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항은, 원래 전쟁터다"…변우석, 과잉경호의 명암
[Dispatch=김소정·정태윤기자] ① 2024년 6월 6일, 인천공항 1터미널 3층 출국장 2번 게이트.
배우 변우석이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대만. 아시아 투어의 시작이었다.
수많은 팬이 몰려 들었다. 2번 게이트 앞은, 아수라장이 됐다. 서로 먼저 (자동문을) 통과하기 위해, 몸싸움을 벌였다. 그러다 한 팬이 넘어졌다. 자칫, 압사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② 2024년 6월 26일, 인천공항 2터미널 3층 출국장 2번 게이트.
배우 변우석이, 또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팬미팅에 참석할 예정이다.
수많은 팬이 몰려 들었다. 경호팀은 지난 6일의 혼란을 기억했다. 자동문 앞에 2명을 배치, 팔과 팔로 스크럼을 짰다. 하지만 실패. 팬들은 자동문 옆 수동문을 밀고 들어왔다.
③ 2024년 7월 12일, 인천공항 2터미널 3층 출국장 2번 게이트.
배우 변우석이, 다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목적지는 홍콩. 마지막 아시아 투어 일정이었다.
경호팀은 지난 2번의 실패를 기억했다. 이에, 공항경찰대에 협조를 구했다. 경호팀은 (경찰대와) 상의 끝에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했다. 48초 동안 개폐를 제한, 출입을 통제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변우석과 팬들 사이에 48초의 간격이 생겼다. 안전 사고도 없었다.
하지만, 실패였다. '과잉 경호'라는 질타가 쏟아졌다. 변우석은 공항 밖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 공항은 아수라장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지난 17일 "공항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설 경호업체가 과잉 대응하는 그런 경우가 없었다"며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기스타의 출입국은 언제나 아수라장이었다. 아티스트가 밀리고 넘어지고, 팬들이 넘어지고 밀쳐졌다. 기물 파손도 부지기수. 자동문이 부서지는 일도 있었다.
2023년 6월 23일, 에스파 앞에서 팬들이 넘어졌고. (RNX뉴스)
2023년 5월 5일, 백현 팬들은 중심을 잃었고, (RNX뉴스)
엔하이픈 팬들도 연달아 넘어졌다. (24.01.25, RNX뉴스)
지난 6월, 아이유는 넘어진 팬을 부축했다. (RNX뉴스)
제베원의 등장에 팬들이 몰려들고, (23.05.13)
뉴진스 입국 때 안전라인은 무너졌다. (23.08.23, RNX뉴스)
2024년 6월, 라이즈 입국 때 자동문이 부서졌다.
정국은 휘청거렸고 (23.12.02)
뷔는 안부를 다시 물었다. (22.11.20)
"출국할 때마다 걱정이 돼요." (뷔)
◆ 다시, 7월 12일
다시, 2024년 7월 12일. 변우석이 차에서 내렸다. 그 옆에 경호원 ①이 서 있었다. 변우석은 경호원 ①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횡단보도를 건넜다.
경호원 ② ③ ④ ⑤는 2번 게이트 앞을 지키고 있었다. 변우석이 출국장 안으로 들어서자, 경호원 ①이 따라 이동했다. 그 사이, 경호원 ③ ④는 2번 게이트 자동문을 (48초 동안) 수동으로 바꿨다.
변우석이 체크인 카운트로 향했다. 경호원 ⑥ ⑦ ⑧의 역할은 출국장 내부 통제선 관리. ⑥이 차단봉 노란색 라인을 지켰고, ⑦ ⑧은 라인을 넘어서는 팬들을 제지했다.
변우석이 출국 수속을 마치고, 비즈니스 라운지로 향했다. 경호원 ① ⑧이 근접 수행을 실시했다. ①은 바로 옆에서 배우를 보호했고, ⑧은 팬들을 제지하며 안전거리를 확보했다.
여기까지, 변우석과 경호원의 동선이다. 문제가 된 부분은, '자동문 수동전환'과 '플래쉬 발사', '항공권 검사' 등이다.
◆ 경찰과 상의했다
변우석 경호업체는 경호 인력을 3차례 보강했다. 6명(6월 6일)으로 시작해, 8명(7월 12일)으로 늘렸다.
경호업체 대표 A씨는 '디스패치'에 "배우 출국 시, 통상 2명의 경호원을 붙인다"면서 "변우석은 6명으로 시작했지만 감당이 안 됐다. 마지막에는 2명을 추가 투입했다"고 밝혔다.
경호팀이 가장 우려한 지점은, 출국장 2번 게이트. 이미 한 차례 팬이 넘어졌고, 스크럼이 뚫렸다. 경호팀은 현장에서 공항경찰대에 협조를 구했고, 자동문을 수동으로 전환했다.
실제로 변우석 출국 영상을 확인하면, 공항경찰대 직원 모습을 볼 수 있다. 해당 직원은 경호원과 함께 수동 개폐 이후, 출국장 안으로 들어온다. 사전에 협의됐음을 알 수 있다.
인천공항 측은 "연예인 출국이나 해외 선수 방한 때, 경비대의 자체적 판단에 따라 게이트를 통제한다"면서 "오타니 선수가 방한했을 때도 (자동문을) 수동 전환했다"고 말했다.
◆ 비난보다 안전
경호원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과잉'이라는 질타가 잇따른다. 반대로 소극적으로 대처하면 '방관'이라는 비난이 이어진다. 하지만 경호원은 사고보다 비난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자동문을 48초 동안 수동으로 막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이 (여유로운) 동선을 확보해 줬습니다. 압사 사고도, 기물 파손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비난보다 중요한 건 안전입니다." (경호업체 A대표)
단, 경호원의 안내 멘트는 미숙했다며 사과했다. A대표는 "해당 경호원이 10분간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충분히 오해를 살 만 했다"면서 "실제로 문을 잡은 시간은 48초였다"고 해명했다.
A대표는 '디스패치'에 역으로 질문을 던졌다.
"6월 6일에 한 팬이 넘어졌습니다. 그때 다른 팬들도 우르르 밀려 넘어졌다면요? '왜 수동 개폐를 하지 않았냐'는 비난도 있을 겁니다. 저희가 현장에서 '오버'한 부분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최선이라 생각했습니다. 죄송합니다." (A대표)
◆ 플래시는 오버
스타들의 출입국 현장은 전쟁터와 다름없다. 팬들, 홈마, (대리)찍사, 유튜버, 영상기자 등이 뒤섞여 아수라장이 된다.
경호원들의 임무는 아티스트 보호다. 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는 팬들을 막기 위해 (경호원이) 손, 주먹, 발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플래쉬다. 상대방 렌즈를 향해 손전등을 비추는 방식이다. 이것은 경호원의 좋은 예로 꼽혔다. 신체접촉을 피하면서 근접 촬영을 막는다는 호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변우석의 경우, 플래쉬는 과잉경호의 상징이 됐다. 그도 그럴 게, 경호원 ①이 무분별하게 쐈다. 특히, 비지니스 라운지 내에서 플래쉬를 발사할 이유가 있었을까.
경호업체 A대표는 '디스패치'에 "일부 팬들은 비즈니스 티켓을 끊어 라운지까지 따라온다"면서 "경호원이 과민하게 반응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는 팬들에게 경고 목적으로 사용해야 합니다. 한데 너무 많이 너무 오래 불빛을 쏜 것 같습니다. 이용객에게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희 과실입니다." (A대표)
◆ 여권검사는 오보
하지만 여권 검사 논란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함을 표했다. 무엇보다, 여권과 신분증 검사는 오보라는 것. "2층 라운지로 향하는 비지니스 이용권을 확인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항경비대 직원도 합세했다. 에스컬레이터 입구에서 라운지 이용권 유무를 체크했다. 실제로 현장 영상을 보면 "어디 가세요", "보여주세요"라는 경비대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라운지행 에스컬레이터는 좁습니다. 팬들이 몰려들면 병목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고요. 불가피하게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A대표)
경호업체 대표는 "여권을 요구한 적은 없다. 오해는 말아 달라"며 재차 사과했다. 이어, "(라운지) 이용객을 위해서라도 체크는 필요하다 생각했다"며 해명을 이어갔다.
"일반 이용객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었습니다. 팬들이 몰려들면 에스컬레이터를 탈 수 없으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일반 이용객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A대표)
◆ 행복한 거리두기
"인천공항이 생긴 이래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이학재 사장)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정말 몰랐던 걸까? 지금까지 수많은 연예인이 밀쳐지고, 수많은 팬이 넘어졌다. 안전선이 끊어졌고, 자동문도 부서졌다.
물론, 과잉 경호는 비난의 대상이다. 그렇다고 개입을 줄일 수 없다. 인사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학재 사장은 '탁상공론'이 아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팬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지난 2018년, '아미'가 실시한 퍼플라인 캠페인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다. (물론, 해당 캠페인은 오래가지 못했다. 현재는 볼 수 없다.)
당시, 아미는 자발적으로 질서유지 캠페인을 준비했다. 방탄소년단 팬들은 "붙지 말자", "눈으로만 담자", "행복거리를 유지하자"며 입국장에 보라색 라인을 쳤다.
공항은 스타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장소다. 따라서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하다. 경호를 비난하고, 연예인을 질책할 문제가 아니다. 팬들이 먼저 거리를 둬야 한다.
<영상출처=디스패치DB, RNX뉴스, MBC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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