에도 자기 결정적인 삶이 가능해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것을 지원하는 정책 목표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 외로움 역량 네트워크를 통해 외로움에 대응하도록 하고 디지털 사회에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한다.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가진 자유와 존엄에 대한 적극적 표현이다. 우리나라의 노인 정책은 과연 어디를 향하여 방향을 설정하고 있을까? 지금쯤은 우리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살피고 그 방향을 찾아가야 할 때이다.
셋째, 노년기 돌봄의 대상이 어떻게 차별화되어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영국에서는 단순한 나이보다는 허약함을 기준으로 지원체계를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규정하나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각기 다른 노화 속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허약함을 기준으로 필요에 따라 적절한 지원을 한다는 것이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정책을 수립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공평과 분배의 측면에서 쉽지 않은 문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노년 인구는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 국민의 30%가 노년기를 맞게 될 시기를 준비하며 앞으로의 정책은 연령, 신체적 건강, 경험의 다양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노인 정책 선진국들의 정책적 접근을 살펴보면서 노년기 욕구는 무엇인지, 우리 정책이 거시적으로 지향할 부분은 무엇인지, 다양성을 어떻게 포괄할 것인지를 묻게 된다. 또 앞서서 고령화를 준비한 국가들의 정책 속에는 자기결정, 외로움, 개인차, 개인의 욕구, 가족 및 이웃과의 건강한 교류 등 심리상담 영역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념들이 빼곡하다.
다시 한번, 눈을 감고 당신이 바라는 당신의 인간다운 노년기의 모습이 어떠했으면 좋겠는지 그려 보시라. 어떤 장면이 떠오르는가?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노인 정책의 방향은 지금 그리는 장면의 교집합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고, 마음을 돌보는 심리상담 영역에 대한 깊이 있는 고려가 기반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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