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트럼프 2기 리스크 가시화…안보·경제 대비책 서둘러야
'인지력 저하' 논란에 휩싸였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대선 후보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남은 기간 대통령으로서의 의무를 다하는데만 집중하는 것이 국가와 당을 위한 최선의 이익"이라며 구원등판할 후보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미국 민주당은 다음달 19일 전당대회에 앞서 새로운 대선후보를 뽑는 선출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해리스 부통령 외에 복수의 후보가 도전에 나선다면 대의원 투표를 통해 대선후보를 가리겠지만, 현재로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이 최종 후보로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문제는 민주당 후보에 누가 지명되든 현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가장 커 보인다는데 있다. 지난 13일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가 보여준 강인한 지도자의 인상이 대중에게 각인돼 트럼프의 지지세는 상승세다. 결과적으로 트럼프를 겨눈 총탄이 바이든을 관통한 셈이 됐고, 11월 대선까지는 불과 4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현실화할 조짐이 보이자 국내외에선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먼저 동맹보다 미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미국우선주의'다. 지난 18일 후보수락 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에 물건을 팔고 싶으면 미국에서 만들면 된다"고 하면서 "동의하지 않으면 100~200%의 관세를 부과해 미국에서 팔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16일 언론 인터뷰에선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사업을 전부 다 가져갔다"는 발언으로 전세계 반도체 주식 급락 등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을 들여온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도 부정적이다. 미국은 그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미국에 투자하면 보조금을 주겠다고 했는데 자칫하면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히게 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물론 현대차,기아차,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전략에 차질이 빚어질까 우려된다.
안보 리스크도 결고 가볍지 않다. 트럼프 후보는 지난번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수락 연설에선 "많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했다가 20일 미시간주 그랜드 래피즈 유세에서는 대통령 시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당신은 너무 많은 핵을 갖고 있다"며 미국에서 양키즈 야구경기를 함께 보자고 제안했다는 발언도 했다. 트럼프 1기 때 우리 정부는 트럼프와 김정은의 직거래 시도로 상당히 곤혹스런 처지에 놓인 바 있다. 비록 하노이 빅딜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긴 했지만 재집권한다면 북핵을 용인하고 직거래를 재추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맹이란 이유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이라는 청구서를 내밀 공산도 크다.
예측불허의 럭비공 행보도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다. 트럼프 후보는 최근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을 방어하겠냐'는 질문에 "대만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주지 않는다. 우리는 보험회사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해 기존 동맹질서를 무시한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질문에 '대만' 대신 '한국'을 넣으면 정신을 바싹 차려야 할 발언이다. 트럼프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똑똑하고 강하며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후보수락 연설에선 '미국 절반이 아닌, 미국 전체의 대통령이 되려고 출마했다"며 통합을 강조하더니 다른 자리에선 바이든을 IQ 70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미친(crazy) 사람으로 언급했다. 자신에게 적용된 4건의 형사 기소에 대해서는 "급진 좌파 민주당원, 마르크스주의자, 공산주의자, 파시스트가 나를 기소할 때마다 큰 명예의 상징으로 여긴다"고 거친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좌충우돌 발언은 미국은 물론 동맹국까지 혼돈에 빠져들게 한다.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전세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북미관계는 물론 통상분야에서 사안마다 미국우선주의가 적용될 경우 마찰도 예상된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고 북핵 문제까지 안고 있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트럼프 리스크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선 결과는 두고볼 문제이지만 트럼프 진영과의 채널 확보, 사안별 대응시나리오를 통해 안보와 경제.통상 등 국익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미리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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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재웅 논설위원 leejw@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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